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충격과 경기 둔화 우려에 뉴욕 증시 급락

S&P 500 지수와 나스닥 100 지수가 2주 만에 최저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5주 만에 최저치로 밀려났다. 1일(현지시간) 정규장 초반 S&P 500은 -1.60%, 다우존스는 -1.35%, 나스닥 100은 -1.77% 하락했다. 9월물 E-미니 S&P 선물은 -1.67%, 9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1.87% 급락하며 현물 지수 하락세를 선반영했다.

2025년 8월 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번 급락의 직접적 촉매는 전날 늦게 발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 수입 관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국가에 대해 최소 15% 이상의 고관세를 부과하고, 전 세계에 10%의 보편적 최소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캐나다산 일부 제품에는 기존 25%에서 35%로 관세율을 인상했다. 시장은 글로벌 교역 둔화와 공급망 재편에 따른 성장률 하향을 우려하며 위험자산을 일제히 매도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 아마존닷컴(AMZN)이 3분기 영업이익을 155억~205억 달러로 제시했는데, 컨센서스 194억 달러(중간값 기준)를 밑돌자 주가가 7% 넘게 빠졌다. 이 여파로 반도체주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Marvell Technology -7%, Micron, AMD, ARM 등이 -3% 이상 내렸고, Broadcom·Intel도 -2% 이상 후퇴했다.


美 지표 쇼크, 금리 인하 기대 증폭

같은 날 발표된 7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는 시장에 추가 충격을 안겼다. 신규 고용은 7만3,000명 증가에 그치며 예상치(10만4,000명)를 크게 밑돌았다. 전월 수치도 14만7,000명에서 1만4,000명으로 대폭 하향 수정됐다. 실업률은 4.1%에서 4.2%로 0.1%포인트 올라 예상과 일치했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3.9% 상승해 예상치(3.8%)를 소폭 웃돌았다.

제조업 경기도 부진했다. 7월 ISM 제조업 지수는 48.0으로 예상치(49.5) 대비 큰 폭 하락하며 9개월 만에 가장 깊은 위축을 기록했다. 같은 달 건설지출은 전월 대비 -0.4% 감소해 시장 기대(0%)를 빗나갔고,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도 61.7로 하향 수정됐다.

경기 둔화 신호에 채권금리는 급락했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224%까지 내려 1개월 최저치로 후퇴했다. 이에 따라 연방기금선물(FF) 시장은 9월 FOMC에서 25bp(0.25%p) 금리 인하 가능성을 84%에서 85%로, 10월 회의에서는 68%로 각각 반영했다.

애틀랜타 연은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고용보다 목표와의 괴리가 크다”며 2025년 이후 금리 인하 전망을 쉽게 늘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클리블랜드 연은 베스 해맥 총재도 “오늘 고용지표는 실망스럽지만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관세 조치 세부 내용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번 조치가 시행될 경우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13.3%에서 15.2%로 올라 2024년(2.3%) 대비 6배 이상 뛰어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발효 시점은 8월 7일 0시 이후다.

시장 참여자들은 “관세는 곧 ‘세금’이므로 소비자와 기업 마진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이미 고금리와 비용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기업들은 추가 비용 전가 능력이 제한적이어서 이익률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적 시즌: ‘매그니피센트 세븐’이 주목

이번 주는 S&P 500 기업 중 38%가 실적을 발표하는 최대 분기 실적 주간이었다. 애플아마존 등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실적이 투자자 이목을 집중시켰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분기 S&P 500 순이익 증가율은 시즌 전 예상치(2.8%)를 웃돈 4.5%로 집계되고 있다. 보고를 마친 기업의 82%가 시장 기대를 상회했다.

그러나 개별 종목 간 희비는 극명했다. 플루어는 EPS 전망 하향으로 -32%, 이스트만케미컬 -21%, 코인베이스 -14% 급락했다. WW 그레인저, 모더나, 에이비스 버짓도 4~7% 하락했다. 반면 호실적을 공개한 Monolithic Power Systems(+7%), Kimberly-Clark(+4%), AES(+3%), Eli Lilly(+2%) 등은 강세를 보였다. 장기금리 하락이 주택 수요를 자극할 것이란 기대 속에 DR Horton·Lennar·PulteGroup 등 주택건설주도 2~4% 올랐다.


해외 증시 및 금리 동향

유럽 유로 Stoxx 50은 3개월 만에 최저치로 -2.80% 급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5주 최저치로 -0.37%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0.66% 내렸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2.639%로 1주 최저, 영국 10년물 길트금리는 4.509%로 4주 최저 수준이다. 유로존 7월 소비자물가(CPI)는 2.0%(전년 동월 대비)로 시장 예상을 소폭 상회했으나, 스와프 시장은 9월 ECB 25bp 인하 확률을 16%로 낮게 보고 있다.

TIP: E-미니 선물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축소형 지수선물’로, 증시 개장 전후에도 지수 방향성을 반영한다. FOMC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로,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시가총액 상위 7개 기술주(애플·아마존·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를 일컫는 애널리스트 용어다.


전망과 해석

시장 참가자들은 관세 정책을 2018~2019년 ‘무역전쟁’의 재현으로 보고 있다. 당시 미국 제조업 PMI는 50 아래로 떨어졌으며, 기업 투자가 급감했다. 현재도 고금리와 달러 강세, 지정학 리스크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추가 관세가 더해지면 글로벌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경기 둔화와 디스인플레이션을 근거로 연준이 9월 혹은 10월에 선제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70% 이상으로 본다.

기술주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이익 가시성이 높은 방어주와 인프라·헬스케어·배당주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분산하고, 변동성 헤지수단(옵션·채권)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