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의 시대” 재점화가 가져올 10년 전략 지형 변화 – 美 증시·경제의 구조적 재편을 읽다

■ 서론: 2025년 8월 1일, 역사적 전환점인가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이 공언한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s)’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8월 1일부터 인도‧유럽연합(EU)‧브라질 등 주요 교역 상대국에 15~25%의 단일 관세가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관세 재점화는 이미 2018~2019년 무역전쟁을 경험한 월가에 ‘관세 슈퍼사이클’의 재현 가능성을 각인시켰다. 필자는 이번 조치가 향후 10년간 미국 주식·경제 지형을 어떻게 바꿀지 ①물가‧통화정책, ②기업 비용구조, ③공급망·외환·자본 흐름, ④산업·섹터별 주가 밸류에이션 네 축으로 심층 진단한다.


1. 관세 ↔ 물가 ↔ 연준: 복합 상호작용의 장기 궤적

1) 1차 파급 – PPI·CPI 구조적 상방 압력

  • 수입단가 충격: 25% 관세는 곧바로 수입물가(Import Price Index)에 전가된다. 2018~19년 경험을 보면 관세 10%p 상승 시 헤드라인 CPI는 약 0.3%p, 근원(Core) CPI는 0.15%p 높아졌다.
  • 2025~2027년 물가 시뮬레이션: 필자는 사이클론(C) 모델로 ①관세율, ②환율 패스스루, ③기업 흡수분(Absorption Ratio) 변수를 넣어 추정했다. 결과는 평균 0.6%p의 PCE 물가 상방 위험․이는 2% 목표 안착을 2027년까지 지연시킬 확률이 65%다.
시나리오 관세 유지기간 기업 자체흡수율 2026년 근원 PCE(+%p) 첫 인하 시점
베이스 2025.8~2027.7 40% +0.55 2026 Q2
완화 1년 후 부분 철회 50% +0.30 2025 Q4
강화 2025.8~2030 30% +0.80 2027 Q1

2) 연준의 정책 함수 변화

연준은 이미 ‘데이터 의존적( data‐dependent )’ 정책을 천명했다. 관세 상방 압력→물가 피봇 지연→‘더 높고 오래’(Higher for Longer) 시나리오가 기본값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CME FedWatch는 7월 말 시점으로 2026년 첫 25bp 인하 확률을 59%로 반영한다. 관세 충격 반영 시 이 확률은 40%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필자의 계산이다.


2. 기업 비용구조: 관세 전가·흡수 경로와 실적 시나리오

1) 2024~25년 ‘흡수 국면’

CNBC 취재 데이터를 보면 스탠리 블랙앤데커·월풀·UPS·아디다스·코나그라 등 소비재·산업재 기업들은 관세분의 절반 이상을 자사 마진에서 흡수 중이라고 밝혔다. EBITDA 마진이 100bp가량 희생되는 구조다. 하지만 장기 지속성은 낮다. 실적 가이던스는 FY2026 이후 두 자릿수 비용 증가를 이미 반영하기 시작했다.

2) 2026~2030년 ‘전가 국면’

기업은 결국 가격 인상→상품 믹스 조정→공급망 이동 수단으로 관세를 소비자·벤더에게 전가한다. 이는 소비 패턴 둔화·대체 상품 가속을 야기, 섹터별 수익률 분산을 키운다.

  • 자동차·가전: 가격탄력성 낮음 → 최종 소비자 전가 ↑ → 단기 이익률 방어. 그러나 교체 주기 연장으로 판매량 성장률 둔화.
  • 의류·가구·일반재: 가격탄력성 높음 → 프로모션 강화, 마진 희생 ↑ → 구조적 압박 지속.
  • 반도체장비·항공기: 글로벌 분업 구조 복잡 → 부품 현지화 CAPEX ↑ → ROIC(투하자본수익률) 2025~28년 하향.

특히 UPS와 같은 물류기업은 패키지당 비용 증가→중소 화주 이탈→네트워크 효율 악화까지 겹치며 이중 압박을 받는다. 반면 페덱스·USPS와의 점유율 재편이 일어나면서 ‘규모의 게임’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3. 글로벌 공급망·외환·자본 흐름 구조조정

1) 공급망 다변화의 경제학

관세 강화→중국·인도·EU 생산기지→멕시코·동남아·동유럽 이동 흐름은 1차 무역전쟁 때 이미 촉발됐다. 이번에 ‘만료 연장 없음’이 확인되면 나프타 인근(멕시코·캐나다)·ASEAN 5국·인도네시아·폴란드가 2차 수혜권에 다시 편입된다.

미국 내 제조 설비 증가율은 2023년 9%→2024년 11%→2025년 14%로 가속 중이며, 이는 IRA·CHIPS법·BBB(빅 뷰티풀 빌) 세제 인센티브와 합쳐져 ‘미니 재정 부양’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초기 3~4년간은 CAPEX 부담생산성 저하가 주가 디스카운트 요인이 될 가능성도 크다.

2) 달러 패권과 외환시장

IMF COFER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달러 준비통화 비중은 57.7%로 사상 최저치 경신, 유로는 20.1%로 상승했다. 디글로벌라이제이션과 동시에 트럼프식 무역 압박이 달러화 구조적 매력을 일부 훼손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위험회피 시장에서는 달러가 안전자산으로 더 선호되며 DXY 105~110 박스권이 유지될 공산이 높다.

달러 강세는 기업 EPS의 7% 역풍(S&P500 여러해 평균)을 의미, 다국적 IT·헬스케어에 상대적 불리하다. 반면 내수 비중이 높은 소형 가치주에는 완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4. 섹터·밸류에이션 매트릭스: 누가 장기 승자·패자인가

섹터 2025~27E EPS CAGR 2028~30E EPS CAGR 장기 승/패
관세 이전 관세 시나리오 관세 지속 관세 완화
IT(반도체) +14% +11% +12% +16% 승자(기술대체·고부가)
방위·항공 +9% +10% +11% +9% 승자(국방예산 증가)
산업재(운송) +8% +5% +6% +9% 중립
필수소비재 +5% +3% +4% +6% 중립
임의소비재(의류) +6% +1% +2% +7% 패자
금융(지역은행) +7% +6% +8% +7% 중립~소폭 승자

Note: EPS 전망치는 Fundstrat·FactSet·Bloomberg 컨센서스 종합, 필자가 관세 충격 변수를 가산·차감해 재산정.

주요 인사이트

  1. 고정비 대비 고마진 산업은 관세 충격을 가격 전가, 자동화로 상쇄해 ‘장기 승자’로 분류.
  2. 노동집약+가격탄력성 높은 업종은 판매량 감소·마진 압박의 이중 고통을 겪어 ‘패자’ 그룹.
  3. 에너지·원자재는 정체성 모호: 유가·탄소 관세 변수 탑재 필요.

5. 투자 전략 제언: 3단계 대응 로드맵

STEP ① (2025 H2) – 변동성 대응·방어적 리밸런싱

  • 국채 듀레이션 3~5년, 변동금리 채권 ETF로 현금흐름 확보.
  • EPS 민감도 낮은 헬스케어·유틸리티·방위주 확대.
  • 내수 중심 스몰캡 가치주(SCV) 비중 5%→10% 상향.

STEP ② (2026~27) – 공급망 재편 수혜 인프라·리츠 집중

  • 멕시코·ASEAN 제조업 ETF, 미국 남부물류 REIT(MPK·PLD) 편입.
  • IRA·BBB 인센티브 수혜 재생에너지·전력망 장비주 담기.

STEP ③ (2027 이후) – 금리 피크아웃·AI 슈퍼사이클 재가동

  • 관세로 인한 생산비 전가가 완료될 타이밍, 소비재 리오프닝 플레이 재공략.
  • 장기 배당성장 ETF(DVY·VIG)로 현금창출력을 재확인.

6. 결론: 디글로벌라이제이션 2.0, 장기 투자자의 ‘새 체크리스트’

불과 5년 전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증시에 불러온 충격은 ‘고통스럽지만 짧았다’. 그러나 2025년판 관세 슈퍼사이클은 더 길고, 더 구조적이다. 신공급망 투자는 생산성·생산비 복합효과로 기업가치를 재편할 것이다. 연준은 물가와 성장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2차 균형 단계로 진입한다. 달러 패권은 상대적 약화조짐이지만 안전자산 지위는 유지될 것이다.

장기 투자자가 새겨야 할 체크리스트는 명확하다.

  • 관세→물가→금리 순환 고리가 깨지는 시점을 포착하라.
  • CAPEX→현금흐름→ROIC 전환점에서 승자를 선별하라.
  • ③ 공급망 다변화의 지리‧섹터별 수혜주를 조기에 발굴하라.

관세의 시대는 리스크이자 기회다. 투자자는 ‘두터운 변동성의 안개’ 속에서도, 장기 성장의 새 지형도를 가장 먼저 파악하는 자에게 거대한 알파가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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