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글로벌 IT 기업 HP Inc.가 관세(타리프) 불확실성에 따른 PC 선주문(pull-in) 효과가 사라질 경우 2026회계연도 실적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월가 대표 투자은행 가운데 하나인 에버코어 ISI는 HP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아웃퍼폼(Outperform)’에서 ‘인라인(In Line)’으로 한 단계 내렸다.
2025년 9월 10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에버코어는 “주가가 목표가(29달러)에 근접한 상황에서 이익(EPS)·잉여현금흐름(FCF) 상향 여력이 제한적”이라며 “관세 회피 목적의 선주문이 2026년 1분기까지 수요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에버코어는 최근 PC 매출 회복세가 ‘지속적 수요’가 아니라 “관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 물량 앞당김”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특히 PC 부문 강세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며, 2026회계연도(이하 FY26) 상반기 예측치에 하향 리스크가 존재한다”라고 지적했다.
PC·프린팅 명암 뚜렷…“델, PC 가격 공세 가능성”
에버코어는 윈도우 11(Windows 11) 업그레이드 수요 덕분에 글로벌 PC 시장이 향후 2~3년간 ”중·한 자릿수(mid-single-digit)”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HP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 내 다른 축인 프린팅(특히 오피스용) 부문은 구조적 역풍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또 “시장점유율 방어에 나선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가 가격 경쟁을 강화할 경우 HP PC 영업이익률에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영진 가이던스: AI PC가 2년 내 출하 절반 차지
HP 경영진은 2025회계연도 연간 잉여현금흐름 가이던스를 26억~30억 달러로 유지했다. 4분기(8~10월)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컨센서스와 유사한 0.87~0.97달러로 제시했다.
PC 부문 EBIT 마진은 5%~7% 범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회사는 “AI 기능이 탑재된 차세대 PC가 향후 24개월 안에 전체 출하량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마진을 보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풀-인(pull-in)’이란 무엇인가?
‘풀-인’은 공급망 또는 관세 변화 등 외부 요인을 앞두고 기업·소비자가 구매 시점을 앞당기는 현상을 의미한다. 단기적으로 매출이 급증하지만, 향후 분기에는 수요가 공백(클리프)을 만들 수 있다. 이번 경우는 미·중 무역 긴장과 관세 인상 가능성이 트리거로 작용했다.
에버코어 “주가, 목표가 부근…상승여력 제한”
에버코어는 목표주가 29달러를 유지했다. 보고서는 “추가 상승 동력을 확보하려면 EPS·FCF 전망이 상향 조정되어야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다양한 이슈가 교차해 그 가능성이 낮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HP 주가는 최근 달러 기준 29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아웃퍼폼은 시장수익률 대비 초과수익이 기대된다는 의미이며, 인라인은 ‘시장과 유사’ 수준으로 평가 등급이 낮아진 것이다.
전문가 의견
“단기 실적은 안정적이나 ‘선주문 리스크’와 프린팅 부문의 구조적 부진이 해소되지 않는 한, 주가 재평가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글로벌 PC 시장의 최대 화두는 ‘AI PC’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엔비디아가 잇따라 전용 칩·OS 최적화 전략을 내놓으면서 제조사 간 차별화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HP 또한 AI PC 비중을 빠르게 확대하겠다고 밝힌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PC 업계가 경기 민감 산업이라는 점에서 거시경제 둔화 및 달러 강세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는 평가도 함께 제기된다.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2026년 이후 수요 공백 및 가격 경쟁 심화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은 ① 관세 정책 동향, ② AI PC 전환 속도, ③ 프린팅 구조조정 진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