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선물 가격이 급락했다. 뉴욕 ICE 12월물 코코아(CCZ25)는 전장 대비 249달러(-3.56%) 내려 최근월물 기준 11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런던 ICE 12월물 코코아(CAZ25) 역시 120파운드(-2.47%) 떨어져 19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2025년 9월 30일, Barchart 보도에 따르면, 가격 하락의 배경에는 공급 증가와 고가격·관세 부담에 따른 수요 둔화라는 이중 악재가 자리하고 있다.
가나산(産) 코코아 물량 급증이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세계 2위 생산국인 가나에서 9월 4일까지 4주간 항만에 도착한 코코아 물량은 5만440t으로, 전년 동기 1만1,000t 대비 네 배 이상 늘었다. 대형 거래처들은 “예상보다 빠른 출하”라고 평가하며 선물가를 끌어내렸다.
수요 측면의 냉각 신호
가격 급등과 관세 인상으로 초콜릿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도 부각되고 있다. 스위스 초콜릿 기업 린트 & 슈프륭리(Lindt & Sprüngli) AG는 7월,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연간 이익률 가이던스를 하향했다. 같은 달 벨기에·스위스 합작사 배리 캘러보(Barry Callebaut) AG도 3개월 새 두 번째로 판매량 전망치를 줄이며, 3~5월 분기 판매량이 -9.5% 감소해 10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이보리코스트 작황 기대
시장 최대 생산국 아이보리코스트에서는 10월 시작될 주요 작기(main crop) 전망이 양호하다. 몬델레즈(Mondelez)는 최근 현지 꼬투리(pod) 조사 결과가 5년 평균보다 7% 많고, 전년 대비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부 가격 지지 요인도 남아 있다. 아이보리코스트 정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9월 28일 누적 선적량은 182만t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으나, 지난해 12월 기록한 전년 대비 +35% 급증세에 비하면 현저히 둔화됐다. 또한 ICE 등록 창고의 미국 보관 재고는 지난주 198만232포대로 5개월 만의 최저였다.
기상 변수와 병해(病害)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서아프리카의 60일 가뭄과 저온으로 꼬투리 발육이 지연되고, 가나·나이지리아에서는 흑포병(black pod disease)이 확산해 가격을 끌어올렸다. 상품기상그룹(Commodity Weather Group)은 “1979년 이후 최악의 건조”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아이보리코스트 중간 작기(mid-crop) 품질 저하 역시 우려된다. 라보뱅크(Rabobank)는 늦게 내린 비가 생육을 제한해 올 중간 작기 생산량을 40만t으로 추정, 전년(44만t)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나이지리아(세계 5위)도 생산·수출이 부진하다. 현지 코코아협회는 2025/26년 생산량이 30만5,000t으로 전년 추정치(34만4,000t) 대비 11% 감소할 것이라 전망했고, 7월 수출은 전년 대비 22% 줄어든 1만3,579t을 기록했다.
세계 그라인딩(분쇄) 감소
수요를 가늠하는 지표인 분쇄량(grindings)은 주요 지역에서 일제히 감소했다. 유럽 코코아협회(ECA)에 따르면 2분기 유럽 분쇄는 33만1,762t으로 -7.2%, 아시아는 17만6,644t으로 -16.3%, 북미는 10만1,865t으로 -2.8% 줄었다.
공급 측에서는 가나 코코아위원회가 7월 1일, 2025/26년 생산량이 65만t으로 8.3%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해 추가 하락 재료를 제공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2023/24 시즌 글로벌 공급 부족을 49만4,000t으로 상향 조정하며 “60년 만의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그러나 2024/25년에는 14만2,000t 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생산이 7.8% 늘어 484만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용어 풀이
‘그라인딩(grindings)’은 로스팅 이후 원두 형태의 생두를 초콜릿·코코아 분말용으로 분쇄한 물량으로, 실제 수요 흐름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재고 대비 분쇄 비율(stocks-to-grindings ratio)’은 가용 재고가 연간 소비를 얼마나 커버할 수 있는지 보여주며, 이번 시즌 27.0%로 46년 만의 최저라는 ICCO 설명은 재고 부족을 시사한다. 또한 ‘미드 크롭(mid-crop)’은 4월께 시작되는 소규모 수확기로, 주 수확기(main crop)에 비해 작지만 품질 특성상 시장 가격에 민감한 변수를 제공한다.
전문가 시각* : 공급 측 호재가 이어지나, 60일 가뭄과 병해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10월 이후 아이보리코스트 주 작기 실제 수확량과 품질이 확인되면 가격 변동폭이 커질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확대에 주의가 필요하다. 투자자 입장에선 창고 재고와 분쇄 통계, 서아프리카 기상 데이터의 월별 추이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본 단락은 기자의 해석을 포함한다.
기사 작성자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본 기사에 언급된 어떤 증권에도 직접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모든 정보는 참고용이며, Barchart 공개정책에 따라 제공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