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불확실성 여파,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실적 전망 부진에 주가 11% 급락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 이하 TI)가 3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발표했으나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11.4% 급락했다.

2025년 7월 22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TI는 관세 불확실성과 일부 고객사의 수요 둔화를 이유로 아날로그 반도체 판매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올해 들어 주가가 13% 넘게 상승했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실망감이 더욱 두드러졌다.

TI는 3분기 주당순이익(EPS)을 1.36~1.60달러로 제시했다. 중간값 1.48달러는 LSEG 집계 애널리스트 컨센서스(1.49달러)를 소폭 하회했다. 매출 전망은 44억5,000만~48억 달러로, 시장 예상치 45억9,000만 달러와 유사한 범위이나 역시 보수적이다. 회사는 2분기 매출 44억5,000만 달러를 기록해 컨센서스를 소폭 상회했지만, 관세와 지정학적 변수가 향후 수요를 위축시킬 가능성을 강조했다.


1. 경영진 발언 — 관세 불확실성·자동차 경기 둔화

Haviv Ilan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

“관세와 지정학적 이슈가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며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자동차 부문 회복세가 예상보다 얕다”

고 밝혔다.

TI 자체적으로는 미국 내 300밀리미터(㎜) 웨이퍼 생산 설비 확대를 추진 중이지만, ASML·TSMC 등 글로벌 파운드리 및 장비업체가 관세 협상 지연으로 투자 결정을 보류하고 있어 여파가 TI에도 전이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2. 300㎜ 웨이퍼·공장 가동률(Factory Loading) 용어 해설

• 300㎜ 웨이퍼: 웨이퍼 지름이 300mm(12인치)인 기판으로, 200mm 대비 칩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어 규모의 경제가 크다.
• 공장 가동률: 일정 기간에 생산 설비가 실제로 가동된 비율을 뜻한다. 가동률이 낮으면 고정비 부담이 커져 이익률(마진)이 압박을 받는다.

3. 매출·마진 전망과 세제 변수

Stifel 애널리스트 Tore Svanberg는 “투자자들은 3분기 가이던스에서 특히 총이익률(Gross Margin) 반등을 기대했으나 TI가 ‘3분기에도 공장 가동률이 2분기와 동일 수준’이라고 밝히면서 실망감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재무총괄(CFO) Rafael Lizardi는 “총이익률은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횡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회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서명한 ‘대규모 감세·지출 법안’에 따른 세법 개정 효과를 실적 가이던스에 반영하지 않았다. Ilan CEO는 “새 세제 도입으로 2025년까지는 세율이 상승하지만 2026년 이후에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4. 타사 동향과 업황 비교

글로벌 노광장비 1위 ASML은 지난주 ‘2026년 매출 성장 달성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경고했으며, 세계 최대 파운드리 TSMC 역시 관세 리스크를 감안해 보수적 가이던스를 제시한 바 있다. TI의 실적 전망 하향은 이 같은 업계 전반의 신중 기조를 재확인한 셈이다.


5. 전문가 시각 — 투자 전략 및 리스크

Summit Insights 애널리스트 Kinngai Chan은 “지난 분기에 TI가 ‘관세와 무관하게 의미 있는 수요 회복’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톤이 바뀌었다”며 “2분기 주문이 정상화되는 모습을 경영진이 확인한 만큼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TI가 미국 내 생산설비 확충에 60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비용 구조 개선 효과가 예상된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① 관세 협상 지연, ② 고객사 투자 축소, ③ 세율 상승이 모두 이익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6. 에디터 분석 — 관세 변수의 ‘새 국면’

이번 실적 발표는 반도체 업계가 직면한 관세·지정학 리스크가 단순히 중국과 미국 간 갈등 차원을 넘어, 투자 타이밍과 고객사 발주 패턴 전반을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TI처럼 아날로그 칩에 강점을 가진 기업은 산업·자동차 수요에 의존도가 높아, 경기 민감도와 관세 변수 모두에서 ‘하이브리드 리스크’를 안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300㎜ 웨이퍼 전환을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가 주가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단기 실적 하락이 길어질 경우, 대규모 설비투자가 ‘캐시 카우’를 잠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① 관세 협상 진전 여부, ② 고객사 재고 조정 추이, ③ 공장 가동률 변동을 집중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결국 TI의 주가는 정책·수급·기술 전환의 세 축이 맞물려 결정될 전망이다.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겠지만, 300㎜ 전략이 가시화되고 관세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시점이 오면 실적 레버리지 효과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