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인사인 오스턴 구울즈비(Austan Goolsbee)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9월 또는 올가을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물가 안정 징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구울즈비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서비스 부문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다소 우려된다”면서도 “향후 지표가 안도감을 준다면 금리를 인하해 ‘정상 구간’으로 되돌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서비스 가격 상승에 힘입어 예상보다 높게 나온 점을 언급하며 “단 한 달치 데이터로 과민반응해서는 안 되지만 우려 요인은 분명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수입물가가 7월에 0.4% 상승한 부분에 대해 “관세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일시적 현상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제 지표와 시장 분위기
미 상무부는 7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5% 증가했다고 밝혔다. 6월 수치는 0.9%로 상향 수정됐으며, 이는 지난 3개월간 월평균 신규 고용이 3만 5,000명으로 둔화됐음에도 소비 심리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방증이다. 반면 7월 공장 생산(Factory Output) 증가율은 0%로, 시장 전망치를 소폭 상회했으나 대형 트럭 생산이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로 하락해 앞으로의 수요 위축을 시사했다.
“우리는 여전히 ‘골든 패스(golden path)’—경기 침체 없이 물가를 잡는 시나리오—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오스턴 구울즈비)
연준은 올해 들어 정책금리(연 5.25~5.50%)를 동결해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최악의 시나리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구울즈비 총재는 평가했다.
용어·배경 해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경기 침체(stagnation)와 물가 상승(inflation)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뜻한다. 구울즈비 총재는 관세가 이러한 ‘스태그플레이션적 압력’을 유발할 가능성을 지적하며, 정책 당국이 물가와 고용의 균형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CPI(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가 지불하는 재화·서비스 가격 변동, PPI(생산자물가지수)는 생산단계 가격 변동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이 두 지수는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핵심 참고 지표로 사용된다.
전문가 시각 및 필자 통찰
구울즈비 총재의 발언은 시장이 기대하는 9월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으면서도, ‘데이터 의존(Data-dependent)’이라는 연준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서비스 물가·수입물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장기적 인플레이션 둔화 경로’가 훼손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실제로 금융시장에서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5bp(0.25%p) 인하가 단행될 확률을 60% 안팎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PPI·CPI가 재차 상승할 경우 시장의 베팅은 급격히 조정될 수 있다. 특히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최근 며칠 사이 10bp가량 뛰며 물가 불확실성을 반영했다.
앞으로의 주요 체크포인트
첫째, 8월 말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제롬 파월 의장의 기조연설이 나온다. 여기서 파월 의장이 물가상승률 목표(2%) 복귀 경로에 확신을 표명할 경우, 9월 인하 가능성은 높아진다.
둘째, 9월 초 발표되는 8월 CPI·PPI, 비농업부문 고용(Non-Farm Payrolls) 지표가 연준의 최종 결정을 좌우할 전망이다. 고용이 예상보다 급격히 둔화되거나, 서비스 물가가 안정세로 돌아서면 ‘골든 패스’ 시나리오에 힘이 실린다.
셋째, 글로벌 요인으로는 중국 경기 둔화, 유가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러-우 전쟁, 중동 긴장)가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수 있다. 연준이 이런 외생 변수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투자자라면 매월 공개되는 요약경제전망(SEP)과 점도표(Dot Plot)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론 및 전망
구울즈비 총재의 메시지는 “확증 데이터가 없다면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중론이다. 기존에도 그는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완만한 완화’를 지지해 왔다. 이번 발언 역시 같은 맥락으로, 연준 내부 매파(통화 긴축 선호)와 비둘기파(완화 선호) 사이에서 ‘중도(middle-ground)’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9월 인하가 이뤄진다 해도 ‘단순 정책 전환’이 아닌 ‘보험성 인하(insurance cut)’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경기위축을 방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중립금리(약 2.5% 전후)에 수렴시키려는 전략적 조정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발언은 물가 지표가 다시 안정될 것인지가 관건임을 분명히 했다. 달러·국채·주식 등 자산시장은 앞으로 몇 주간 발표될 매크로 지표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 외 소비 의존도가 높은 한국 투자자라면, 환율 리스크 관리와 함께 글로벌 물가·수요 흐름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연준이 ‘골든 패스’를 완주할 수 있을지, 혹은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짙어질지는 올가을 발표될 물가·고용 지표와 정책 결정에서 가늠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