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GOOGL) 산하 구글이 대규모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관련 단체를 후원 목록에서 삭제했다. 기술 감시 단체인 테크 트랜스패런시 프로젝트(TTP)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은 기존 후원 리스트에서 총 214개 단체를 제거하고 101개 단체를 새로 추가했다.
2025년 8월 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구글이 제외한 단체 가운데 DEI 성격의 단체는 58곳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보고서는 구글 미국 정부·공공정책(Government Affairs and Public Policy)팀이 대규모로 기부해 온 단체 명단을 분석해 이러한 변화를 포착했다.
“우리는 혁신 친화적 정책을 옹호하는 폭넓은 스펙트럼의 단체 수백 곳에 기부하고 있으며, 해마다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곳으로 기부처가 달라진다.”
— 호세 카스타녜다, 구글 대변인
주요 삭제 단체와 숫자
TTP 분석에 따르면, 삭제된 58개 DEI 단체의 미션 스테이트먼트에는 “diversity·equity·inclusion” 혹은 “race·activism·women”과 같은 단어가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었다. 같은 용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기관에 사용을 제한하라고 지시한 표현들과도 겹친다.
구체적으로는 아프리칸 아메리칸 커뮤니티 서비스 에이전시(African American Community Service Agency), 라티노 리더십 얼라이언스(Latino Leadership Alliance), 엔루트(Enroot) 등 흑인·라틴계·이민자 청소년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들이 대거 제외됐다.
반면, 구글은 지난해와 달리 101개 단체를 신규로 추가했다. 다만 새로 포함된 단체들의 성격은 보고서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DEI란 무엇인가?
DEI(Diversity·Equity·Inclusion)는 조직 내에서 다양성을 확보하고, 형평성을 보장하며, 포용적 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프로그램을 말한다.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미국 기업들은 지난 10여 년간 DEI 프로그램을 통해 고용 편견을 줄이고 여성·유색인종 인재 육성에 힘써 왔다.
하지만 2023년 미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학에서의 소수집단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을 폐지한 뒤,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DEI 프로그램을 ‘역차별’로 보는 정서가 확산됐다.
정책·정치적 역풍
2025년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정부의 DEI 프로그램을 전면 폐지하고, 민간 영역에서 ‘불법적인’ DEI 정책을 단속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구글은 올해 2월 연방 계약업체로서의 지위를 이유로 DEI 인재 채용 목표치를 폐기했다.
한편, 구글 최고경영자 순다르 피차이는 3월 전사 미팅에서 “우리는 전 세계 사용자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며, 그들을 가장 잘 서비스하기 위한 길은 우리 직원 구성이 그들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 제외 사례: 전국 가정폭력 종식 네트워크
TTP 보고서는 특히 National Network to End Domestic Violence(NNEDV)가 최소 9년간 구글의 파트너 목록에 있었음에도 올해 명단에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구글 측은 2024년에 해당 단체에 7만5,000달러를 후원했다고 밝히면서도, 공시 목록에서 제외된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단체는 여성 대상 폭력 근절을 위해 상담·교육·대국민 캠페인을 운영한다. 여성 안전을 다룬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쟁과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여성’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DEI 문맥에서 논쟁적 신호어로 간주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 해석과 전망
시장 분석가들은 이번 조치가 구글의 ‘전략적 리스크 관리’의 일환이라고 해석한다. AI 투자와 같은 우선순위가 비용 구조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정치적·규제적 불확실성이 큰 DEI 프로젝트를 축소하는 것은 재무·평판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소비자와 규제기관이 다양성 이슈를 지속적으로 주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구글이 ‘DEI 2.0’으로 불리는 대체 용어(예: Learning, Hiring)로 프로그램을 재포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많은 미국 기업이 같은 전략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규제 리스크를 피하고 있다.
투자은행 에버코어 ISI의 애널리스트 마크 머헤이니는 “알파벳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이번 DEI 축소가 단기적 마찰은 있어도 핵심 사업과 수익성에는 제한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구글의 이번 결정은 규제 변화와 경영 효율화가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후속 조치로 구글이 어떤 새로운 사회공헌 전략을 내놓을지, 그리고 실리콘밸리 다른 기업들이 비슷한 경로를 따를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