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전 日총재 “금리 추가 인상·재정긴축 필요”…타카이치의 대규모 재정확대에 경고

일본 경제가 이미 ‘양호한 상태’이라며 금리 추가 인상과 재정정책의 긴축 필요성을 주장한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전 일본은행(BOJ) 총재가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의 대규모 재정지출 계획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6년 2월 2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구로다 전 총재는 2013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아베노믹스’ 재팽창 정책의 일환으로 과감한 통화완화 정책을 시작한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의 경기와 임금 흐름을 근거로 금리 인상과 재정 긴축을 주장했다.

구로다는 경기회복과 안정적인 임금 상승을 반영할 때 일본은행이 향후 2026년과 2027년에 연간 약 두 차례 수준으로 점진적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아베노믹스 당시 일본이 디플레이션과 강한 엔으로 고통받았던 것과 달리 현재는 인플레이션과 약한 엔 상태에 있으며, 따라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모두를 긴축 쪽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OJ는 경제에 중립으로 간주되는 수준을 향해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 재정정책도 긴축되어야 한다. 지출 확대와 감세가 적절한지 의문이다.”

구로다 전 총재는 2023년에 10년간의 총재 임기를 마쳤다. 재임 기간 그는 비전통적 정책 수단을 동원해 성장과 물가상승을 부추기려 했고, 그의 대규모 통화완화는 수출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던 엔화의 지속적 강세 흐름을 되돌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한편, 물가 상승률은 수년간 BOJ의 목표치인 2%를 상회했고, 고용시장의 탄탄함은 임금 상승을 수반했다. 이에 따라 BOJ는 2024년에 구로다 시대의 통화완화를 종료하고 몇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며, 작년 12월에도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재정정책은 여전히 확장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아베노믹스의 지지자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는 지출을 확대하고 생계비 상승 부담완화를 위해 음식품목에 대한 소비세 8%를 2년간 유예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적극적 재정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구로다는 현재 정책연구생으로 활동 중인 국립정책연구대학원(정책대학원) 소속 연구원으로서, 이러한 확장적 재정정책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부추기고 국채수익률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장기적인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혁신 지원은 타당하나, 단기적 생계비 완화 명목의 지출은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해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반응과 통화정책의 향방

다카이치 총리의 2월 8일 대승 이후 시장은 그녀가 느슨한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기울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작년 말 일본의 재정 악화 우려로 인한 엔화와 국채 매도세의 영향으로 그녀는 일부 완화적 발언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가 추가 금리인상에 대해 BOJ의 우에다 가즈오(上田和夫) 총재에게 자신의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엔화는 달러당 155.80엔(수요일 기준) 수준으로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간주되는 160엔 선을 넘지 않도록 언급·구두 개입이 이루어졌으나, 일본 당국은 엔화의 하락 추세를 되돌리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구로다는 현재의 엔화 수준이 일본의 단기 성장과 물가 움직임, 경제적 경쟁력을 고려할 때 다소 약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일본의 최고 외환 외교관으로서 환율정책을 총괄한 경험을 바탕으로, 환율 개입은 엔화 변동에 단기적 영향을 줄 수 있으나 그 효과가 지속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BOJ의 기준금리(현재 0.75%)가 경제가 현재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다면 향후 몇 년 내에 약 1.5%~1.75% 수준으로 상향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소통 방식의 변화 필요성

구로다 전 총재는 자신이 재임 중 채택한 대담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즉 소비자와 기업에게 물가상승 기대를 확고히 심어주려는 ‘충격 요법적’ 소통 방식은 이제의 국면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BOJ가 지나치게 노골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필요는 없다고 보았다.

“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올려갈 때 BOJ는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우에다 총재가 정책 발언을 모호하고 신중하게 유지하는 것은 타당하다.”


용어 설명

아베노믹스(Abenomics): 2012~2020년대 초 아베 전 총리가 추진한 경제정책 패키지로, 통화완화·재정지출·구조개혁을 결합하여 디플레이션 탈피와 경기회복을 목표로 했다. 구로다 전 총재는 2013년 BOJ 총재 취임 후 강력한 통화완화 수단을 도입해 아베노믹스의 통화축을 담당했다.

중립금리(Neutral rate): 경제를 과열시키지 않으면서 침체를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는 기준금리 수준을 말한다. 중립금리는 단일한 수치가 아니라 경제 여건에 따라 변동하며 중앙은행의 장기적 정책지표로 활용된다.

구두 개입(Verbal intervention): 정부나 중앙은행 인사가 환율·금리 등에 관해 시장 참여자들에게 발언해 심리적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실제 외환시장 개입 없이 메시지로만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시도를 말한다. 실제 외환시장 개입은 외환보유고를 동원하는 물리적 개입이다.


전문적 분석 및 향후 영향 예상

구로다 전 총재의 발언은 일본 정책 스탠스의 전환을 둘러싼 중요한 신호다. 통화·재정정책의 비대칭적 운영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재정지출이 확대된 채로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전환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명목금리와 실효금리가 모두 상승하고, 이는 국채수익률을 상향 압박해 국채 매도가 촉진될 수 있다. 국채수익률 상승은 장기 금리 민감 산업에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투자수요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한편, BOJ가 금리를 점진적으로 상향해 기준금리가 1.5%~1.75% 수준에 도달한다고 가정하면 금융부문 수익성에는 긍정적 효과가 가능하다.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확대될 여지가 있으며 저축자들에게는 실질 수익률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가계와 기업의 금리부담 상승은 소비와 설비투자를 억제할 위험이 있어 성장률 측면에서의 상충관계가 존재한다.

환율 측면에서는 엔화 약세가 수출기업에는 이익이지만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국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 정부가 식품 세금 유예 등으로 가계 지원을 강화하면 단기적으로 가처분소득의 하방압박을 완화할 수 있으나, 이는 물가를 더욱 자극해 BOJ의 긴축 필요성을 높이는 악순환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정책조합의 불일치(재정확대 versus 통화긴축)는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향후 수분기 동안 투자자와 정책결정자들이 주목할 변수는 세 가지다. 첫째, BOJ의 금리 인상 속도와 수준이다. 둘째,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규모와 지속성이다. 셋째, 엔화의 방향성과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다. 이러한 변수들의 상호작용은 일본의 장단기 금리, 환율, 인플레이션 경로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투자·정책 제언(중립적 관점): 단기적으로는 포트폴리오의 금리 민감 자산 비중을 점검하고, 수익률 곡선 변동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수입물가 상승에 취약한 소비재 부문과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의 재무구조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구로다 전 총재의 발언은 일본 정책의 향방에 대한 중요한 참고점을 제공한다. 향후 수개월 동안 발표되는 경제지표와 BOJ·정부의 구체적 조치가 시장의 판단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지속적 관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