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1일(현지시간) 관세 리스크와 부진한 경제지표가 겹치면서 급락세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보다 1.60% 하락했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23% 밀렸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100 지수는 1.96% 떨어지며 세 지수 모두 연중 최장 기간 연속 하락에 근접했다.
2025년 8월 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9월물 E-미니 S&P500 선물은 1.67% 빠졌고, 같은 달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2.03% 급락했다. E-미니 선물은 S&P500·나스닥 현물 지수를 소액화한 파생상품으로, 정규장 외 투자심리를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이번 하락의 도화선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전면 재개’ 선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밤 10% 글로벌 최소 관세와 미국에 무역흑자를 내는 국가에는 15% 이상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일부 품목 관세도 25%에서 35%로 높였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새 조치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2024년 2.3%에서 15.2%까지 뛰어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설상가상으로 7월 미국 고용·제조업 지표가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7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7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월가 전망치(10만4000명)를 크게 밑돌았고, 6월 수치도 14만명으로 대폭 하향 수정됐다. 실업률은 4.2%로 0.1%포인트 상승했으며, 평균 시간당 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3.9% 올라 임금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했다.
같은 달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는 48.0으로,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위축됐다. 50 이하면 경기 수축 국면을 뜻한다. ※ISM 지수란 미국 400여 개 제조업체 구매관리자에게 신규주문·생산·고용 등을 설문해 경기 방향성을 파악하는 선행지표다.
“미국 경제가 둔화 신호를 보내자 안전자산 선호가 급격히 강해졌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장중 4.20%까지 내려 한 달 만의 최저치를 찍었고,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은 9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93%로 반영했다(지표 발표 전 40%).
지정학적 긴장도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의 도발적 발언에 대응해 핵잠수함 두 척을 ‘적절한 지역’으로 이동시켰다”고 밝히면서 미·러 갈등이 재부상했다.
개별 종목 동향
전날 실적을 발표한 아마존닷컴 주가는 8% 넘게 빠지며 기술주 전반을 압박했다. 아마존은 3분기 영업이익을 155억~205억 달러로 제시했는데, 컨센서스(194억 달러) 중간값보다 낮았다.
반도체 업종도 부진했다. 마벨 테크놀로지 –6%, 마이크론 –4%를 비롯해 엔비디아·AMD·인텔 등 대형 반도체주는 2% 이상 내렸다. 이는 경기 둔화 우려가 반도체 수요 전망을 훼손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적 부진 종목도 속출했다. 플루어는 2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0.43달러로 전망치(0.56달러)를 밑돌고 연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한 탓에 27% 폭락했다. 이스트먼케미컬 –19%, 코인베이스 –16% 등도 급락했다.
반면 금리 하락 혜택을 직접 받는 주택 건설주는 강세를 보였다. DR호튼 5%·렌나 3%·풀티그룹 3%·톨브라더스 2% 등이다.
연준(Fed) 인사 발언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물가가 목표(2%)와의 격차가 고용보다 크다”며 ‘조기 금리 인하’ 기대를 견제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노동시장은 여전히 건강하지만 이번 고용지표는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했다.
국제 금융시장
유럽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유로스톡스50은 2.90% 급락해 3개월 만의 최저치로 주저앉았고,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2.679%로 1.6bp 하락했다. 영국 길트 10년물 금리 역시 4주래 최저 수준인 4.528%로 떨어졌다.
유로존 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2.0%로 예상(1.9%)을 웃돌았고, 근원물가도 2.3% 상승했다. 다만 S&P 글로벌이 발표한 독일·영국 제조업 PMI 확정치는 각각 49.1·48.0으로 하향 조정돼 경기 둔화 그림자가 짙어졌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리스크 오프(Risk-off)는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주식·원자재 등)을 팔고 안전자산(국채·금·달러)을 선호하는 현상을 말한다.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10년물 BEI)은 10년 만기 명목 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 차이로, 향후 10년간 시장이 예상하는 평균 물가상승률을 의미한다.
파란불과 빨간불의 의미는 금융시장에서 각각 상승(blue, green)·하락(red)장을 상징한다. 이날 주가·금리·원유 가격이 동반 ‘빨간불’을 켰다는 것은 위험회피 심리가 지배했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관세 리스크와 경기 둔화 신호,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얽히면서 뉴욕 증시는 투자자들의 피난처 찾기 행렬에 밀려 2주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채권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가 부풀며 강세를 보였다. 다음 주 예정된 추가 경제지표와 기업 실적, 그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세부안이 시장 재료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