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과잉 우려에 국제유가 압박…WTI·가솔린 선물 동반 하락

국제 유가가 공급 과잉(오버서플라이) 우려에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8월물 WTI(서부텍사스산 중질유) 선물은 배럴당 -0.27달러(-0.40%) 떨어졌고, 같은 달물 RBOB(개솔린 블렌드스톡) 가솔린 선물도 갤런당 -0.0194달러(-0.90%) 하락하며 2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5년 7월 2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현재 시장은 이라크·사우디발 추가 수출 확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달러 약세와 S&P500 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이 에너지 수요 기대를 자극하며 낙폭을 일부 제한했지만, 공급 증가 전망이 더욱 큰 영향을 미쳤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구 수출 재개 계획이 대표적이다. 이라크 정부는 2023년 3월부터 중단됐던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의 재가동을 승인했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수출 재개 시 하루 23만 배럴(bpd)을 국내·국제 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라크는 OPEC 내 두 번째 산유국으로, 이 같은 물량 증가는 글로벌 재고 누적에 일조할 수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라크의 증산·수출 확대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방어적 수출 증대를 자극해 중기적으로 공급 과잉을 심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우디는 전통적으로 시장점유율 유지에 민감하며, 경쟁 산유국이 공격적으로 수출할 경우 유사한 대응을 해 온 전례가 있다.


EU, 러시아 에너지 제재 강화

한편 시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발표한 러시아산 에너지 추가 제재에도 주목한다. EU는 20개 러시아 은행의 SWIFT 차단, 제3국에서 정제된 러시아산 석유제품 제한, 러시아 국영 로즈네프트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정유사 블랙리스트 지정, 이른바 ‘섀도 플리트(Shadow Fleet)’ 105척 추가 제재 등을 단행했다. 이로써 제재 대상 선박은 400척을 넘어섰다. 제재 자체는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이나, 당장 이라크·OPEC+ 증산에 가려 가격 상승 효과는 미미했다.

OPEC+ 생산 정책 혼선도 가격 변동성을 키운다. 7월 5일 OPEC+는 8월 1일부터 하루 54만8천 배럴 증산에 합의해 시장 예상치(41만1천 배럴)를 웃돌았다. “비(非)준수국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는 분석이다. 사우디는 동 규모의 추가 증산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올해 5월·6월 각각 41만1천 배럴씩 증산했던 만큼, 2년간 지속된 감산 정책의 점진적 종료가 진행 중이다.

다만 7월 10일 블룸버그는 “OPEC+가 9월 이후 추가 증산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늘고 있으며, 2025년 4분기에는 수급이 1.5% 초과 공급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공급‧재고 데이터도 두드러진다. 글로벌 선적정보업체 보텍사(Vortexa)에 따르면 7일 이상 정박한 운반선 저장유는 7월 18일 주간 -14% 감소한 6,631만 배럴로 집계됐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7월 11일 기준 주간 원유 재고가 -385만9천 배럴 줄어 3주 만에 첫 감소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휘발유 재고는 +339만9천 배럴, 중간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417만3천 배럴 늘었다.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8.0%, 디스틸레이트는 -21.1%로 평균 이하 수준을 유지했으나, 휘발유 재고는 0.1% 포인트 차이로 거의 평균치에 근접했다.

미국 내 공급 능력을 가늠하는 베이커휴즈(Baker Hughes) 주간 시추 장비(리그) 지표도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변수다. 7월 18일 기준 미국 활동 리그 수는 422기로 3.7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2년 반 만에 급감한 셈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공급 완화 요인이지만, 국제 유가의 단기 흐름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용어 및 배경 설명

WTI는 미국 텍사스 서부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경질유로, 세계 원유 벤치마크 가운데 하나다. RBOB 가솔린은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에탄올 등 산소 첨가제 혼합을 전제로 거래되는 미국 동부해안 기준 가솔린 선물을 의미한다. OPEC+는 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非)OPEC 산유국이 협력하는 확장 산유국 협의체다.

또한 섀도 플리트란 선박 국적·AIS(위치 자동식별장치) 신호 등을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우회해 제재를 피해 원유를 운송하는 ‘음지’ 선단을 지칭한다. EU·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price cap)를 위반하는 주요 수단으로 판단, 선단 규모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전망 및 분석

현재 시장은 “공급 쇼크” 대비 “수요 회복”의 힘겨루기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여름 휴가철(드라이빙 시즌) 수요, 미국·유럽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 달러 약세 등은 유가 지지 요인이다. 그러나 이라크·사우디 등 중동 핵심 산유국의 적극적 증산, OPEC+ 정책 불확실성, 러시아 제재 회피 물량 증대 가능성 등이 상쇄효과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배럴당 70~85달러 박스권이 유지될 공산이 크다”면서도,

“OPEC+가 ‘증산 중단 모드’로 급선회하거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될 경우 가격 급등이 재현될 소지가 있다”

고 전망한다. 반면 글로벌 경기 둔화와 재고 누적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60달러 초중반대까지의 하락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들은 1) OPEC+ 9월 정례회의, 2) 미국 EIA 주간 재고 및 생산량, 3) 유럽·중국 제조업 PMI 등 수요 지표를 면밀히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