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서 가격반영으로 전환: 유가 급등에도 시장이 ‘피크 공포·매도’를 지났나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로 원유 가격이 급등하고 채권 수익률과 달러가 강세를 보였지만, 이번 시장 반응은 이전 충격 때와 달리 유가를 제외하면 비교적 완만한 조정 모습을 보였다. 주식 시장은 월요일 비교적 제한적인 하락세를 보였고, 이는 투자자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했으며 헤드라인에 대한 민감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6년 4월 13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발표 이후 투자자들은 즉각적인 공포 매도보다는 상황을 협상적 움직임으로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X ETF의 투자전략가 빌리 륭(Billy Leung)은 “많은 부분이 협상 전술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설명했고, “시장은 이미 불확실성의 정점을 지났다. 반응 함수가 이전처럼 극단적이지 않다”고 진단했다.

Market chart아시아 주요 증시도 광범위하게 약세를 보였으나, 대부분 주요 지수는 약 1% 수준에서 하락했고, 미국 주요 지수 선물도 1% 미만의 하락을 기록했다. 금 현물(Spot gold)은 약 0.5% 하락해 $4,720.28을 기록했으며, 미국 달러 인덱스(.DXY)는 0.38% 상승했다. 강달러는 달러화로 가격이 매겨지는 금을 다른 통화 보유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비싸게 만들어 수요를 줄이는 요인이다.

“최근 시장 움직임은 투자자들이 지정학적 충격에 더 익숙해지고 변동성이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빌리 륭, Global X ETFs

Ten Cap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준 베이 류(Jun Bei Liu)는 변동성 지표가 공포의 정점은 지났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그는 “몇 주 전 VIX(변동성 지수)가 상승하는 것을 보았고, 그게 아마도 피크 공포이자 매도였다… 이제부터는 시장이 스스로 해소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에 영향을 준 핵심 변수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는 이미 전쟁 발발 이후 통항이 거의 끊긴 것으로 알려진 이 해역의 통과량 감소를 강화하며 에너지 공급 긴축 우려를 재확인시켰다. 이로 인해 국제 유가는 급등했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부각되며 금리 인하 기대는 후퇴했다. 그 결과 채권 수익률(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쟁 발발 이래 333bp(베이시스포인트) 이상 상승했고, 달러 인덱스는 같은 기간 약 1.4% 상승했다.

원유 시장은 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전쟁 발발 이후 미국 유가는 55% 이상 급등했고,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US crude) 선물은 4월 13일 기준 $104.93/배럴로 8% 이상 급등했다(오후 10시50분 ET 기준). 국제 기준 브렌트(Brent) 6월 인도분은 $102.17로 약 7% 상승했다.

“나는 유가가 지금보다 하락할 것이라 확신한다… 다시 배럴당 $80대를 볼 것” — 마이클 요시카미, Destination Wealth Management

요시카미는 미국과 이란이 궁극적으로 협상적 해결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를 제시하며 현재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빠르게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Standard Chartered의 스티브 브라이스(Steve Brice)는 유가 상승이 완화적 통화정책 전망을 늦추고 채권 수익률과 달러에 상방 압력을 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현상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미국이 긴장 완화를 모색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금 가격의 예측 불가능성

흥미롭게도 금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하락세를 보였는데, 브라이스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통화 안정을 위해 금을 매각하고 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중동 긴장이 완화되면 금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치적 타임라인과 단기 리스크

그러나 단기적으로 관건은 미국의 군사행동을 둘러싼 정치적 일정이다. 륭은 의회 승인 확보를 위한 제한된 시간이 존재하는 전쟁권한결의(war powers resolution)을 지적하며, 향후 몇 주 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적 행보가 강화되며 긴장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 의회는 트럼프의 추가 공습 전에 의회의 승인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재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어 설명

본 보도에서 사용된 주요 용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에 매우 중요한 해상 경로로서 이 지역의 봉쇄는 즉각적인 공급 차질 우려를 초래한다. VIX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계산하는 변동성 지수로,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를 수치화한다. 베이시스포인트(bp)는 금리 등에서 쓰이는 단위로 1bp는 0.01%p를 의미한다. 리스크 프리미엄은 시장이 불확실성에 대해 추가로 요구하는 보상이며, 지정학적 긴장 시 상승해 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향후 전망과 시장 영향 분석

전문가들의 진단과 시장 반응을 종합하면, 단기적으로는 유가와 연계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돼 채권 수익률과 달러가 상승하고 주식은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기적(몇 주~몇 달)으로는 세 가지 시나리오가 관찰 가능하다. 첫째, 긴장 완화(협상적 해결) 시나리오에서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빠르게 해소되며 유가는 하락, 채권 수익률과 달러는 하향 안정화되어 주식시장 반등이 가능하다. 둘째, 중간적 교착 시나리오에서는 유가의 변동성이 지속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잔존해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가 지연되고, 이에 따라 주식 시장의 회복 속도는 둔화된다. 셋째, 확전(지정학적 확산) 시나리오에서는 유가가 추가 상승하고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압력이 강화되어 글로벌 위험자산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 포지셔닝 관점에서 브라이스는 “주식시장 포지셔닝은 랠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상태”라며, 상황이 실질적으로 악화되지 않는 한 단기적으로 주식의 반등 여지가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투자자들은 여전히 방어적으로 포지션을 구성하고 있어, 충격 완화 시 리스크 온(risk-on)으로의 전환이 촉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극단적 이분법적 결과가 아니라 당분간은 회색지대가 지속될 것” — 마이클 요시카미

결론적으로 시장은 이번 지정학적 충격을 과거보다 덜 극단적인 방식으로 소화하고 있으며, 핵심 변수는 유가와 정치적 일정이다. 투자자들은 단기적 변동성에 대비하되, 지정학적 긴장의 향방에 따라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