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 정부의 공식 통계가 중단된 상황에서 정책 판단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기존에 검증된 설문·민간 데이터와 신기술 기반의 대체 데이터를 병행해 활용하고 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은 특히 과거 기업 경영진 설문이 고용·지출·산출 등 연방 보고서상의 지표와 얼마나 정합적으로 움직였는지를 재검증하며 경제판단의 신뢰도를 보강했다 다.
2025년 11월 7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교차검증 결과는 10월 28~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전까지도 연준 결정권자들이 비교적 견고한 대체지표를 확보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높여주었다. 연준은 실물경제를 밀접 추적하는 설문, 수년간 활용해 온 민간 통계, 그리고 온라인 스크래핑·인공지능(AI)·휴대전화 추적 같은 신흥 기술기업의 데이터로부터 얻은 새 통찰을 결합하고 있다 다.
제롬 파월 의장은 공식 통계의 공백이 추가 정책 변경에 있어 신중함을 높일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다른 한편 연준은 방대한 온라인·실시간 데이터에 사실상 ‘정보 과잉’ 상태에 놓여 있기도 하다. 과제는 더 많은 정보를 모으는 일이 아니라, 과다한 정보에서 신호를 가려내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다.
사례에 따라 접근법은 엇갈린다. 예컨대 Indeed 등에서 수집한 온라인 구인 공고는 정부의 일자리 공고(JOLTS)와 일관되게 움직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서비스 물가는 온라인에서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여전히 ‘블랙박스’에 가깝다. 이에 따라 일부 연구자들은 AI로 기업 실적발표문·공시문서를 분석해 가격 신호를 추출하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다.
애틀랜타 연은 경제설문연구센터를 이끄는 브렌트 메이어 부소장은 분기마다 약 5,600명의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회사 실적 전망, 경제전망, 비용·고용 계획 등을 묻는 광범위한 설문을 집계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
“공식 통계가 없어도 총량 지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당히 견고하게 읽어내고 있다. 이는 ‘일화(아네크도트)’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넓은 폭으로 포착하고 있다.”
메이어에 따르면, 셧다운에 대응해 연구진은 임원들의 과거 매출 전망이 1년 뒤 공식 통계와 얼마나 부합하는지 점검했고, 그 결과가 “전체 산출 증가율과 매우 밀접하게(“really closely”) 맞물렸다”는 결론을 얻었다. 단위원가 상승(향후 물가의 전조)과 채용 관련 응답도 대체로 정합적이었다. 다만 고용 증가처럼 연계가 다소 약한 영역에서는 민간 데이터 소스가 풍부한 보완재 역할을 했다 다.
그는 10월 회의를 앞둔 종합 판단에 대해 “3분기 지표는 실제로 개선 흐름이 강화됐다(ticked up). 경제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양상은 보지 못했다”고 말하면서도, 가격 압력의 누적 신호는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
연준은 12월 9~10일 차기 회의를 앞두고 있으며, 시장 참가자들은 0.25%포인트(25bp)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다.
대체 데이터의 ‘메뉴’는 더 넓어지는 중이다. 애틀랜타 연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0월 1일 시작된 기록적 장기 셧다운 이후, 연준 시스템 전반의 정책 담당자들은 대체 데이터 대시보드를 만들고, 실업률 같은 누락 통계의 모형 추정치를 발표하며, 다양한 설문이 과거 정부 통계와 어떻게 맞물려 움직였는지를 비교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각 지역 연은이 전국의 기업·근로자와 폭넓게 대화해 정리하는 베이지북(전국 경제동향) 준비에도 주력하고 있다 다.
새 연구 중 하나로, 보스턴 연은은 베이지북 텍스트에 대한 ‘감성(sentiment) 분석’을 적용해 경기침체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지 검토했다 다.
이는 결코 좋은 시기에 정보가 부족해진 것이 아니다. 지속적 고용 확대와 금리 인하를 우선할지, 인플레이션 위험을 더 경계할지를 두고 내부 시각이 엇갈려서다. 공식 고용·물가 통계는 미국의 인구·지역 대표성을 반영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긴 역사로 추세 분석이 가능하다. 이는 민간 데이터가 항상 갖추지 못한 장점이다 다.
그럼에도 정책 담당자들은 가용한 도구로 최선의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단은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해졌다 다.
통상이라면 노동통계국(BLS)이 금요일에 10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 산업별 증감, 취업·실업자 수, 경제활동참가율, 실업률을 발표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공백으로 일부 핵심 단서는 사라졌다. 예컨대 흑인 실업률 변화는 경기 사이클 전환을 조기에 시사할 때가 있으나, 이를 대체 추정하는 출처는 많지 않다 다.
그럼에도 정책 당국은 여전히 노동시장 초상화를 그릴 수 있다. 민간 ADP의 10월 민간부문 신규고용 추정치는 4만2,000명 증가였다. 주(州)별 실업급여 청구 집계가 순차 유입되는 가운데, 시카고 연은은 실업률이 소폭 올라 4.4%에 이르렀다고 모형 추정했으며, 레벨리오 랩스(Revelio Labs)는 전체 고용이 전달 대비 9,000명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레벨리오에 따르면 감소분은 주로 정부와 소매 부문에서 발생했다 다.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일도 병행된다. 위의 대체 지표 목록은 완전하지 않으며, 앞으로 더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다.
예컨대 레벨리오 랩스 데이터는 비교적 최근에 추가되었다. 창업 7년 차인 이 회사가 링크드인(LinkedIn) 등에서 긁어낸 데이터로 월별 국가 고용 증가와 기타 통계를 산출해 공개하기로 하자, 연준 연구진은 10월 말 해당 내용을 별도 브리핑으로 점검했다 다.
레벨리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리사 사이먼은 인터뷰에서, 자사 데이터베이스의 한계를 분명히 했다. 월별 산업별 고용 흐름은 상당히 잘 보여주지만, 경제활동참가율이나 실업률 산출에 필요한 BLS의 인구 가중치가 없어 그 지표들은 계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
하버드대 경영대의 알베르토 카발로 교수는 온라인 가격 추적 기업 프라이스스탯츠(PriceStats) 설립자로, 최근 클리블랜드 연은과의 웨비나에서 자사 데이터의 한계를 설명했다. 방대한 온라인 가격 데이터베이스임에도 주거(주택)는 다루지 못하고, 서비스 가격 정보는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다.
카발로는 “이 데이터는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셧다운으로 10월 CPI 발표가 건너뛰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며, 해당 통계 시계열에 첫 결손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이번 주 발언에서, 팬데믹 이후 연준이 대체적 경제 시각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왔음을 강조했다 다.
그는 “그 관행은 이제 필수가 됐다. 채용은 둔화하고 있고, 우리는 이를 구인 공고에서 본다. 우리는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다종다양한 데이터를 보고 있다. 실업률 보고서를 기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경영진과 근로자와의 직접 대화가 통계의 빈틈을 메운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초 관세·이민 정책의 급격한 변화로 경제가 통상 수주~수개월의 지연을 가진 정부 보고서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듯 보였을 때, 이러한 정성 정보 수집이 각별히 유용했다고 회고했다 다.
쿡 이사는 “우리는 많은 총량 데이터와 분석을 받는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벽돌 사이를 메우는 ‘몰탈’이다.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과 맥락참고
– 베이지북(Beige Book): 12개 지역 연은이 기업·고용·임금·물가에 대한 현장 인터뷰를 모아 발간하는 질적 보고서다. 정량 통계가 포착하지 못하는 체감 경기를 보여준다 다.
– ADP 고용보고: 급여처리회사 ADP가 집계한 민간부문 고용 추정치로, 정부의 공식 고용보고보다 빠르게 월중 흐름을 제시한다. 다만 표본 구성과 방법론이 달라 정부 통계와 괴리가 생길 수 있다 다.
– BLS(미 노동통계국): 고용·임금·물가 등 핵심 공식 통계를 산출하는 기관이다. 인구 가중치를 통해 대표성을 확보하고 장기 시계열을 유지한다 다.
– CPI(소비자물가지수): 가계가 구매하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표로, 인플레이션의 대표적 기준이다 다.
– PriceStats: 온라인 가격을 대규모로 수집·가공하는 민간 프로젝트다. 주거·서비스 가격의 한계가 있어 방향성 파악에 주로 쓰인다 다.
– Revelio Labs: 구인·이직·프로필 데이터를 온라인에서 스크래핑해 산업별 고용 변화를 월별로 추정한다. 인구 가중치가 없어 실업률·참가율 산출에는 한계가 있다 다.
분석: 데이터 공백 시대의 정책판단
현재 연준이 보여주는 접근은 ‘정확도’와 ‘적시성’ 사이의 고전적 균형을 재조정하는 시도다. 공식 통계는 대표성과 일관성에서 우월하지만 지연이 길다. 반면 대체 데이터는 실시간성·세분성에서 강점을 보이나, 표본 편향·방법론 변화·플랫폼 정책 변경 등으로 안정성이 취약할 수 있다. 연준의 다원적 데이터 결합과 현장 인터뷰 병행은 이러한 단점을 상호 보완하려는 위험관리적 해법으로 볼 수 있다 다.
특히 애틀랜타 연은이 과거 설문을 공식 통계와 재정합한 절차는, 대체 지표의 예측 타당성을 체계적으로 점검하는 모범사례다. 서비스 물가처럼 온라인 관측이 어려운 영역에 대해 AI 텍스트 마이닝을 도입하려는 시도도 추가 신호를 발굴하기 위한 합리적 전개다. 다만 모형 드리프트와 표본 대표성은 상시 점검이 필요하며, 지나친 신호 추출은 오탐지(과잉 경보)를 유발할 소지가 있다. 요컨대, 연준의 현재 전략은 다중 증거의 일치를 중시하는 베이지언적 의사결정에 가깝다. 이는 파월 의장이 강조한 신중함과도 궤를 같이한다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