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충격에 흔들리는 글로벌 중앙은행, 세 갈래 대응으로 분화

글로벌 관세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완화·동결·긴축이라는 세 갈래로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어느 한쪽이 제시할 만한 단일 해법이 없다”며 각국의 처지에 따른 정책 편차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2025년 7월 27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미·중 무역 갈등을 비롯한 보호무역 기조가 물가와 성장률에 복합적인 충격을 주면서, 중앙은행들은 기존 통화정책의 궤적을 재조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추진하는 추가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물가(인플레이션) 경로와 성장모멘텀이 동시에 흔들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지리적 요인과 대미(對美) 수출 의존도가 다르다는 점이 정책 반응의 균열을 키운다. 일부 국가는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며 경기 방어막을 두껍게 만든 반면, 다른 국가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인해 손발이 묶인 채 동결하거나 오히려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1) 완화 진영(Cutters)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주요 수출국동남아 일부 국가는 대미 관세 충격으로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시장 예상보다 더 과감한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중국 역시 관세 회피 차원에서 발생하는 무역전용(Trade Diversion)의 여파로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 압력을 받고 있으나, 정부·당국이 연착륙을 꾀하는 만큼 완화 강도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2) 동결 진영(On hold)

미국과 캐나다처럼 내수 비중이 큰 경제에서는 핵심재(Core Goods) 가격이 관세 전가로 급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국계 리서치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이 연준(Fed)이 올해 추가 완화에 나설 여지를 사실상 차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3) 데이터 의존(Data-dependent) 진영

영국·호주·브라질 등은 물가보다 고용·임금 지표가 정책 판단의 열쇠다. 특히 브라질은 실질금리 수준이 아직 높아 추가 완화 여력이 남아 있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전 세계적인 완화 사이클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지만, 속도와 폭은 국가별로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은행(BoJ)은 미·일 간 무역 합의로 대외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자, 올해 10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재부상했다. 한편 유로존과 인도에서는 관세 이슈가 현재로서는 통화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꿀 정도로 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리는 연준이 관망 기조를 유지하리라 보지만, 글로벌 차원의 통화 완화 흐름은 향후 수개월간 지속될 것이다.” — 캐피털 이코노믹스 보고서


용어 풀이 및 추가 설명

관세(Tariff)는 특정 국가가 수입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무역수지 개선 등을 목표로 한다. 중앙은행(Central Bank)은 한 나라의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으로, 대표적으로 미 연준(Fed),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이 있다.

무역전용(Trade Diversion)은 관세가 낮은 우회 경로를 찾아 상품·서비스 흐름이 다른 나라로 전환되는 현상이다. 코어 상품(Core Goods)은 식품·에너지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제품군을 뜻해, 당국이 기조적 물가 흐름을 파악할 때 중시한다.

이처럼 관세는 성장 둔화 요인인 동시에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양면적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면 물가가 더 오를 위험이 커지고,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정책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결국 관세 변수는 중앙은행의 정책 불확실성을 높이며, 투자자·기업·가계 모두 통화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경제가 ‘관세 시대’의 파고를 넘어설 때까지, 중앙은행들은 서로 다른 항해 지도를 손에 쥔 채 분화된 길을 걸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