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TACO, 달러: 트럼프 2.0 취임 1년, 글로벌 시장 판도 변화

트럼프 2.0 취임 1년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은 정책 충격불확실성, 높은 변동성을 뚫고 전진해 왔다. 주식, 금, 암호화폐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 메시지와 파장을 흡수하며 새로운 매매 규칙을 학습하는 중이다. 2024년 11월 5일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민주당의 카말라 해리스 후보를 꺾은 직후 달러, 주식, 비트코인이 동반 급등했고, 미 국채 수익률도 상승하며 미국 재정의 부담 확대 가능성이 가격에 반영됐다.

2025년 11월 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그 후 1년간 미국 행정부는 무역 거래를 타결시키는 한편, 글로벌 공급망과 전후 국제 외교 질서를 뒤흔들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투자자들은 위협 수위를 높였다가 다시 후퇴하는 트럼프식 협상 전술에 대응하는 법을 익혔다. 특히 ‘TACO 트레이드’(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항상 막판에 물러선다’)라는 별칭의 전략이 시장의 상수처럼 자리잡았다.

현재 주요 시장의 좌표를, 트럼프 당선 직후와 비교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달러는 트럼프식 재정확대 기대 속에 선거 직후 급등했지만 이후 순하락 폭 4%를 기록했다. 반대로, 관세와 그 파장에 대한 불확실성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대체 수단을 모색하게 만들었다. 친(親)암호화폐 정책은 비트코인을 10월 $125,835.92의 사상 최고가로 이끌었고, 지정학적 긴장과 관세는 가격을 같은 달 온스당 $4,381의 기록적 수준으로 밀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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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가장 깨끗한 더러운 셔츠”의 역설

달러는 세계가 트럼프식 가변적 정책에 반응하는 방식을 가장 선명하게 비춰주는 자산이었다. 당선 직후에는 ‘재정 지출 급증이 성장에 불을 붙일 것’이라는 베팅으로 급등했지만, 정권 1년을 거치며 순고점 대비 약세로 되돌림을 겪었다. 그렇다고 달러 수요가 약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In Touch Capital Markets의 피오트르 마티스는 달러를 “가장 깨끗한 더러운 셔츠“라고 표현하며, 금융시장의 격랑이나 지정학이 달아오를 때 투자자들이 여전히 가장 먼저 찾는 피난처가 달러라고 설명했다.

이 대목은 두 가지 상반된 흐름을 시사한다. 첫째, 관세와 정책 불확실성은 분명 달러 강세를 제약한다. 둘째, 위기 국면이 도래할 때 ‘유동성·신뢰·결제 네트워크’라는 달러의 구조적 강점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단기 흐름은 약세일지라도 구조적 수요는 견조한 전형적 리스크-오프 자산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주식: AI 열풍과 금리 완화 기대로 사상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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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 세계 증시는 인공지능(AI) 수요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에 올랐다.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를 발표했을 때는 MSCI 월드 지수10% 급락하며 첫 대형 시험대를 맞았다. 그러나 이후 반등하여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선거일 이후 20% 이상 상승으로 전환했다.

미국에서는 S&P 500전년 11월 이후 17% 상승했다.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트럼프의 압박으로 역내 정부들의 자체 안보지출이 늘어나며 방산주가 랠리를 주도했다. 엔저 완화와 기술주 중심의 랠리, 달러 약세의 보조는 일본, 한국, 중국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테슬라: ‘전기 요요’의 진폭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의 관계는 선거 직후 테슬라 주가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머스크는 전년 트럼프 재선 캠페인에 $2억 5,000만 이상을 지원했고, 유세 현장에도 동행했다. 이 기대는 곧바로 시세로 반영되어 테슬라 주가는 두 달도 안 돼 거의 두 배로 뛰며 $488.5의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허니문은 짧았다. 머스크가 올해 1월 정부 효율성부(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를 출범시키자, 정치와 거리를 두고 싶었던 소비자가 이탈하며 테슬라의 브랜드 충성도가 눈에 띄게 하락했다. 그 여파로 2개 분기 연속 인도 실적이 줄었고, 주가는 4월 저점까지 밀렸다. 이후 머스크-트럼프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해 5월 말 결별로 귀결되면서 다시 반등했지만, 변동성은 여전했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디트로이트의 GM, 포드, 스텔란티스레거시 업체보다 상대적 초과수익을 유지했다.


채권: 재정 우려 속 장기물 수익률 상승

트럼프 당선 이후 주요국 장기 국채 수익률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정부 차입 확대공공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미국 국채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추진한 감세안의 재원 조달 비용이 쟁점이었다.

7월 의회를 통과한 “One Big Beautiful Bill“로 불린 감세 법안은 향후 10년간 약 $3.8조연방 재정적자 확대를 유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연준(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와 완화된 물가 덕분에 미국 30년물 수익률은 지난해 11월 이후 14bp 상승한 4.66%에 그쳤다. 반면, 일본국채(JGB) 30년물약 85bp 급등해 사상 최고 수준을 새로 썼고, 프랑스독일의 30년물은 각각 62bp, 59bp 상승했다(2024년 11월 5일 대비).


무역: 적자 축소와 관세의 비용

트럼프가 집착하는 무역수지는 그의 경제 비전의 핵심에 자리한다. 그는 무역적자가 미국이 “파트너에게 뜯기고 있다(ripped off)”는 증거라고 주장하며, 관세를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the most beautiful word in the dictionary)”라고 칭해 왔다. 실제로 관세는 기업의 비용을 끌어올리고 계획 수립을 어렵게 만들었지만, 무역적자 축소에는 기여했다.

가장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월간 무역적자6월 $602억으로 2년 내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대중(對中) 적자5개월 동안 70% 축소되어 21년 넘는 기간 중 최저로 내려왔다. 미·EU 균형도 관세 발표를 앞두고 일시 확대됐다가 이후 다시 축소됐다.

스위스콰트의 이펙 오즈카르데스카야는 “이 흐름은 무역전쟁의 파장이 EU에 더 불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중국이 유럽보다 더 강한 백업 플랜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해석: TACO 트레이드, 어떻게 작동했나

TACO는 정책 위협(관세 인상, 제재 강화, 규제 충격 등)이 표면화될 때 위험자산을 줄였다가, 발표 직후 또는 협상 막판 톤다운이나 유예가 확인되면 다시 위험자산을 늘리는 전략을 뜻한다. 이번 사이클에서도 4월 2일 관세 쇼크 직후 MSCI 월드 -10% 급락, 이후 사상 최고치 회복이라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는 정책 소음이 가격 충격을 유발하지만, 펀더멘털(완화되는 인플레이션·AI 투자 사이클·완만한 성장)이 추세를 복원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용어 설명Glossary

TACO 트레이드: ‘Trump Always Chickens Out’의 약자로, 고강도 위협 후 막판 수위 조절을 예상해 쇼크 매수/매도 타이밍을 노리는 전략이다.

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약칭으로, 정부 효율성을 명분으로 한 예산 삭감 드라이브를 지칭한다. 암호화폐 ‘도지(DOGE)’와 발음이 같아 대중적 화제성을 얻었다.

베이시스 포인트(bp): 1bp = 0.01%p를 의미한다. 예컨대 14bp 상승은 금리가 0.14%p 올랐다는 뜻이다.

‘가장 깨끗한 더러운 셔츠’: 여러 안전자산 중에서도 달러의 상대적 우위를 묘사하는 관용 표현이다. 절대적 완벽은 아니지만, 위기 시 가장 널리 수용되는 피난처라는 의미다.


종합

트럼프 2.0의 첫 해는 관세정책 불확실성이라는 비용을 시장에 청구했지만, AI 투자 사이클, 완화되는 물가, 금리 인하라는 완충 장치가 큰 붕괴를 막았다. 비트코인 $125,835.92, 금 $4,381/oz, S&P 500 +17%, MSCI 월드 사상 최고, 미 30년물 4.66%(+14bp), 미 무역적자 $602억(6월) 등 핵심 지표는 위협과 후퇴, 충격과 복원이 반복된 1년을 요약한다. 다음 국면의 관건은 두 가지다. 첫째, 재정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우려와 장기 금리의 균형점. 둘째, 관세가 공급망 재편과 물가 경로에 남길 지속적 잔향이다. 투자자들은 ‘TACO’의 반복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정책의 실물 침투 효과가 커질 경우 과거의 빠른 복원력이 약화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