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2022년에 등장했을 때 구글은 기습을 당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달 공개된 제미나이 3(Gemini 3)와 AI 칩 아이언우드(Ironwood)가 맞물리며, 알파벳(Alphabet)의 AI 반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소비자 서비스와 기업용 솔루션을 아우르는 통합 스택을 현실화하며 경쟁 구도를 다시 주도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2025년 11월 27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11월 초 7세대 텐서 처리 장치(TPU)인 아이언우드를 공개했다. 구글은 이 칩이 고객이 “현존하는 가장 크고 데이터 집약적인 모델”을 구동·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주에는 최신 인공지능 모델 제미나이 3를 출시하며, 이전 세대 대비 프롬프트(지시문) 의존도를 낮추고 더 정교한 응답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미지: CNBC 제공
세일즈포스 CEO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는 일요일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제미나이 3의 성능에 환호했다. 그는 3년간 매일 오픈AI의 챗GPT를 사용해 왔다고 밝히면서도, 제미나이 3를 두 시간 사용한 뒤에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적었다. 베니오프는 “도약의 폭이 미쳤다. 모든 것이 더 선명하고 더 빠르다. 세상이 또다시 바뀐 듯하다”고 강조했다. 베니오프의 회사는 구글, 오픈AI, 그리고 다른 프런티어 AI 모델 제공업체들과 모두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이번 주 초 대부분의 기술주가 약세를 보인 가운데, 알파벳만은 예외였다. 월요일 알파벳 주가는 5% 이상 급등했고, 전주 8% 넘는 상승을 추가로 이어갔다. 이달 초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3분기 말 기준 알파벳에 43억 달러 규모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파벳 주가는 올해 들어 약 70% 상승했으며, 메타 대비 50%포인트 이상 앞섰다. 지난주에는 알파벳의 시가총액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상회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흐름은 엔비디아가 지난주 3분기 실적에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매출과 가이던스를 발표한 직후에도 이어졌다. Melius Research의 애널리스트 벤 라이트지스(Ben Reitzes)는 월요일 메모에서 “엔비디아의 좋은 뉴스에도 우리가 다루는 거의 모든 AI 종목이 하락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그 근본적 걱정은 바로 알파벳의 ‘AI 컴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퍼즐을 맞추다(PUTTING THE PIECES TOGETHER)
모펫내선슨(Moffett Nathanson)의 공동 창업자 마이클 내선슨(Michael Nathanson)은 제미나이 3와 아이언우드를 통해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마침내 회사의 AI 제공 전략의 퍼즐을 완성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구글이 챗GPT 등장 직후 어려움을 겪었던 소비자부터 엔터프라이즈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고객층 대응을 이제 제대로 구현했다고 말했다.
“3년 전만 해도 그들은 길을 잃은 모습으로 비쳤고, ‘길을 잃었다’, ‘순다는 실패했다’는 과격한 평이 넘쳤다. 이제 그들은 막강한 우위를 확보했다.” — 마이클 내선슨
구글은 오픈AI를 따라잡으려는 초기 시도에서 여러 차례 AI 제품 잡음을 겪었다. 2024년만 보더라도 이미지 생성 모델 이미젠 2(Imagen 2)는 역사적 부정확성 논란이 제기되며 수개월간 중단됐고, AI 오버뷰(Overviews)는 잘못된 조언을 내놓는 사례가 드러나며 지적을 받았다. 구글은 이후 추가 안전장치를 도입해 문제를 완화했다.
DA 데이비드슨의 길 루리아(Gil Luria) 전무는 “많은 실수가 있었고, 다소 허둥지둥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다만 필요한 기술은 ‘팬트리’에 이미 있었고, 그걸 어떻게 모아 내보내느냐의 문제였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구글은 봄에 제미나이 2.5를 내놓은 뒤 빠른 템포로 제미나이 3를 발표하며 속도를 높였다.
또한 나노 바나나(Nano Banana)의 초현실적 이미지 생성 기능은 구글의 벨트에 또 하나의 ‘홈’을 더했다. 이미지 생성 툴을 공개한 직후 제미나이는 9월 애플 앱스토어에서 1위로 올라서며 챗GPT를 제쳤고, 제미나이 3 출시 이후에는 나노 바나나 프로(Nano Banana Pro)가 지난주 추가 공개됐다.
구글이 보유한 유튜브와 그 위에 쌓인 방대한 비디오 콘텐츠는 이미지·동영상 생성 모델 학습에서 강력한 이점을 제공한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마이크 구알티에리(Mike Gualtieri) 부사장은 “구글이 가진 비디오와 최신 데이터의 양은 정말로 엄청난 경쟁우위”라며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이를 극복하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한편 구글은 엔터프라이즈 제품에 AI 모델을 성공적으로 접목해 클라우드 부문 매출 확대도 이끌었다. 지난달 발표된 3분기 실적에서 구글은 첫 ‘분기 매출 1,000억 달러’를 달성했는데, 이는 클라우드 성장의 견인 효과가 컸다. AI 서비스를 담은 클라우드 부문은 견조한 성장과 함께 고객사로부터 1,550억 달러 규모의 백로그를 확인했다.
칩 전선: TPU의 부상과 경쟁 재편
구글에 따르면 아이언우드는 2018년 첫 TPU 대비 전력 효율이 거의 30배에 달한다. 구글의 ASIC 칩은 AI 전장에서 비밀병기로 부상하며, 앤트로픽 등 고객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최근 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힘을 보탰다. 또한 보도에 따르면 메타가 데이터센터에 구글 TPU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소식이 나오자, 화요일 엔비디아 주가가 3% 하락했고, 엔비디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TPU의 약진은 더 이상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을 독점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길 루리아 전무는 “풀 스택을 보유한 이점은 모델을 TPU에 최적화해 극대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모든 것을 더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이 TPU·클라우드로 기업 고객을 지원하는 동시에 제미나이 3를 소비자 제품 전반에 녹여내는 전략은 월가의 기대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승자독식보다는 복수의 승자가 공존하는 시장 구도를 전망하면서도, 성공을 입증하기 위한 비용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초접전 구도(TIGHT COMPETITION)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여전히 치열한 경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길 루리아 전무는 “며칠간 최첨단 모델을 보유했다고 해서, 주식시장이 암시하는 수준으로 승리를 확정지은 것은 아니다”라며, 앤트로픽이 월요일 공개한 오푸스 4.5(Opus 4.5)를 지목했다.
이달 초 오픈AI 역시 GPT-5의 두 가지 업데이트를 발표해, 모델을 기본적으로 더 따뜻하고 대화지향적으로 만들고, 일상 사용에서 더 효율적이며 이해하기 쉽도록 개선했다고 밝혔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구알티에리는 “프런티어 모델들은 여러 측면에서 여전히 막상막하”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AI 전쟁의 승부가 지출 능력에 좌우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지난달 실적에서 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은 모두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 상향을 발표했으며, 네 회사의 연간 총 투자는 올해 3,8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길 루리아 전무는 “이들 기업은 승자독식을 전제하고 막대한 자금을 쓰고 있다”면서도 “실제로는 프런티어 모델이 ‘범용재(commodity)’로 전환돼 여러 모델이 상호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구글에겐 유지·확장의 과제가 남아 있다. 회사 경영진은 이달 초 직원들에게, AI 서비스 수요와 프런티어 모델 운영을 감당하기 위해 6개월마다 서빙 용량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구글 클라우드의 아민 바흐닷(Amin Vahdat)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AI 인프라 경쟁은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가장 비용이 큰 전장”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의 자체 TPU가 엔비디아 ‘블랙웰(Blackwell)’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현재 엔비디아는 여전히 AI 칩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화요일 게시글에서, 자사 칩이 ASIC(응용특화형)인 구글 아이언우드보다 더 유연하고 강력하다고 주장했다. ASIC은 일반적으로 특정 회사나 특정 기능에 맞춰 설계되는 특성이 있다.
또한 세일즈포스의 베니오프가 제미나이로 갈아탔다고 하지만, 소비자용 대화형 서비스에서는 구글이 아직 갈 길이 남았다는 지적도 있다. 환각(hallucination) 문제와 사용자 규모에서의 열위가 지적된다. 구글에 따르면 제미나이 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6억5천만 명, AI 오버뷰는 월간 20억 명이다. 반면 오픈AI는 8월 기준 챗GPT의 주간 사용자가 7억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렇다, 구글은 정돈을 마쳤다. 하지만 그것이 곧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길 루리아
용어 한눈에 보기
TPU(Tensor Processing Unit): 구글이 AI 연산을 위해 설계한 전용 칩으로, 행렬·텐서 연산에 특화돼 딥러닝 작업 효율을 높인다. GPU 대비 특정 워크로드에서 전력·성능 효율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된다.
ASIC: 응용특화형 집적회로로 특정 기능·알고리즘에 최적화돼 설계된다. 범용성이 높은 GPU와 달리 목적 지향성이 강하고, 그만큼 전력 효율과 성능에서 이점을 확보할 수 있다.
프런티어 모델: 각 기업이 개발하는 최상위(최신·최대 규모) AI 모델군을 지칭한다. 자연어, 코드, 이미지·비디오 등 멀티모달 분야에서 정확도·추론력 경쟁이 치열하다.
서빙 용량(Serving Capacity): 학습된 모델을 실시간 서비스로 제공하기 위한 연산·네트워크·스토리지 자원 총량을 의미한다. 사용자 증가와 함께 선형 혹은 지수적 증설이 필요할 수 있다.
환각(Hallucination): AI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그럴듯하게 생성하는 오류를 뜻한다. 품질관리·가드레일 강화와 데이터 품질 개선이 대응 핵심이다.
기자 해설: 통합 스택이 만든 ‘신뢰 회복’, 관건은 속도와 효율
제미나이 3와 아이언우드의 조합은 구글이 모델-인프라-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수직 통합 전략을 현실화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기업 고객에겐 성능·비용·보안 관점에서 매력적 가치제안을 만들고, 소비자 영역에서는 경험 품질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다만 경쟁사들도 같은 방향으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용량 증설 속도와 전력 효율, 그리고 제품 안정성(환각 저감)이 향후 우위 지속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구글이 보유한 유튜브 데이터와 클라우드 고객 기반은 확실한 무기지만, 시가총액에 선반영된 기대만큼 빠르고 안정적인 실행이 뒷받침돼야 한다.
영상 포인트: “AI 내러티브는 완전한 스택을 갖춘 구글 쪽으로 이동 중” — Plexo Capital의 로 토니(Lo Tone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