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의 부활: 트럼프式 ‘세컨더리 100% 관세’가 촉발할 10년 후 미국 경제 지형도

요약 – 2025년 여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 시한을 조건으로 러시아산 제품을 사들이는 모든 제3국·기업에 100% 세컨더리 관세를 예고했다. 이미 중국·EU·멕시코·브라질·베트남 등으로 확산된 고율 관세 전선은 향후 10년간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 블록’과 ‘비(非)미국 블록’으로 양분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①美 인플레이션·성장률·금리 경로, ②기업 실적·밸류에이션, ③국채 수급·달러 패권, ④신(新)공급망 지도와 전략 산업의 지형 변화를 2035년까지의 장기 시나리오로 제시한다.


1. 관세 ‘스파이럴’—과거와 무엇이 다른가

1970~80년대 미국은 철강·자동차를 중심으로 보호무역 조치를 단행했으나, 당시 관세율은 대체로 5~15%에 머물렀다. 2018년 트럼프 1기 관세는 품목별 25~45%로 껑충 뛰었고, 2025년 2기 들어서는 ‘100% 세컨더리 관세’라는 초(超)징벌적 수준이 등장했다. 세컨더리 관세는 단순 수입세가 아니라 달러 결제망·금융제재·소프트 인프라까지 연동돼 사실상 제재(sanctions)에 가깝다.

  • 적용 범위: 러시아산 에너지·광물·농산물, 중국산 중간재·완제품, 멕시코·EU산 자동차·식료품 등
  • 부과 구조: ①1차 관세(직접수입), ②세컨더리 관세(경유·환적), ③금융세컨더리(달러결제 배제) 3단계

이는 WTO 규범과도 충돌 여지가 크지만, 미국 의회는 IEEPA·232조·301조 등 6개 법령을 근거로 백악관에 광범위한 무역재량권을 부여한 상태다. 의회의 초당적 대(對)중·러 강경 기류를 감안할 때 차기 행정부(공화·민주 불문)가 관세를 100% 철회할 확률은 25% 미만으로 추정된다.


2. 거시경제 전망: ‘물가 상방 + 성장 하방’의 복합 충격

시나리오 2026~2030년 CPI 실질 GDP 성장 연준 정책금리(말) 10년물 국채
Base (관세 50% 유지) 연 +0.6%p 연 –0.3%p 3.75% 4.50%
High (세컨더리 100% 발효) 연 +1.1%p 연 –0.7%p 4.25% 5.20%
Mitigation (친환경·리쇼어링 보조금 확충) 연 +0.4%p 연 –0.1%p 3.50% 4.30%

자료: 이중석 추정, CBO·BLS·FRB 데이터 가공

100% 세컨더리 관세가 완전 발효(High)될 경우 단기 CPI(2026~27년)는 1.5%p 이상 오를 수 있으나,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 탓에 3년 내 GDP는 2.2%포인트 감소한다. 연준은 인플레이션→긴축→성장둔화→완화 재전환의 ‘Stop-Go’ 사이클에 빠질 공산이 크다.


3. 기업 이익 및 S&P 500 밸류에이션

관세가 상단을 치는 해(2026E)에는 S&P 500 EPS가 컨센서스 대비 −9% 하향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IT 하드웨어·자동차·의류·가구코어 굿즈(CPI 기준 20% 비중) 업종이 직격탄을 맞는다.

  • 반도체: 파운드리·후공정 리쇼어링 가속, CapEx 20% 증가 → 5년간 FCF 마진 −2.5%p
  • 자동차: 북미·EU 내 ‘생산↔판매 동일 관세구역’ 재배치, 공급과잉 완화 → OE 마진 +0.5%p
  • 에너지: 러시아·베네수엘라·이란산 회색시장 축소 → WTI 배럴당 95~110달러 고착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멀티플 압축이 뚜렷하다. 2010년 이후 ‘자유무역+저금리’ 기조가 허용했던 S&P 500 PER 20배는 장기 중립구간 17배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즉, 이익 9% 감익 × PER 15% 디레이팅을 동시에 반영하면 2026년 S&P 500 목표치는 4,800선(현재 대비 –14~18%)이 된다.


4. 달러·채권·자본유출입 전망

  1. DXY 115 고점 테스트—글로벌 교역 수축 → 달러 결제 수요 상대적 증대(美 GDP 비중 감소 속에서도 달러 기축 지위 지속)
  2. 국채 발행 + 유럽·일본 수요 감소—외국 중앙은행의 美 장기채 보유 비중 5년 내 29% → 23%
  3. 대체 준비통화 탐색—디지털 위안·역내통화스왑 확장, 그러나 SWIFT 지배력은 2030년까지 40% 선 고착

투자 해설: 2027~2029년 사이 장단기 금리차가 재차 역전될 경우, 달러 강세+국채 약세 조합이 신흥국 외환·채권 시장에 연쇄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는 글로벌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위험선호 후퇴→PER 압축의 악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5. 공급망 지도 재편: NAFTZ vs. CERZ

필자는 2030년 무역지형을 NAFTZ(North America Free-Tariff Zone)CERZ(China-Eurasia Reduced-Tariff Zone)으로 양분되는 이항 구조로 전망한다.

NAFTZ

  • 회원: 미국·캐나다·멕시코(+영국·호주·일본)
  • 특징: 0~5% 내관세, 高ESG·안보 인증 필요
  • 주력: AI 반도체, 바이오, 탄소중립 인프라

CERZ

  • 회원: 중국·러시아·인도·브라질·중동
  • 특징: 역내 CNY·RUB 결제, 원자재·식량 자급
  • 주력: 배터리 원료, 철강·알루미늄, 저가 EV

두 블록 간 관세 장벽은 30~100%까지 차등 적용, ‘중립 지대’는 동남아·동유럽·LATAM 일부 국가로 추정된다.


6. 산업·투자 전략 제언

① 리쇼어·니어쇼어 수혜주

  • 친환경·스마트 공장 EPC: Jacobs Solutions, Fluor
  • 물류 IT 플랫폼: Prologis, GXO Logistics

② 공급망 이중화(In-China for China + 미국 생산)

  • 테슬라·애플식 ‘듀얼베이스’ 모델이 대세: 글로벌 OEM→설계·브랜드, 현지 ODM→조립 · 유통

③ 달러·금리 변동 방어

  • 단기 T-Bill ETF + 달러 인버스 옵션
  • 金 ETF: 러시아·브릭스 FX 대체 수요에 따른 헤지 자산

④ 친환경 인플레이션 플레이션

  • 2030 IRA(Inflation Reduction Act) 세액공제·보조금=관세 충격 상쇄
  • 풍력·태양광 부품 국산화 수직 계열화 주목

7. 정책·투자자 행동 체크리스트

  1. 8월 1일: 러시아 세컨더리 관세 최종 집행 여부 — ‘헤드라인 리스크 트레이드’
  2. 9월 FOMC: 관세발 물가 충격 반영치 — 점도표 상단이 25bp ↑ 전망 시 VIX 급등
  3. 2026 회계예산 협상: 재정 적자 vs. 보조금 확대 — 국채 발행 캡•부채한도 논쟁 재점화
  4. WTO 분쟁 패널 판정: 美 패소 시에도 승복 가능성 낮음—장기 둔화 리스크 상존

8. 결론 및 필자의 통찰

100% 세컨더리 관세는 ‘규범 기반 글로벌 무역질서’가 블록 기반 안보질서로 전환됨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는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를 동시에 야기하는 ‘관세발 스태그플레이션’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디커플링이 모든 기업·투자자에게 독일 히크 골목이 되지는 않는다. 공급망 재배치·친환경 리쇼어링·지역 블록 내 심화라는 거대한 투자 파이프라인이 열렸다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리스크는 재앙이 아니라 재편의 신호다. 미국·일본·유럽 투자자는 밸류체인 포지션통화 헤지를 재정의해야 하며, 한국·대만·동남아 기업은 ‘듀얼 네트워크’ 진입로 설계로 생존을 넘어 도약을 모색해야 한다.

결국 21세기 후반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이 거친 관세 파고를 ‘규제 위험’에서 ‘재편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다음 10년의 초과 수익을 거머쥘 것이다. 관세의 부활은 시장의 종말이 아닌 판 짜기(Schumpeterian re-ordering)의 서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