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불확실성 완화로 기업들의 가격 인상 언급 급감

로이터 분석에 따르면, 3분기 전 세계 주요 기업들 가운데 가격 인상을 시사한 사례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무역 합의로 재무 계획 수립의 가시성이 높아지고, 기업들이 판매 감소 위험을 피하기 위해 가격 전략을 더 보수적으로 전환한 결과라는 평가다. 이번 평가는 기업의 성명과 실적 발표(earnings) 및 컨퍼런스 콜 내용을 로이터가 종합 검토해 도출했다.

2025년 11월 24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월마트(Walmart)의 실적 발표가 미국 소매 대형주들의 사실상 마지막 실적 주를 마무리했다. 같은 기간 타깃(Target), 홈디포(Home Depot), 로우스(Lowe’s) 등도 실적을 공개하며, 한정 할인과 프로모션 등으로 연휴 성수기 수요를 공략하는 서로 다른 대응 전략을 내놨다. 이는 역대 최장 기록의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연방 복지 지급이 지연되고 경제지표 공표가 중단되는 등 소비 환경이 흔들린 가운데,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소비자층의 지출 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다.

가격 인상 흐름의 급감은 정량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로이터가 올해 초부터 관세 관련 기업 발언을 추적한 결과, 10월 16일 이후 실적 공시에서 가격을 올렸거나 인상 예정이라고 명시한 기업최소 28곳이었다. 이는 2분기 약 51곳, 1분기 약 90곳과 비교해 뚜렷한 감소다. 이 목록은 모든 기업을 포괄하지 않고, 관세와 직접 연동된 가격 조치명확히 밝힌 주요 상장사만 계수한 점을 전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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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CE HIKES MENTIONS FALL라는 주제에서, 알파센스(AlphaSense)의 시장 인텔리전스 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이 관세 맥락에서 ‘가격 인상’을 언급한 빈도1분기 실적 시즌(4월 15일~7월 15일) 대비 3분기(10월 16일 시작)약 68% 급감했다. 3분기 진입 전 기업들은 미국 관세로 인한 비용350억 달러 이상으로 경고했으나, 새로운 무역 합의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무역전쟁 노출이 줄며 비즈니스를 마비시켰던 불확실성의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자 초기 비용 전망을 하향하는 사례가 늘었다. 특히 당시 관세 인상으로 미국 수입 관세율은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는 점이 배경으로 지목됐다.

월마트의 차기 CEO 존 퍼너(John Furner)는 최근 실적 콜에서 “올해 초 예상했던 것보다 관세 영향이 더 적었다”면서, 연말 쇼핑 시즌을 맞아 가격 인하에 집중하고 있음을 밝혔다.

애넥스 웰스 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라이언 제이컵슨(Brian Jacobsen)은 “올해 초에는 투자자들이 각 기업의 관세 대응 전략을 궁금해했다면, 지금은 그 전략을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며 “가격 인상을 과감히 택하는 기업은 드물다”고 말했다.

소매업체, 관세 충격 ‘흡수’ 전략 확산이라는 흐름도 두드러진다. 월마트 등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비 행태가 뚜렷하게 갈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허니 에셋 매니지먼트의 CEO 켄 마허니(Ken Mahoney)는 “기업들은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를 감안해 인상분을 전가(pass-through)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타깃이 올해 연말시즌에 식품·유아·생활필수품 3,000개 품목 가격을 인하하는데, 이는 2024년 약 2,000개에서 늘어난 규모라고 짚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맥도날드, 도미노 피자, 타코벨의 모회사 럼브랜즈(Yum Brands) 등 패스트푸드 체인도 저가 번들기간 한정 할인을 확대하며 저소득층 중심의 수요 둔화에 대응하고 있다. 데커스 브랜즈(Deckers Brands)의 CEO 스테파노 카로티(Stefano Caroti)는 실적 발표 후 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반기에는 더 신중한 소비를 예상한다. 관세와 가격 인상의 완전한 영향이 미국 내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체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에 따른 경쟁 역학도 격해지고 있다. 뉴웰 브랜즈(Newell Brands)의 CEO 크리스 피터슨(Chris Peterson)은 10월에 “우리는 가격을 올렸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따라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특히 외부 소싱 비중이 큰 사업에서는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포지셔닝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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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과 관련해, 10월 물가 지표발표가 지연됐으나, 지난달 공개된 9월 수치항공권·호텔/모텔 등에서의 가격 상승 둔화중고차·트럭의 하락에 힘입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억제됐음을 시사했다.

부문별 가격 조치의 추이도 달라졌다. 로이터 트래커에 따르면 2·3분기에는 산업재(Industrials)가 가격 조치 빈도를 주도했고, 그 뒤를 소비재(Consumer)가 이었다. 반면 1분기에는 소비재타 부문 대비 월등히 앞섰다. 다수 기업이 공급업체 압박을 호소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향후 궤적은 여전히 불균등하다. 일부 기업은 4분기 추가 전가(pass-through)를 예고한 반면, 다른 기업은 가격 안정을 전망한다. 동시에 많은 기업이 재고 선매입, 소싱 전환, 경쟁 규율 유지완화 전략에 의존하며, 가이던스가 추가 관세 인상이 없다는 전제에 크게 좌우된다고 경고했다.

록웰 오토메이션(Rockwell Automation)2026 회계연도수 포인트의 가격 인상을 예상하며, 그 중 1%포인트기본 가격, 1%포인트관세 조정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CFO 크리스티안 로테(Christian Rothe)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관세를 초과 이익을 노리는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픽티브(Fictiv)의 CEO 데이브 에번스(Dave Evans)는 관세의 ‘엔드게임’(end game)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비용은 고객에게 전가되고 있지만, 대다수 기업은 자체 흡수하거나 공급사와 분담하고 있다. 많은 조직이 장기 관세 전략에 대한 명확성이 확보될 때까지 대규모 인상을 미루고 있다. 정책이 다시 바뀔 경우 여러 차례 가격 조정을 피하기 위해서다.”


분석과 시사점

가격 인상 언급의 급감은 기업들이 수요 탄력성경쟁구도를 고려해 가격 결정력을 신중하게 행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관세 충격을 전가하기보다 마진 관리(비용 절감·소싱 다변화·재고 선매입)를 통해 흡수하는 전략이 확산하면, 단기적으로는 총수요에 대한 부담이 줄고 헤드라인 물가의 상방 압력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관세의 상향 재개 또는 공급망 비용 재상승이 현실화될 경우, 억눌린 전가가 지연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날 위험도 공존한다. 소매·요식업에서 관측되는 저가 번들·프로모션 경쟁고객 유지에는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평균판매단가(ASP)이익률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부문별로는 산업재가 2·3분기 가격 조치를 주도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원자재·부품의 관세 민감도가 높고, 공급계약 구조(예: 서플라이어 인덱싱)에 따라 부분적 전가가 더 빠르게 일어났음을 시사한다. 반면 소비재는 1분기에 전가가 두드러졌으나, 이후 소비자 저항경쟁사 미추종으로 가격 인상 피로가 누적되며 전략을 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뉴웰 브랜즈 사례처럼 일방적 인상점유율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가격/볼륨 트레이드오프를 둘러싼 게임이론적 균형이 형성되고 있다.

재무 계획 측면에서는, 무역 합의가이던스의 신뢰도가 회복되며, 기업들은 선제적 재고소싱 리디자인을 통해 비용 변동성을 줄이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명시했듯, 전망은 관세가 더 이상 악화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의존한다. 만약 정책 불확실성이 재점화되면, 현재의 가격 동결·경쟁 절제 국면은 빠르게 재가격(book re-pricing)주문 조건 재협상의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


용어 풀이간단 해설

관세(Tariff): 국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수입 가격국내 판매가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전가(Pass-through):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옮기는 행위다. 전가율이 낮으면 기업이 마진으로 흡수한다.
알파센스(AlphaSense): 기업 실적 발표·문서에서 키워드 언급을 추적하는 시장 인텔리전스 플랫폼이다.
실적 콜(Earnings call): 분기·연간 실적 발표 후 경영진이 애널리스트 질의에 답하는 회의다.
소싱 전환(Sourcing shift): 조달처 다변화로 관세·리스크를 낮추는 전략이다.


취재·정리: Shivansh Tiwary, Savyata Mishra, Arpan Varghese | 출처: 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