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기반 광고기술(애드테크) 기업 트레이드 데스크(Trade Desk) 주가가 장전(pre-market) 거래에서 약 33% 급락하며 시가총액이 120억 달러(약 15조8,000억 원) 이상 증발할 위기에 놓였다. 이번 급락은 최고경영자(CEO) 제프 그린(Jeff Green)이 “관세를 둘러싼 지속적인 불확실성이 글로벌 대형 광고주들의 지출을 짓누르고 있다”고 언급한 직후 발생했다.
2025년 8월 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트레이드 데스크의 장전 거래 폭락은 회사 자체 펀더멘털보다는 거시적 통상환경의 불안정성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특히 미국과 주요 교역국 간 관세 정책 변화가 광고 업계 전반에 ‘보류 효과(hold-off effect)’를 일으키며, 신규 캠페인 출시를 앞둔 소비재·제조업 대기업들 사이에서 지출 지연이 잇따르고 있다.
트레이드 데스크는 글로벌 대형 브랜드를 대상으로 디지털 광고 캠페인 구매·최적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 같은 ‘빅 브랜드 집중 전략’은 광고 단가 상승과 대규모 예산 집행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세계 경기 변동 및 무역 갈등에 더 민감하게 노출된다는 단점도 있다. 그린 CEO는 전날 실적 설명회에서 “동종 경쟁사 다수가 중소기업(SMB)을 주 고객으로 삼는 데 비해, 우리는 매크로 리스크에 더욱 취약한 대형 소비재·자동차·전자업체들과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분기 우리는 메타(Meta)의 매출 성장률 22%를 밑돌았다. 통상적으로 ‘열린 인터넷(open Internet)’ 생태계가 폐쇄형 플랫폼보다 빠르게 성장해 왔지만, 최근 전세가 역전되는 양상을 주목해야 한다.” — 바턴 크로켓(Barton Crockett) 로젠블랫증권 애널리스트
크로켓 애널리스트는 폐쇄형 플랫폼(일명 ‘클로즈드 가든’)이 개방형 인터넷보다 더 빠르게 성장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트레이드 데스크는 대형 브랜드 매출 노출도가 높아 관세 압박에 직접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무 가이던스 및 애널리스트 반응
회사는 2025년 3분기 매출을 최소 7억 1,700만 달러로 제시해 LSEG(구 리피니티브) 집계 시장 전망과 대체로 부합했다. 그러나 실적 가이던스가 ‘컨센서스 상단을 뚫고 나가는’ 수준은 아니었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실적 발표 직후 최소 7곳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으며, LSEG 데이터 기준 목표주가 중앙값은 종전 대비 하락한 84달러로 재조정됐다. 이날 하락분이 고스란히 반영될 경우, 주가는 해당 목표치를 한참 밑돌게 된다.
또한 회사는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알렉스 카이얄(Alex Kayyal)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카이얄 CFO는 8월 21일부로 로라 셴케인(Laura Schenkein)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투자업계에서는 “재무 수장 교체가 불확실성 해소에 긍정적이지만, 단기적 주가 반등 촉매로 작용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용어 해설: ‘클로즈드 가든’이란?
‘클로즈드 가든(closed garden)’ 또는 ‘월드 가든(walled garden)’은 사용자 데이터, 광고 인벤토리, 결제 시스템 등을 하나의 플랫폼 내부에서만 순환시키는 폐쇄형 디지털 생태계를 의미한다.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알파벳(구글·유튜브),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반면 트레이드 데스크가 속한 ‘오픈 인터넷’은 복수의 퍼블리셔·광고주·데이터 제공업체가 참여하는 개방형 환경으로, 효율성과 투명성을 무기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개인정보 보호 규제 강화와 플랫폼 지배력 확대가 맞물리면서, 개방형 시장점유율이 정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변수
첫째, 미·중 간 관세 이슈가 단기간 내 봉합되지 않는 한, 글로벌 브랜드들의 광고예산은 ‘지출 최적화’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폐쇄형 플랫폼과의 경쟁 심화로 트레이드 데스크가 CTV(커넥티드 TV)·리테일 미디어 등 신규 고성장 영역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지속 달성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셋째, 8월 하순 예정된 CFO 교체 이후,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투명하고 일관될지가 단기 주가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트레이드 데스크의 주가 충격은 당장의 실적 미스가 아닌 거시경제·통상 변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본질적 원인이다.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으므로, 국내외 투자자들은 관세 정책 변화와 대형 광고주 지출 추이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