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AAPL)이 오는 7월 31일(현지 시각) 장 마감 후 2025 회계연도 3분기(4‧5‧6월)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이번 분기 숫자 자체보다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경영진이 내놓을 향후 전략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25년 7월 29일, 나스닥닷컴(Nasdaq.com) 보도에 따르면 애플 주식을 고려 중인 투자자는 며칠 전 마감된 알파벳(구글 모회사, GOOGL/GOOG)의 2분기 실적 발표도 반드시 챙겨볼 필요가 있다. 실적 발표 직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CEO가 ‘핸드폰 중심 소비자 경험이 최소 2~3년은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기 때문이다.
피차이는 아날리스트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자사와 안경 브랜드 워비파커(NYSE: WRBY)의 인공지능(AI) 안경 협업을 언급하며 “AI가 새로운 경험을 촉발하고 혁신의 새 물결을 일으킬 것”이라며 “AI 글라스는 ‘흥미로운 신흥 카테고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앞으로 최소 2~3년 동안은 스마트폰이 여전히 소비자 경험의 중심에 머무를 것”이라고 못 박았다.
스마트폰 ‘포스트 시대’의 시계(時計)는 어디쯤인가?
피차이의 발언은 마치 로르샤흐 잉크 얼룩 검사의 해석처럼 투자자마다 다르게 읽힐 수 있다. ‘at least(최소)’라는 표현에 방점을 찍으면 아이폰에 대한 본질적 위협이 당장 눈앞은 아니라는 안도감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2~3년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을 ‘기준선’으로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하면, 아이폰의 절대적 지위가 머지않아 흔들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개를 든다.
이 시계가 중요한 이유는 애플 매출 구조 때문이다. 2025 회계연도 1분기(작년 10~12월) 기준, 아이폰은 총 매출의 49%를 차지했다. 서비스 부문(28%) 역시 상당 부분이 아이폰 사용자 기반에서 나오며, 웨어러블·홈·액세서리(8%) 내 애플워치 역시 아이폰과의 연동을 전제로 한다. 즉, 아이폰 생태계가 흔들리면 애플 전체 실적이 동반 출렁일 수밖에 없다.
피차이가 공개적으로 “AI 글라스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잠재력이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던진 것은, 향후 경쟁 지형을 그리는 데 의미 있는 실마리가 된다. 구글은 2013년 ‘구글 글라스’로 증강현실(AR) 안경을 선보였지만 소비자 버전 실패를 맛본 바 있다. 반면 애플은 올해 초 A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출시하며 ‘실패한 1세대’ 대신 ‘완성도 높은 후발주자’ 전략을 택했다.
애플 실적 발표에서 주목할 세 가지 포인트
1) ‘포스트 아이폰’ 하드웨어 로드맵은 얼마나 구체화됐는가?
2) 새로 도입될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의 생성형 AI 기능이 매출·서비스 ARPU를 얼마나 끌어올릴 것인가?
3) 미·중 무역갈등 속 관세 및 서플라이체인 리스크에 대한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애플 경영진은 통상 신제품 출시가 임박할 때까지 세부 정보를 잘 공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팀 쿡(Tim Cook) CEO의 한마디, 혹은 모호한 표현 사이에 투자자들이 ‘지도 위 빈칸’으로 불렀던 아이폰 이후 세대의 실루엣이 드러날 가능성은 존재한다.
시장조사업체 CCS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AR/VR 헤드셋 출하량은 2024년부터 연평균 34% 성장해 2028년 5,800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헤드셋 시대’가 즉각 ‘스마트폰 퇴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안경 형태의 경량 디바이스’가 스마트폰의 완전 대체재로 자리 잡으려면 가격·배터리·콘텐츠 생태계 등 세 가지 난제를 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 시각: 애플의 경쟁우위는 여전하다
필자는 애플이 그간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 삼각 편대를 통해 견고한 잠금효과(lock-in)를 구축해 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1) 세계 최대 프리미엄 단말 설치 기반, 2) 서비스 부문의 고마진 구조, 3)칩·운영체제 수직 통합은 경쟁사 대비 여전히 강력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AI 글라스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되더라도, 애플이 후발주자 프리미엄 전략을 재현할 여지는 충분하다.
다만 자사 플랫폼 영향력을 바탕으로 AR 안경용 전용 앱스토어, 콘텐츠 구독 모델 등을 선도적으로 구축하지 못할 경우, ‘플랫폼 주도권을 메타·구글 등 다른 거대기술기업(GAFAM)에 넘길 수 있다’는 리스크 역시 공존한다.
모틀리풀(Stock Advisor) 추천 종목 리스트도 참고
본 기사가 인용한 모틀리풀의 ‘10대 추천주’ 목록에서 애플은 빠졌다는 점도 흥미롭다. 동일 서비스는 2004년 넷플릭스 추천 이후 누적 63만%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으며, 2025년 7월 28일 기준 프로그램의 평균 수익률은 1,041%(S&P500: 183%)다. 이는 장기적으로 애플보다 높은 잠재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대안 종목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법적 고지(Disclosure)
기사 원문에 따르면 Keith Speights는 알파벳과 애플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틀리풀 역시 두 기업의 주식을 보유·추천하고 워비파커를 추천한다. 모틀리풀의 공식 공시 정책(disclosure policy)은 해당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사실관계와 시장 전망을 종합할 때, ‘2~3년’이라는 시간표는 애플 투자자에게 기회이자 도전과제로 다가온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애플은 차세대 기기·서비스 혁신을 통해 생태계 확장과 수익구조 다변화를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팀 쿡 CEO가 이번 주 실적 발표에서 어떤 단서를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