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시한·연준 정책 발표 앞둔 아시아 증시, 제한적 상승세

아시아 주요 주가지수가 관세 시한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발표를 앞두고 신중한 ‘기대 관망세’ 속에서 소폭 상승했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MSCI 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 지수는 0.3% 올랐다. 대만 증시가 상승 흐름을 주도했으며, 전일 뉴욕 증시가 대형 기술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약보합으로 마감한 뒤 나타난 흐름이다.

국가별로는 호주 S&P/ASX200이 0.7% 올랐고, 일본 니케이225는 0.03% 하락, 홍콩 항셍지수는 0.4% 떨어졌다. 유로화는 한 달 최저치에서 0.2% 반등해 1유로=1.1564달러를 기록했다.


중앙은행 릴레이와 관세 시한

투자자들은 이번 주 주요국 중앙은행 회의, 경제 지표 발표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8월 1일 관세 최종 시한으로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에 대비하고 있다.

연준은 30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부 위원이 선제적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이례적 ‘소수 의견’을 제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ANZ 시드니의 톰 케니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팟캐스트에서 “노동시장이 완전고용 수준에 가까워 다수 위원은 관세가 물가에 미칠 영향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지만, 일부는 관세가 기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려 지속적 가격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은 9월 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With labour market conditions near full employment, most Fed officials want to wait and see how tariffs impact inflation.” — Tom Kenny, ANZ

투자자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소수 의견(dissent)’은 중앙은행 금통위에서 일부 위원이 공식 결정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는 정책 방향에 대한 내부 의견 차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미 국채·달러·유가 동향

연준 회의를 앞두고 미 국채 매수세가 유입되며 10년물 금리는 4.328%로 7월 3일 이후 최저치로 내려갔다. 2년물 금리는 3.873%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7년물 국채 입찰 수요 호조가 금리 하락(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原油(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72.65달러로 0.19%(14센트)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단축 시한을 제시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제기됐다.


‘해방의 날’ 관세가 뭐길래?

미 행정부는 8월 1일을 일명 ‘Liberation Day Tariffs’(해방의 날 관세) 시한으로 못 박았다. 이는 휴전 형태로 유지돼 온 90일간의 미·중 관세 휴전을 공식 종료할 수 있는 기점이다. 미·중 협상팀은 29일 회담을 열고 휴전 연장 협의에 나섰으나 실질적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 백악관은 시한 연장 여부를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인도 또한 8월 1일 이후 미국이 일부 인도산 수입품에 20~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인도 정부 소식통 두 명은 “추가 양보 없이 시간을 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에선 산업·기획재정부·통상교섭본부 장관급 3인이 미 상무부의 하워드 루트닉 장관과 막판 담판에 나섰다.


일본은행·싱가포르 통화당국 움직임

31일 열리는 일본은행(BOJ) 회의에서도 금리 동결이 유력하다. 최근 미·일 무역합의로 BOJ가 긴축 재개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은 30일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2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싱가포르 달러(SGD)는 미 달러 대비 0.2% 강세를 나타냈다.


기술 메가캡 실적·시장 기대치

30일 예정된 마이크로소프트메타(구 페이스북)의 실적 발표는 이번 주 뿐 아니라 전체 2분기 실적 시즌의 분위기를 결정지을 핵심 변수로 꼽힌다. 호주 중개사 페퍼스톤의 리서치 책임자 크리스 웨스턴은 “지금까지는 양호한 미국 실적 시즌이었지만, 이들 ‘메가캡’ 기업은 시장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져 있어 ‘완벽한 성적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가캡(Megacap)’은 시가총액이 2,000억 달러 이상인 초대형 기업을 가리키는 금융업계 전문 용어다. 그 영향력 탓에 실적 한 번으로 글로벌 증시 방향성이 좌우될 수 있어 투자자들은 관련 뉴스를 예의주시한다.


전문가 시각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매파적 동결을 선택할 경우 단기 금리와 달러 강세가 재점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대로 비둘기파적 신호가 나오면 국채금리가 추가로 하락하고 위험자산이 상승 랠리를 이어갈 여지도 있다.

또한 8월 1일 이후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공급망 교란, 비용 전가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 그리고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외환·채권·원자재 등 다중자산 분산 전략이 요구된다는 조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