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 Column | 오피니언·칼럼
Ⅰ. 서론: 다시 등장한 ‘최저 10% 관세’—무역 패러다임이 바뀐다
2025년 7월 31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전격 발표한 “글로벌 최저 10% 관세, 對미 흑자국 15% 이상 관세” 방침은 전 세계 공급망과 금융시장을 순식간에 뒤흔들었다. 하루 뒤 국제유가는 3% 가까이 급락했고, S&P500 지수는 1.6% 떨어졌다. 동시에 미국 비농업 고용은 7만3,000명 증가에 그치는 ‘쇼크’를 기록, “관세 → 성장 둔화 → 연준 완화 압력 → 물가 재상승”이라는 복합 시나리오가 가시화됐다.
관세 문제는 단순한 통상 정책이 아니다. 이는 재정·통화·물가·외교·산업 전략을 관통하는 거시·미시 복합 변수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향후 최소 10년간 관세발(發) 변화를 △거시(성장·물가·금리) △산업(공급망·투자) △시장(자산 가격·밸류에이션) △정책(통화·재정·환율) 네 축으로 해부한 뒤, 투자·기업 전략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데이터 브리핑: 관세 발표 직후 나타난 ‘5대 이상 징후’
지표·자산 | 발표 전 | 발표 후 24h | 주요 해석 |
---|---|---|---|
WTI 유가 | $69.18 | $67.25 (▼2.8%) | 글로벌 교역·물류 감소 우려 |
S&P500 | 5,161pt | 5,078pt (▼1.6%) | 수출·소비 둔화 선반영 |
미 10년물 금리 | 4.46% | 4.20% (▼26bp) | 경기 둔화+Fed 인하 기대 |
달러 인덱스(DXY) | 99.8 | 98.4 (▼1.4%) | 완화 관측·위험 회피 통화 분산 |
7월 NFP(비농업 고용) | 컨센 10만 | 실제 7.3만 | 고용 냉각 확인 |
표에서 보듯 “실물·금융 지표가 동시에 반응”했다. 특히 국채금리 26bp 하락은 2020년 팬데믹 공포장 이후 하루 낙폭 기준 상위 5%에 해당한다. 이는 시장이 연준의 조기 완화 가능성을 가격에 급격히 반영했음을 뜻한다.
Ⅲ. 관세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3단 충격 메커니즘
1) 1차 충격: 수입단가 상승 → 소비자물가(CPI) 피크 재상승
- 직접효과: 미 상무부 추정 평균 관세율 15.2% → 수입물가(INPT) 1년차
0.9%p 상방. - 전가효과: 기업 마진이 1년차 40%, 2년차 70% 가격 전가 시나리오.
- 추정치: CPI 헤드라인·근원 기준 6개월 내 +0.4~0.7%p 추가 상승.
2) 2차 충격: 기업 원가·마진 압박 → 설비·고용 조정
컨퍼런스보드 설문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체 의 35%가 “관세가 10%p만 올라가도 고정투자 캡엑스를 축소할 것”이라 답했다. 이에 따라 ISM 제조업지수는 7월 48.0에서 연말 45선 택배 확률이 높다.
3) 3차 충격: 연준 정책·시장 밸류에이션 재조정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연준은 성장 vs 물가 균형에서 난항을 겪는다. 블랙록 릭 리더 CIO는 “9월 50bp 인하”까지 언급했지만 인플레 재상승이 확인되면 연준이 딜레마에 빠질 공산이 크다. 과거 1980년대 볼커·1990년대 초 부시·2018년 파월 사례에서 보듯, 정책·시장 불확실성이 팽창할 때 밸류에이션 멀티플은 10~15% 할인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Ⅳ. 산업·공급망 시계(2025~2035): ‘리쇼어·니어쇼어’ 가속과 비용 구조 재편
1) 리쇼어링 숫자로 본 진전도
전미제조업연합(NAM)·델라웨어대 공동 연구에 따르면, 2022~2024년 ‘리쇼어·니어쇼어’ 발표 프로젝트 CAPEX는 연평균 1,200억 달러로 팬데믹 이전(350억 달러)의 3.4배다. 관세 상시화가 확정되면 2026~2030년 연평균 1,80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2) 득(得)과 실(失)
- 득: 고용 45만 명, 첨단제조 역량 회복, 동맹국 對미 수출 증가.
- 실: 단위당 생산비 +8~12%, 가격 전가로 구조적 인플레 바닥 상승.
3) 섹터별 영향
섹터 | 단기(1~2Y) | 중기(3~5Y) | 장기(6Y~) |
---|---|---|---|
반도체 | 장비·건설 CAPEX 급증 | 가동률 저점, 비용 高 | 국내 공급망 안정→마진 회복 |
소비재 | 원가 압박, 할인 프로모션 ↑ | 가격 전가, 매출 MIX 조정 | 프리미엄化·다품종·단납기 |
에너지 | 원유 수요 둔화 전망, 유가 변동성 | 재생·핵융합 투자세액공제 확대 | 탈탄소·에너지 안보 융합 |
Ⅴ. 자산시장 2025~2027년 로드맵
① 주식
팩트셋 시뮬레이션 기준 S&P500 12M 선행 PER는 인플레 0.5%p 재상승 시 20→17배로 리레이팅(▼15%). 그러나 디스카운트 이후 AI·리쇼어 핵심 수혜주는 중·장기 초과수익 여지.
② 채권
관세 직후 10년물 4.20%→4.0%대 초반 추가 하락 가능. 다만 인플레 고착 시 곡선 재상승. 바벨 전략—2년물 + 10년물 편중 편익.
③ 달러·원자재
달러 인덱스는 완화 기대로 98선까지 내려왔으나 쌍둥이적자 확대 + 안전자산 위상이 충돌. 금·비철금속·비료는 구조적 비용 상단을 형성.
Ⅵ. 정책·기업·투자 체크리스트
- 연준: 9월 인하 여부보다 ‘점도표 재가공’이 핵심. 코어 PCE·임금 추이를 동시 주시.
- 재무부: 단기물 위주 조달 확대 시 금리 변동성 상승. T-빌·MMF 유동성 관리 필요.
- 기업: ①공급망 다각화(친미 진영) ②장기정가 계약·동맹국 통화 헤지 ③AI·자동화로 비용 상쇄.
- 투자자: ①리스크 프리미엄 확대 국면 대비 현금·단기채 비중 유지 ②리쇼어·에너지안보·프라이싱 파워 보유 기업 장기매수 ③옵션·CDS 활용 tail-hedge.
Ⅶ. 결론: 관세는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닌 ‘10년 구조조정’의 신호탄
이번 관세 인상은 1930년 스무트-홀리법, 1970년대 닉슨 쇼크, 2018년 트럼프·중국 관세전쟁과 맥을 같이한다. 경제사적으로도 구조 전환기의 방아쇠가 관세를 통해 당겨져 왔다. 당장의 유가·주가 변동 못지않게, 향후 10년간 미국 경제 체질과 글로벌 밸류체인이 재편될 확률이 높다.
관세발 인플레와 성장 둔화가 공존하는 ‘소프트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가격 결정력 △현금흐름 안정성 △기술·친환경 국책수혜를 갖춘 기업이 궁극적 승자가 된다. 투자자는 단기 충격에 기민히 대응하되, 거시·정책·산업 지형이 바뀌는 거대한 조류 위에서 구조적 초과수익의 씨앗을 미리 심어야 한다.
*글/이중석 경제칼럼니스트·데이터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