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불확실성 속 혼조세 보인 아시아 증시

아시아 주요 증시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에 대한 경계심으로 8일 혼조세를 나타냈다. 전날 월가가 등락을 오가는 모습을 보인 데다, 관세가 전격 발효된 이후에도 미국이 세율과 적용 대상 품목을 수시로 바꾸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2025년 8월 8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칩 수입품에 대해 최고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미국 내에서 공장을 짓는 기업은 면제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 수입에도 최대 250%의 관세를 경고하면서 공급망 재편 압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부진한 고용지표와 경제지표를 근거로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미 중앙은행가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향후 수 주간 글로벌 증시에 미칠 영향에 시장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호주 증시는 전일에 이어 소폭 하락세를 이어갔다. S&P/ASX 200 지수는 장중 8,790.30까지 밀렸다가 전장 대비 6.50포인트(−0.07%) 하락한 8,824.90에 거래되고 있다. 금융주와 기술주 약세가 광산주 강세로 일부 상쇄되는 모습이다.

대형 광산주 가운데 BHP, 포테스큐(Fortescue), 미네랄 리소시스(Mineral Resources)가 일제히 약 1%씩 상승했고, 리오 틴토(Rio Tinto)는 0.2% 소폭 오름세다. 반면, 기술주 지수는 Zip −3%, 와이즈테크(WiseTech Global) −2%, 제로(Xero) −1% 등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Afterpay의 모회사 블록(Block)은 2분기 실적 호조에 7.5% 급등해 대조적인 흐름을 연출했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커먼웰스뱅크·NAB·웨스트팩은 0.1∼0.3% 하락했고, ANZ는 0.3% 소폭 반등했다. 금 광산주도 대체로 강세를 타며, 노던스타(Northern Star Resources)가 4% 가까이 급등했고, 이볼루션·리절루트가 1.5%씩 올랐다.

개별 종목에서는 가구업체 닉 스칼리(Nick Scali)가 호·뉴질랜드 2분기 주문 증가와 65%의 높은 총마진을 근거로 9% 급등했다. 아이레스(Iress)는 블랙스톤(Blackstone)의 인수 제안을 검토했다는 이사회 확인 이후 12% 폭등했다. 반면 자산운용사 GQG 파트너스(GQG Partners)는 7월 한 달 만에 약 14억 달러가 유출됐다는 소식에 14% 급락해 대조를 이뤘다.

외환시장에서 호주달러(AUD)는 1달러당 0.652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본 증시는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급등세를 연출했다. 니케이225 지수는 오전장 909.53포인트(+2.22%) 오른 41,968.68로 마감하며 41,950선을 회복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1분기 실적 서프라이즈에 11% 급등했고,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운영사)은 3% 가까이 올랐다.

기술 섹터에서는 어드반테스트·도쿄일렉트론이 2% 넘게, 스크린홀딩스가 4% 가까이 상승했다. 대형 수출주인 소니는 실적 가이던스 상향 조정에 6% 넘게 급등했고, 토요타·혼다도 2∼3% 강세를 나타냈다.

그 밖에 테루모 10%, 니토리 8%, 오릭스 6%, 닌텐도 5% 등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반면 주가이제약은 18% 폭락했고, 트렌드마이크로·DeNA는 6% 이상 급락해 대조적이었다.

경제 지표 측면에서는 6월 일본 가계지출이 전월 대비 5.2% 감소해 시장 예상치(−3.0%)를 밑돌았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3% 증가했으나 증가 폭은 기대치(2.8%)에 못 미쳤다. 같은 달 경상수지는 1조3,480억 엔 흑자로 전년 대비 23.6% 감소하며 예상치(1조4,800억 엔)를 하회했다.

달러·엔 환율은 1달러당 147엔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아시아 다른 지역에서는 뉴질랜드·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대만 증시가 0.1∼0.9% 상승했고, 홍콩·싱가포르·한국은 0.2∼0.5% 하락했다. 중국 본토는 보합권에서 등락을 제한했다.

뉴욕증시에서는 나스닥이 0.4% 상승해 전날 강세를 이어갔으나, S&P500은 0.1% 하락, 다우지수는 0.5% 떨어져 혼조 마감했다. 유럽 주요국 지수 또한 영국 FTSE100 −0.7%, 프랑스 CAC40 +1.0%, 독일 DAX +1.1%로 엇갈렸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9월물은 전일 대비 0.76% 내린 배럴당 63.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용어 풀이 및 참고 :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란 무역 상대국이 부과하는 관세율만큼 동일한 세율을 매기는 방식이다.
WTI는 미국 내 원유 현물가격의 기준이 되는 서부텍사스산 원유를 뜻하며, 국제 유가의 대표 지표로 쓰인다.
니케이225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 종목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225개 기업으로 구성된 대표 지수다.

기자 해설 : 잇따른 고관세 정책은 단기적으로 미국 내 생산 유인 효과를 노리지만,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을 확대해 환율·원자재·수출주 전반에 걸쳐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아시아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대만·중국 기업의 실적 가이던스에 하방 압력이 가중될 수 있어 단기 트레이딩보다는 방어적 포트폴리오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