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전일 대비 -1.01달러(-1.50%) 하락한 66.41달러에, 8월물 RBOB 가솔린은 -0.0306달러(-1.44%) 떨어진 2.10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이틀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특히 가솔린 가격은 2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5년 7월 22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이 예고한 보복 관세(reciprocal tariffs) 인상 계획을 글로벌 성장 둔화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는 오는 8월 1일까지 미국과 무역 합의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로 인한 에너지 수요 감소 전망이 국제유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달러화 약세가 일부 낙폭을 제한했으나 방향성을 바꾸지는 못했다.
“미국이 당한 만큼 똑같이 되갚아주겠다.” — 트럼프, 관세 인상 예고 발언 中
◇ 부정적인 거시지표가 투자 심리를 냉각
미국 7월 리치먼드 연은 제조업지수는 ‑20으로 전월 대비 12포인트 급락하며 11개월 만의 최저치를 찍었다(시장 예상 +-2). 유로존에서는 ECB(유럽중앙은행)의 분기별 대출행태조사(Bank Lending Survey)가 2분기 대출 수요 부진을 재확인, 경기 둔화 우려를 더했다.
◇ 이라크 쿠르드 지역 수출 재개 전망
3월 2023년 이후 중단됐던 이라크 ‑ 터키 송유관을 통한 쿠르드 자치구 원유 수출이 재개될 가능성도 공급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이라크 정부는 하루 23만 배럴 규모의 공급을 목표로 계획을 승인했으며, 이라크는 OPEC 2위 생산국이다.
◇ EU, 러시아 추가 제재…단기 지지 요인
반면 유럽연합(EU)은 지난 18일 러시아산 원유 및 정제제품에 대한 추가 제재 패키지를 승인했다. 주요 내용은 △20개 러시아 은행의 SWIFT 차단 △제3국에서 재정제된 러시아 석유에 대한 제한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Rosneft PJSC)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정유사 제재 및 △‘그림자 선단’ 105척 추가 제재 등이다. 해당 조치는 약세장을 제한하는 단기적 상승 요인으로 해석된다.
◇ OPEC+ 증산 기조…공급 과잉 우려
OPEC+는 7월 5일 회의에서 8월 1일부터 일일 54만8천 배럴의 추가 증산을 결정, 시장 예상(41만1천 배럴)을 웃돌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향후 유사 규모의 증산이 이어질 수 있다”며 과잉 생산국(카자흐스탄·이라크 등)을 압박하는 전략적 선택임을 시사했다. 이는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 배럴의 팬데믹 감산을 완전히 회복하려는 로드맵의 일환이다. 실제로 6월 OPEC+ 생산량은 전월 대비 36만 배럴 늘어난 2,810만 배럴(18개월 만의 최고치)을 기록했다.
◇ 증산 ‘일시 중단’ 시나리오도 거론
블룸버그는 7월 10일 “OPEC+가 9월 54만8천 배럴 증산 이후 10월부터 증산을 일시 중단하는 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하반기 수요 둔화 시 1일 100만 배럴 규모의 재고가 쌓여 2025년 4분기에는 세계 수요의 1.5%에 해당하는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해상 저장 원유 감소
조사기관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7월 18일로 끝난 주간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에 적재된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4% 줄어든 6,631만 배럴로 집계됐다. 정박 재고 감소는 물리적 수급 타이트닝 신호로 해석되며 유가를 지지했다.
◇ 미국 재고·생산·시추 동향
미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보고서(7월 11일 종료 주)에 따르면 원유 재고는 385.9만 배럴 감소해 3주 만에 첫 감소세를 보였다. 가솔린 재고는 339.9만 배럴,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417.3만 배럴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 일일 원유 생산량은 1,337.5만 배럴로 전주 대비 0.1% 줄어 2024년 1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1만 배럴)를 밑돌았다.
베이커휴스 자료에 따르면 7월 18일로 끝난 주간 미국 가동 유정은 -2기 감소한 422기로 3.75년 만의 최저치를 경신했다. 2022년 12월 정점(627기) 대비 32.7% 줄어든 수준이다.
◇ 용어 해설
1 WTI(West Texas Intermediate)는 미국 텍사스 서부산 경질유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기준 원유다.
2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은 미국 환경 기준에 맞춰 산소 첨가제를 혼합하기 전의 가솔린 블렌드 스톡을 의미한다.
3 SWIFT는 전 세계 금융기관 간 메시지 전송·결제를 지원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 네트워크를 말한다.
4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은 제재 회피를 위해 선박 국적이나 소유 구조를 숨긴 채 운항하는 유조선 집단이다.
◇ 기자의 시각
수급 측면에서 보면 정제유 재고 증가 및 원유 재고 감소라는 상반된 데이터가 혼재한다. 관세 정책이 실물 경기 둔화를 촉발할 경우 단기적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러시아 제재·중동 공급 차질)는 공급 불확실성을 높여 유가 변동성을 키울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의 관세 카드가 현실화될 경우, 신흥국의 석유 소비 둔화 폭이 선진국보다 클 가능성이 있어 지역별 수요 편차에 주목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투자자들은 OPEC+의 추가 증산 여부와 4분기 글로벌 재고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