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부담 재확인에 아시아 증시 하락…유로화 약세 지속

시드니발(로이터)=웨인 콜 기자 ─ 아시아 태평양 증시는 29일 화요일 약세를 보였고, 전일 큰 폭으로 밀렸던 유로화 역시 힘을 되찾지 못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유럽연합(EU) 간 관세 협상의 세부 내용을 재검토하며, 보호무역이 장기화될 경우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2025년 7월 2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EU가 미국과 합의한 15% 관세는 ‘최악은 피했다’는 초기 안도감을 제공했으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1~2%에 불과했던 기존 세율과 비교되면서 실망감으로 급변했다. 프랑스와 독일 정상은 “이번 합의가 유럽 경제 성장률을 갉아먹게 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시했고, 그 결과 유럽 주요 지수와 국채 수익률은 일제히 하락했으며 단일통화인 유로화도 약세 압력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또 다른 카드로서, 협상을 진행하지 않는 모든 교역 상대국에 대해 15~20%의 ‘세계 관세(world tariff)’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 이후 가장 공격적인 관세율로, 글로벌 교역 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JPMorgan 이코노미스트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EU 관세율이 1%에서 15%로 끌어올려진 것은 실질적으로 EU 수출품에 대한 대규모 세금 인상”이라며 “이번 조치는 지난 100년 동안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무역 기조를 사실상 되돌리는 충격”이라고 평가했다.

ⓒ JPMorgan 보고서 이 보고서는 관세 충격으로 미국이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을 40%로 제시하며, “여전히 위험은 고조돼 있다”고 경고했다.

※ 용어 해설: ‘세계 관세(world tariff)’란 특정 지역이나 품목이 아닌 모든 국가‧상품에 일괄 적용되는 보편적 관세를 뜻한다. 글로벌 공급망이 촘촘히 얽혀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조치는 생산 비용과 소비자 물가를 동시에 자극해 전 세계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


원유 가격 급등 리스크

추가적인 성장 위험 요인으로는 유가 급등이 지목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10~12일 마감 시한’을 설정하며, 시한 내 진전이 없으면 러시아산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브렌트유는 전일 2.3% 상승한 데 이어 이날 0.1% 오른 배럴당 $70.10을 기록했고,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66.73선을 유지했다.


아시아·유럽 증시 동향

MSCI 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 지수는 -0.7%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는 -0.8%, 중국 대형주 CSI300은 -0.1%의 낙폭을 기록했다. 반면 유럽증시는 전일 급락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EUROSTOXX 50 선물은 +0.2%, 영국 FTSE·독일 DAX 선물도 각각 +0.1%씩 소폭 상승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유로/달러 환율이 $1.1592로 보합권에 머물렀다. 전일 1.3% 급락해 5월 중순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뒤 기술적 지지선인 $1.1556 부근에서 방향을 탐색 중이다. 달러인덱스는 98.674로 상승했고, 엔화 대비 달러는 148.63엔으로 1주일 만의 고점을 찍었다.


미국 시장 및 연준 정책 전망

월가에서는 이번 주 실적을 앞둔 애플(AAPL)·마이크로소프트(MSFT)·아마존(AMZN) 등 초대형 기술주의 호실적 기대가 유지돼 주요 지수 선물이 견조했다. S&P500 선물은 +0.1%, 나스닥100 선물은 +0.2%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은 4.408%로 전일 소폭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가 30일(현지시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할 확률을 97%로 반영하고 있다. 다만 관세 충격으로 인해 단기 물가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연준이 긴축 기조를 재확인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FOMC 위원이 9월 인하를 주장하며 소수의견을 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번 주 미국 주요 지표로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주목된다. 시장 전망치는 연율 +2.4%, 1분기 -0.5%에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발표되는 구인·이직 보고서(JOLTS)와 8월 2일 공개되는 비농업부문 고용지표(Non-Farm Payrolls) 역시 금리 경로를 가늠할 핵심 변수다.


캐나다·상품시장 동향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같은 날 회의를 열어 현행 2.75% 정책금리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BoC는 대미(對美) 통상협상 결과를 지켜보며 향후 통화정책을 조정할 계획이다.

상품시장에서는 구리와 철광석 가격이 약세 압력을 받았고, 금 현물은 온스당 $3,316에 머물렀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본 기자는 관세 충격이 공급망 상의 이익률을 훼손하며 올해 하반기 글로벌 기업 실적에 후행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유럽 제조업체는 달러 강세와 관세 이중 부담에 직면해 있어, 수출주 중심의 한국 증시에도 부정적 파급이 예상된다. 반면 미국 내 소비재·에너지주는 상대적 수혜가 가능하다. 향후 1~2분기 동안 원자재 변동성통화정책 경로가 교차하면서 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개연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