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프랑크푸르트·파리=인베스팅닷컴】 유럽 주요 주가지수가 관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동반 하락했다. 특히 폭스바겐(Volkswagen)은 막대한 관세 비용을 공개하며 큰 낙폭을 기록해 시장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2025년 7월 2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 DAX 지수는 0.9% 떨어졌고, 프랑스 CAC 40는 0.4% 내렸다. 영국 FTSE 100 역시 0.4% 하락하며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EU 간 관세 협상이 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미 기업 실적에 타격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EU–미국 관세 협상 “타결 임박”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전날 “EU와 미국 간 관세 합의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합의 기한은 8월 1일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기한까지 성과가 없을 경우 EU 수입품에 대해 3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로이터통신은 두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타결이 이뤄지더라도 EU 제품에는 평균 15% 수준의 관세가 일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는 현재 0~5% 수준에 머무는 상품군도 상당수 포함된다는 점에서 기업 수익성에 부정적이다.
주요 종목별 타격
“관세는 곧 비용이다. 비용이 늘면 이익은 줄고, 이는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재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 발언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VOWG_p)은 연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하며, 13억 유로(약 1조 9,000억 원)의 관세 비용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주가는 장 초반 한때 5% 넘게 빠졌다. 프랑스 타이어·부품사 미쉐린(Michelin)도 상반기 순이익이 27.8% 급감했다고 발표했고, 이는 북미·중미 시장에서 관세 부담이 가중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스포츠웨어 브랜드 푸마(Puma)는 2분기 매출이 기대를 밑돌자 연간 전망을 하향 조정했고, 독일 트럭 제조사 트라톤(Traton)도 ‘거친 영업 환경’을 이유로 실적 전망을 낮췄다. 반면, 프랑스 주류업체 레미 코앵트로(Rémy Cointreau)는 중국 관세 부담이 완화되면서 1분기 매출이 예상치를 웃돌고, 연간 이익 전망도 상향 조정했다. 영국 금융사 내트웨스트 그룹(NatWest Group)은 금리 상승 효과로 상반기 순이익이 18% 증가했다고 발표해 주가는 오름세를 보였다.
영국 소비자신뢰 지수 하락
영국의 7월 GfK 소비자신뢰지수는 -18에서 -19로 떨어졌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저조한 가운데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결과다. ‘−19’라는 숫자는 여전히 팬데믹 직후 수준보다는 양호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상당히 비관적 구간에 속한다.
독일 Ifo 기업환경지수도 7월 소폭 악화됐다. Ifo 지수는 독일 경제 연구소(Ifo Institut)가 매달 발표하는 경기 선행지표로, 0~100 범위(100=평균치)에서 수치를 제시한다. 지수 하락은 유럽 전체의 성장 모멘텀이 부족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년간 8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한 뒤, 전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ECB는 브뤼셀과 워싱턴 간 무역협상 결과를 지켜보며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겠다는 입장이다.
원유시장, 무역 낙관론으로 강세
국제유가 역시 관세 협상 기대감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25일 04:00 ET(08:00 GMT) 기준,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69.54달러로 0.5% 상승했고,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도 66.37달러로 0.5% 올랐다. 전날 미국 원유 재고가 크게 줄었다는 정부 통계가 발표되면서 두 지수 모두 1% 이상 급등한 바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무역 갈등이 완화되면 국가 간 교역과 물류가 활성화돼 석유 수요가 늘어난다”는 점을 근거로 유가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전문가 해설: Ifo·WTI·브렌트유란?
Ifo 지수는 독일 전역 약 9,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기 선행지표로, 유럽 최대 경제국의 체감경기를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WTI(서부 텍사스산 중질유)는 미국 텍사스주에서 생산되는 경질 원유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대표적 선물 기준유다. 브렌트유는 북해에서 생산되는 원유로,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며 유럽·아프리카 원유 가격 지표로 쓰인다.
기자 분석※본 단락은 기사상 사실관계에 기반한 분석으로, 추가 정보를 가정하지 않는다.
이번 주 유럽 증시 움직임은 ‘관세 리스크’가 실적 시즌에 본격 가시화됐음을 확인해 준다. 협상 진전 기대가 투자심리를 일시적으로 떠받치고 있으나, 이미 발표된 기업 실적에는 상당한 비용 부담이 반영돼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 소비재 등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앞으로도 가이던스 하향 조정이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레미 코앵트로처럼 특정 시장(중국)에서 관세가 완화된 기업은 실적 서프라이즈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업종·기업별 차별화가 두드러지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된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첫째, 8월 1일 전후로 발표될 미·EU 관세 합의안의 세부 내용, 둘째, ECB가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간 균형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다. 투자자들은 단순히 ‘관세 부과 여부’를 넘어, 관세율·적용 범위·시행 시기 등 구체 조항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