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항공사 주가, 미국 대비 초강세
유럽 주요 항공사들의 주가가 최근 6개월 동안 급등한 반면, 미국 항공사 주가는 여행 소비 둔화 우려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러한 흐름은 지정학·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더욱 주목된다.
2025년 8월 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무역전쟁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루프트한자·에어프랑스-KLM·IAG(브리티시항공 모회사) 등 유럽 ‘플래그 캐리어*’들의 주가는 꾸준히 우상향했다.
반면 델타항공·유나이티드항공·아메리칸항공(NASDAQ:AAL) 등 미국 상위 항공사들의 주가는 같은 기간 하락세를 보였다. 여행 지출은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재량적(discretionary)’ 성격이 강해, 미국 경제 성장 둔화와 높은 인플레이션 전망이 미국 항공주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적·주가 나란히 질주한 유럽 항공사
유럽 대표 항공사 루프트한자와 에어프랑스-KLM은 1일(현지시간)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두 회사 모두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했고, 이는 주가 랠리로 이어졌다. 특히 에어프랑스-KLM은 올해 들어 유럽 대형 항공사 중 주가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IAG 역시 2일 예정된 실적 발표를 앞두고 완만하지만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전문가들은 미국인들의 유럽 여행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 에어프랑스가 럭셔리 이미지를 강화해 프리미엄 좌석 판매를 확대한 점 등을 상승 동력으로 꼽았다.
Goodbody 애널리스트 더들리 셴리(Dudley Shanley)는 “북대서양 노선 수요가 투자자들의 우려만큼 꺾이지 않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주가가 재평가됐다”고 진단했다.
미국 항공주, 회복 조짐은 있지만…
미국 항공사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지출법안 통과, 관세 이슈 완화 등으로 거시경제 리스크가 일부 해소되자 올 들어 기록한 연중 저점에서 어느 정도 반등했다. 그러나 2025년 미국 항공사들의 연간 EPS 컨센서스는 여전히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된 상태다.
Melius 리서치의 코너 커닝햄(Conor Cunningham) 애널리스트는 “여행 수요는 결국 소비자 신뢰에 의해 좌우된다”며 “기업 출장 수요가 개선되고 소비 심리가 회복된다면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이번 ‘관세발(發) 경기 둔화’를 일시적 숨고르기로 돌아보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규제 부담·환경비용에도 ‘버티는’ 유럽
유럽 항공사 최고경영자(CEO)들은 탄소배출권·공항세 등 환경 규제 비용이 타 지역 항공사 대비 과도하다고 여러 차례 하소연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 엄격한 비용 통제와 네트워크 최적화 전략이 투자자 신뢰를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 시각: 향후 관전 포인트
1) 북대서양 노선 수요 – 미국·유럽 간 항공편은 양 지역 항공사 수익에 결정적이다. 유럽 항공사의 고급 서비스 전환 전략이 효과를 지속할지, 미국 기업 출장 회복이 어느 정도 실현될지가 핵심 변수다.
2) 환율 및 유가 – 달러 강세는 유럽 항공사에는 유리(매출은 달러, 비용은 유로)하지만,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면 양측 모두 비용 압박을 받을 수 있다.
3) ESG 규제 심화 – EU의 ‘Fit for 55’(온실가스 55% 감축) 정책이 항공권 가격에 미치는 파급력도 중장기 관전 포인트다.
용어 설명
*플래그 캐리어(flag carrier)란 각 국가를 대표하며 정부 지원·규제를 받는 전통적인 국적기를 의미한다. 예컨대 영국의 브리티시항공, 독일의 루프트한자 등이 해당한다.
종합 전망
현재까지 데이터는 유럽 항공주가 미국 항공주 대비 구조적 우위를 확보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관세 정책, 소비 심리, 유가 등 변동성이 높은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업계·투자자 모두 향후 6~12개월간의 지표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