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의 Deep Macro Insight — 2025.07.14
Ⅰ. 서론: 다시 돌아온 ‘관세 슈퍼사이클’
2025년 여름, 미국 경제·금융시장의 화두는 단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재점화다. 4월 10% 일괄 관세 선언이 ‘연막’이었다면, 7월 발표된 EU·멕시코 30% 관세, 구리 50%, 제약 200% 경고는 실탄이 장전된 실전 통첩이다. 시장은 첫 충격을 소화하며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필자는 이것이 장기 지진파의 서막일 뿐이라고 판단한다. 본 칼럼은 향후 최소 1년, 길게 10년에 걸쳐 관세가 물가·금리·공급망·기업 실적·자산시장에 어떻게 파고들지 면밀히 추적한다.
Ⅱ. 관세–인플레–금리 경로: 데이터가 말하는 ‘늦은 후폭풍’
1) 1차 파급: 수입물가 직접 인상
연준이 집계하는 수입물가 지수(Import Price Index)는 관세 선언 직후 한 달새 +1.8% 급등했다. 품목별로는 구리·알루미늄 등 비철금속이 +9.3%, 의약 중간재가 +5.7%를 기록했다. 전가율 68%라는 UBS 추정치대로라면, 소비자물가지수(CPI)에 0.4~0.6%p 상방 압력이 9~12개월 시차로 전이된다.
2) 2차 파급: 임금·서비스 인플레 재점화
입국 관세는 생산·물류 체인을 재편하며 마찰적 인플레를 촉발한다. 이미 6월 미국 ISM 제조업 보고서는 “부품 재고가 2011년 이후 최저”라고 경고했다. 반도체·제약 원료의 스팟 가격 상승은 서비스업 전반에 비용 전가를 밀어붙일 것이고, 이는 고착적 코어 인플레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3) 연준 시나리오 매트릭스
시나리오 | 2025년 CPI | 실업률 | 연준 정책금리 |
---|---|---|---|
A) 관세 유예 연장 | +3.1% | 4.1% | 4.25% |
B) 관세 30% 전면 발효 | +3.8% | 4.4% | 4.75% |
C) 50%+200% 단계 확대 | +4.5% | 4.8% | 5.25% |
현재 파월 의장은 B안이 “기본 경로”
라고 시사했다. 즉, 시장 컨센서스인 ‘연내 2차례 인하’는 이미 무력화됐다.
Ⅲ. 공급망의 재편: Friend-shoring & FTZ 붐
1) ‘리쇼어링 vs. 보세창고’ 기업 의사결정 트리
기업들은 관세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크게 세 갈래를 택한다.
- 리쇼어링: 테슬라·마이크론은 멕시코·텍사스로 기지를 이전. 투자 CAPEX +15%p.
- 프렌드쇼어링: 한국·베트남·폴란드 등 동맹국으로 분산. 물류비 +8%.
- FTZ·보세창고 활용: 관세 납부 지연으로 현금흐름 확보. 5년 한시효과.
2) 글로벌 무역 흐름의 탈동조화
월드뱅크 모델링에 따르면 EU→미국 교역량은 2026년까지 -9% 감소, 멕시코→미국은 +12% 반사이익이 추정된다. 그러나 멕시코·캐나다도 30% 관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타격·수혜’가 교차하는 복잡한 게임으로 진입했다.
Ⅳ. 실적·섹터별 중장기 영향
1) 색인별 PER 변동 시뮬레이션
섹터 | 현재 PER | 관세충격 후 ’26E | 밸류에이션 트렌드 |
---|---|---|---|
IT 하드웨어 | 31 | 27 | 디레이팅 |
반도체 장비 | 34 | 30 | 완만한 하락 |
의약·바이오 | 19 | 16 | 하락+관세 |
에너지 | 13 | 14 | 리레이팅 |
필수소비재 | 20 | 22 | 디펜시브 프리미엄 |
2) 승자와 패자
- 승자: 북미 철강·비철·에너지, 달러 강세에 따른 내수 금융, 고배당 유틸리티, FTZ 운영 리츠.
- 패자: 다국적 제약(200% 관세), EU·멕시코 완성차, 해운·항만주.
Ⅴ. 자산시장 매크로: 달러·금 동반 강세의 역상관 붕괴
무역 긴장 고조→인플레 재점화→연준 인하 지연 구조 속에 달러 지수 107 재돌파, 금 선물 $3,300 돌파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조합이다. 투자자들은 전통적 60/40 포트 대신 다중 리스크 패리티 모델을 재고해야 한다.
Ⅵ. 정책·정치 변수: 연준 독립성·FEMA·러시아 제재까지
관세가 물가를 끌어올리자 백악관은 파월 해임론을 재가동했다. 연준 FAQ 반박은 독립성을 방어하려는 포석이지만, 만약 의장 교체가 현실화되면 채권 프리미엄 +30~50bp 상향은 불가피하다. 동시에 국채이자 부담이 늘어 재정 적자는 2030년 2조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Ⅶ. 장기 투자 포트폴리오 로드맵(2025~2030)
비중 가이드: 현금 10% | 미국 단기채 20% | 인프라·에너지 20% | 고배당 ETF 15% | AI 인프라 15% | 금·은·구리 10% | 대안자산(농산물·비트코인) 10%
특히 관세 주기를 헤지할 수 있는 FTZ REIT ETF(가칭), 북미 중간재 네트워크 ETF를 주목한다. 아직 상장 전이지만, 밸류체인 분산이 가속화되면 테마형 ETF 2차 붐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Ⅷ. 결론: ‘무역 냉전 2.0’ 시대의 생존 전략
시장 헤드라인은 “걱정 없다”는 신호를 보내지만, 관세 슈퍼사이클은 서서히, 그러나 집요하게 흐름을 바꿀 것이다. 투자자는 인플레·금리·공급망 지각변동을 전제로 포트폴리오를 구조조정해야 한다. 이 변곡점에서 관건은 현금흐름·가격 전가력·정치 리스크 관리 능력이다. AI와 리쇼어링이 동시에 작동하는 2025~2030년, 주식·채권·원자재의 상관관계는 과거 교과서와 달라질 것이다. ‘관세→인플레→금리’ 연쇄 반응을 선제 모형화한 투자자만이 다음 10년을 선도할 것이다.
© 2025 이중석·Macro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