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 칼럼 — 2025년 9월 중순, 미국 경제는 관세로 재점화된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냉각에 따른 연준의 완화 기대로 인한 자산 랠리라는 엇갈린 힘이 공존하는 기묘한 균형점에 서 있다. 본 칼럼은 최근 확인된 관세발 인플레이션 재가열·노동지표 둔화·시장 기대 인하 3대 흐름이 1년 이상 중장기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미국 주식·채권·실물경제에 ‘긴장된 골디락스(Too hot? Too cold?)’ 구간을 형성할지를 집중 분석한다.
1. 최근 데이터가 말하는 관세발 가격 압력
8월 CPI 헤드라인은 2.9% YoY를 기록해 전월 2.7%에서 반등했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의류·가구·음향가전·자동차 부품처럼 고율 관세가 부과된 범주에서 일제히 가격 탄력이 높아졌다. 표 1은 관세 민감 품목의 월별 물가 변화다.
품목 | 7월 MoM | 8월 MoM | 주요 관세율 |
---|---|---|---|
의류 | -0.1% | +0.5% | 17.5~25% |
가정용 가구 | +0.1% | +0.3% | 20% |
오디오·비디오 | 0.0% | +0.5% | 25% |
자동차 부품 | +0.2% | +0.6% | 25% |
관세 인상이 실제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는 속도는 통상 6~12개월이지만, 2024년 말부터 도입된 추가관세는 6개월 만에 CPI에 가시화됐다. 이는 두 가지 함의를 제공한다. 첫째, 앞으로 3~4개 분기 동안 관세 통과(pass-through)가 이어질 여지가 크다. 둘째, 인플레이션 하락 경로가 ‘2%대 초반에서 다시 3%대 중반’으로 재상승할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다.
2. 노동시장 냉각: 완화적 해석 vs 구조적 둔화
같은 주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Initial Claims)는 26만3,000건으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또한 BLS는 2024년 고용을 91만 명 하향 수정해 ‘실제 고용 창출력’을 재평가하게 했다.
- 긍정 해석: 고용이 식어야 임금 상승 압력이 꺾이고, 연준이 ‘소프트랜딩+금리인하’ 조합을 자신 있게 추진할 수 있다.
- 부정 해석: 고용이 생각보다 빨리 식으면 소비가 급랭해 스태그플레이션에 가까운 침체 구간이 올 수 있다.
현재 시장은 전자를 택했다. FedWatch는 2026년 중반까지 6회(1.50%p) 인하를 완전히 가격에 반영했으며, S&P500은 사상최고치 갱신 랠리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완화 기대→자산 가격 랠리→재차 수요 자극→관세발 인플레 상쇄라는 피드백 루프가 현실화되면 연준은 또 한 번 매파로 선회할 리스크가 있다.
3. 긴장된 골디락스 시나리오: 세 갈래 경로
시나리오 A: 이상적 골디락스(확률 25%)
• 관세 효과가 예상보다 빨리 희석(기업 흡수)되어 CPI는 3% 초반에 머무름.
• 고용은 둔화하나 실업률 4.5% 이하에서 안착.
• 연준은 ’25년 12월까지 기준금리를 3.25%까지 인하.
• S&P500 EPS CAGR 8% 유지, 멀티플 21배 → 지수 6,000선(’26 중) 시현.
시나리오 B: 긴장된 골디락스(베이스라인, 확률 50%)
• CPI 3.5%까지 재상승 후 3%대 중반 고착.
• 연준 3회 인하(75bp) 후 스톱.
• 실질금리 1.5% 근방, 성장주와 경기방어주 혼조.
• 10년물 금리 4.25~4.50% 박스권, 달러지수 96~100.
• S&P500 멀티플 19배, EPS 성장 5%로 둔화 → 5,300~5,500 횡보.
시나리오 C: 스태그플레이션·재긴축(확률 25%)
• CPI 4% 재돌파, 관세 상쇄 불가.
• 고용 5% 넘어 연준 딜레마.
• 긴축 재개(1~2회 인상)→침체 리스크 급등.
• 채권·주식 동반 약세, 달러 급등, 원자재 변동성 확대.
4. 섹터·자산군별 장기 전략
주식
- 퀄리티 성장주: 고부가 소프트웨어·반도체 설비(아래 표 2 참고) 등 가격결정력 Moat가 관세발 인플레를 전가할 수 있어 장기 초과수익 가능.
- 중간단가 소비재: 관세로 가격 메리트 상실, 구조적 마진 하락 위험.
- 리쇼어링 테마: 인플레 방어 + 세제혜택(IRA) 이중 모멘텀. 산업·유틸리티 매력 재부상.
표 2│관세발 인플레 수혜·피해 업종(중장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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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 대표 ETF/지수 | 12~24개월 전망 |
가격결정력 소프트웨어 | IGV, VGT | 비용 전가 용이, 멀티플 유지 |
반도체 장비·설계 | SOX, SMH | AI Capex 지속, 달러 강세 수혜 |
저가 의류·가구 | XRT 일부, XLY 소비재 내 하위 | 관세 전가 실패 시 마진 악화 |
리쇼어링 인프라 | PAVE, XLI | 보조금+규제 추세로 CAPEX 확대 |
채권
- 10년물 4.0~4.8% 레인지 트레이딩 예상. Barbell Duration 전략(단기 T-Bill + 7~10년 IG 회사채)로 캐리 확보.
- TIPS·I-Bond는 3%대 물가 고착 시 실질수익 방어 수단.
원자재·통화
- 달러지수는 실질금리 격차 유지로 강세 기조. USDJPY 150 재돌파 가능.
- 관세발 인플레 → 금 심리적 헤지 수요 지속; 구리·알루미늄은 리쇼어링·그린 전환 수요로 중장기 견조.
5. 리스크 체크리스트(투자자·기업 공통)
- 관세 단계 확대 여부: 2026 회계연도 예산안에 추가 품목 포함 시 물가 재차 가속.
- 연준 의장교체·이사 인선: 매파/비둘기 구성 비율 변화 모니터링.
- 노동시장 2차 충격: 제조·건설 해고 확산 시 수요 둔화 심화.
- 달러 강세와 신흥국 취약성: 글로벌 금융스트레스 지수↑ → 리스크오프 파급.
- 미 대선·의회 구도: 초당적 재정적자 확대 vs 긴축 공방, 정책 불연속성.
6. 결론: 완화 기대가 만든 ‘마진 오브 세이프티’는 얇다
요약하면, 관세발 인플레이션 완충(완화 기대)과 노동시장 둔화(침체 경고)가 동시에 존재하는 지금은 투자자에게 달콤하지만 얇은 안전지대다. 연준이 1980년대식 정책 오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①완화 속도, ②관세 효과, ③자산가격 버블 여부를 정교하게 조율해야 한다. 시장 참가자는 시나리오 B(긴장된 골디락스)를 ‘베이스’로 두되, 급속한 물가 재상승·정책반전 리스크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보험(옵션·레버리지 조절)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완화적 연준이 언제까지나 자산가격 하방을 방어해주리라 가정하는 순간, 골디락스는 곧바로 골디락스 체력단련장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월가 격언을 새겨둘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