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면제 기대감에 기술주 랠리…미국 주가지수 선물 일제히 상승

뉴욕 증시가 개장 전부터 다시 한 번 랠리 조짐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새로운 반도체 수입 관세에서 주요 기술기업이 예외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에 주목하며 위험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2025년 8월 7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S&P 500 E-mini 선물은 0.62% 오른 39.75포인트를 기록했고, 나스닥 100 E-mini 선물 역시 0.8%(186.25포인트) 상승했다. 다우존스 E-mini 선물도 0.56%(246포인트) 오르며 세 지수 모두 강세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애플은 미국에 추가로 1,000억 달러를 투자해 향후 4년간 총 6,000억 달러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애플(티커: AAPL) 주가는 프리마켓에서 2.9% 상승했다. 직전 거래일에 이미 5.1% 올랐던 흐름이 이틀 연속 이어진 것이다.


‘100% 관세’가 빚은 역설적 호재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수입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지만, “미국 내에서 제조 중이거나 제조를 약속한 기업은 제외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 미국 설비 투자 인센티브’로 해석하며, 이미 현지 생산 기반을 확대해온 주요 칩메이커들이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가 번졌다.

실제로 엔비디아(NVDA), AMD(Advanced Micro Devices, AMD), 인텔(INTC) 주가는 프리마켓에서 각각 0.9%~2.2% 오르며 동반 강세를 시현했다.

E-mini 선물1과 같은 파생상품은 정규장 개장 전후 전체 시장 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다. 특히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100 선물이 크게 오르면 실제 정규장에서 기술 섹터 강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제약·바이오의 명암

반면 엘리 릴리(LLY)12.3% 급락했다. 후기(3상) 경구용 감량제 임상 데이터를 공개했지만, 일부 치료효과 지표가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해석이 주가를 짓눌렀다. 다만 회사 측은 연간 이익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같은 날 실적 시즌도 ‘풀가동 모드’를 이어갔다. 도어대시(DASH)는 분기 매출이 예상치를 상회하고 현 분기 총거래액(GMV)2 전망까지 상향해 8.4% 급등했다. 데이터독(DDOG) 역시 2분기 실적이 예상을 뛰어넘어 10.4% 올랐다.


매크로 변수: 연준·고용지표·관세

목요일부터 10%~50% 규모의 추가 관세수십 개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발효됐다. 관세 불확실성에도 시장은 연준(Fed)의 ‘완화 전환’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였다. 특히 7월 비농업 고용보고서가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CME FedWatch3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9월 금리 인하를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올해 두 차례 이상 인하 확률도 급격히 상승했다.

미 동부시간 8시 30분 발표 예정인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연준의 정책 경로를 가늠할 추가 단서가 될 전망이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엘리아스 하다드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연준 위원이 점차 비둘기파적 목소리를 내고 있고, 글로벌 경기 모멘텀이 견조해 주식시장의 완만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또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의 후임 임시 지명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공석을 채우면, 그 인물이 ‘저금리 성향(비둘기파)’을 띨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쿠글러의 사임으로 7인 체제의 연준 이사회에는 공석이 생겼으며,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5년 5월 종료된다.


투자자 체크리스트

관세 — 미국 내 생산 확대 약속 기업은 예외, 기술·반도체 업종 중심으로 수혜.
연준 정책 — 9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최대 두 차례 추가 완화 시그널.
실적 시즌 — 도어대시·데이터독 등 성장주 실적이 시장 심리 개선.
고용지표 —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발표, 고용 둔화 시 ‘비둘기파’ 모멘텀 강화.
정치 이벤트 — 연준 이사 지명 여부 및 트럼프의 추가 통상정책 발언.


전문가 시각과 전망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AI·반도체 밸류체인 투자가 활발한 상황에서 관세 예외 규정이 오히려 미국 첨단 제조업의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시에 “IT 대형주는 막대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해외·국내 생산 라인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 관세 리스크를 비교적 손쉽게 흡수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다만 엘리 릴리 사례처럼 단일 종목은 임상 데이터, 규제 이슈, 가이던스 등 개별 요소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포트폴리오 분산이 필수라는 조언이 뒤따른다.

결국 이번 주 시장의 핵심 변수는 연준의 통화정책 선회 여부와 반도체·AI 생태계를 둘러싼 정책 수혜 강도다. 투자자들은 정책·실적·매크로 데이터라는 ‘세 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월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1) E-mini 선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주가지수 선물의 일종으로, 정규 선물 대비 계약 규모를 5분의 1로 축소해 개인 및 기관 모두 활용도가 높다.

2) 총거래액(GMV, Gross Merchandise Value): 전자상거래·플랫폼 기업의 거래 활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일정 기간 동안 플랫폼을 통해 판매된 모든 상품·서비스의 총액을 의미한다.

3) CME FedWatch: 페드펀드 선물 가격을 근거로 시장의 금리 인하·인상 확률을 실시간 산출하는 도구로, 연준 회의 전후 투자자 심리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로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