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9월물 선물(코드: CLU25) 가격이 -1.19달러(-1.70%) 하락한 반면, RBOB 9월물 휘발유(코드: RBU25) 역시 -0.0336달러(-1.53%) 떨어지며 30일(현지시간) 장 초반부터 약세를 보였다.
2025년 7월 3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화 지수(DXY)가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 원유 가격을 눌렀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정책 강화가 글로벌 성장 둔화와 에너지 수요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겹치며 매도세가 가팔라졌다. 반면 S&P 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치운 점은 경기 낙관론을 일정 부분 지지해 낙폭을 제한했다.
이미지 출처: Barchart
주간 글로벌 지표 호조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 노동부는 7월 넷째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1만8천 건으로 전주 대비 1천 건 증가했지만 시장 예상(22만4천 건)보다 양호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발표된 MNI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1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예상 42.0). 유로존 6월 실업률은 6.2%로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했으며, 일본 6월 산업생산도 전월 대비 1.7% 증가해 4개월 만에 최대폭 반등했다.
지정학·정책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러시아에 10일 내 휴전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러시아 에너지 수출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겠다고 경고했다.
JP모간체이스는 “러시아산 원유에 세 자릿수 관세가 부과될 경우, 제한적인 OPEC+ 여유 생산 능력으로 인해 시장이 심각한 공급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SWIFT 결제망에서 20개 러시아 은행을 추가 차단하고, 러시아 정유 제품을 재수출하는 제3국 거래에도 제재를 적용했다. 인도의 대형 정유사(러시아 로스네프트 지분 보유)와 이른바 러시아 “그늘 선단”(shadow fleet) 소속 탱커 105척이 추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OPEC+ 증산 전략과 수급 전망
블룸버그가 7월 10일 전한 바에 따르면, OPEC+는 9월 54만8천 배럴/일 추가 증산 이후 10월부터 증산 중단(동결)을 검토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미 전 세계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 속도로 늘고 있으며, 2025년 4분기에는 수요 대비 1.5% 초과 공급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증산 압박은 여전히 이어진다. 7월 5일 회의에서 OPEC+는 8월부터 548,000bpd 증산을 결정해 예상치(411,000bpd)를 웃돌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카자흐스탄·이라크 등 쿼터 초과 생산국들에 대한 “가격 압박 전략” 차원에서 추가 증산 가능성도 시사했다.
추가 설명: OPEC+란?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에 러시아 등을 포함한 10개 비(非)OPEC 산유국이 더해진 협의체다.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40%를 통제하며, 생산 조정 결정은 국제유가에 즉각적 영향을 미친다.
잠재적 공급 확대 요인
이라크 정부가 2023년 3월 이후 폐쇄됐던 이라크-터키 송유관을 재가동해 쿠르드 자치정부 북부 유전에서 하루 23만 배럴을 수출하도록 승인했다. 이라크는 OPEC 내 두 번째 산유국으로, 조기 재개 여부가 유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상 재고도 증가세다. 조사업체 보텍사(Vortexa)는 7월 25일 기준 해상에 정박한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23% 증가한 8,499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미국 내 생산·재고 지표
미 에너지정보청(EIA) 7월 31일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5.6% 낮았고, 휘발유·디스틸레이트 재고 역시 각각 0.7%, 15.2% 부족했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1,331만4천 bpd로 전주 대비 0.3% 증가했지만, 2024년 12월 첫째 주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천 bpd)에는 미치지 못했다.
베이커휴스 자료에 따르면, 7월 22일 주간 미국 가동 원유 시추기는 415기로 줄어 3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2월 정점(627기) 대비 가파른 감소세를 보여 미국 내 증산 속도가 둔화됐음을 시사한다.
시장 해설 및 전망
달러 강세와 관세 장벽 확대는 원유 수요를 낮추는 요인으로 동시에 작용한다. 특히 DXY가 상승하면 달러 표시 원유의 실질 가격이 비(非)달러권 국가에 더 높게 인식돼 매수세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와 EU의 러시아 에너지 제재는 잠재적으로 공급측 리스크를 키워 가격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OPEC+의 증산 기조와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교차하며 하반기 유가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본다. 과잉 공급이 현실화될 경우 70달러 선까지 하락할 수 있지만, 러시아·중동 리스크가 증폭될 경우 90달러 이상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 용어 해설
• RBOB: Reformulated Gasoline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 동부에서 거래되는 휘발유 선물 상품이다.
• SWIFT: 국제은행간통신협회가 운영하는 결제망으로, 제재 대상국 은행이 탈퇴되면 해외 결제가 사실상 차단된다.
• DXY: 달러화 가치 지수를 뜻하며, 유로·엔·파운드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가중 평균해 산출한다.
본 기사 작성 시점 기준, 필자인 Rich Asplund는 언급된 증권에 직접적·간접적 포지션이 없으며, 모든 정보는 참고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