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KFURT발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기가 올해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미국발 관세 확대와 프랑스의 정치적 혼란이 맞물리면서 향후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025년 9월 23일, 프랑크푸르트발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독일 정부의 재정 확대가 체감 심리를 지지해 프랑스의 경기 부진을 일부 상쇄하고 있으나, 관세 충격이 본격화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랐다.
HCOB 플래시 합성 PMI(구매관리자지수 예비치)은 9개월 연속 확장세를 이어가며 9월 51.2를 기록, 8월(51.0) 대비 소폭 상승했다. 이 지표는 50을 기준으로 확장·수축 국면을 구분한다.
독일이 유로존의 성장세를 견인
세부 데이터를 살펴보면 제조업 회복세가 둔화하면서 서비스업이 성장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의 리카르도 마르첼리 파비아니 연구원은 “헤드라인 숫자가 보여주는 것보다 세부 항목은 덜 긍정적”이라며 “관세 도입 이후 수출이 줄어든 가운데 해외 수주가 추가로 위축되고 있어 강한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독일의 PMI는 52.4로 16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50.6)를 크게 웃돌았다. 재정지출 확대(독일어로 ‘Haushaltslockerung’)가 중장기 성장세를 지원할 것이라는 기대가 지수 개선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반면 프랑스는 정치 불확실성 여파로 13개월째 활동이 위축됐다. 프랑스 PMI는 48.4로 4월 이후 가장 빠른 수축 속도를 기록했다. ING의 베르트 콜라인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 경제는 정치적 불안정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역시 9월 PMI가 51.0으로 전월(53.5) 대비 둔화됐다. 브렉시트 이후 무역 비용 상승과 재정 긴축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발 관세 충격,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별도 보고서에서 “관세 인상이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기업이 마진을 통해 비용을 흡수하면서 충격이 지연되고 있지만, 영향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OECD는 유로존 성장률이 올해 1.2%에서 내년 1.0%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성장률 역시 2025년 1.4%에서 2026년 1.0%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OECD는 “독일의 재정 확장은 경제활동을 부양하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재정 긴축은 성장세를 억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OECD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목표로 하는 물가상승률 2%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해 추가 완화정책 가능성을 열어뒀다.
용어 해설 및 배경
PMI(구매관리자지수)는 제조업·서비스업 구매담당자 설문을 바탕으로 경기 동향을 파악하는 선행지표다.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50 미만이면 수축을 의미한다.
플래시 PMI는 월말 확정치 이전에 발표되는 예비치로, 투자자들이 경기 방향을 선제적으로 판단할 때 활용한다.
관세(Tariff)는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보호무역 정책의 일환이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 및 무역수지 개선을 목표로 최근 몇 년간 관세를 단계적으로 인상해 왔다.
전문가 시각
본지 취재진이 종합한 결과, 독일의 재정 확장이 유로존 경기의 안정판 역할을 하고 있으나, 대외 수요 둔화와 관세 여파로 인한 수출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하반기 이후 성장 모멘텀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시장에서는 ECB의 추가 완화 카드와 독일 외 국가들의 재정 정책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 정치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 투자 심리가 더 위축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유럽 주식·채권시장은 정책 방향성을 가늠하기 위한 데이터 의존도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연착륙이 가능하려면 독일과 같은 확장적 재정정책이 주변국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한편 미국과 중국 간 관계 변화,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변수도 유로존 교역 조건을 흔들 수 있어 투자자들은 글로벌 무역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유로존 경제가 견조해 보이지만 이는 ‘독일 효과’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향후 관세 충격과 프랑스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경우 성장 경로가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