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이 막혔다’―미국 주택시장의 구조적 병목이 가져올 장기 인플레이션·자산가격 재편 시나리오

1. 문제 제기: 7개월 만에 ‘반짝’ 회복된 거래, 그 너머의 구조적 병목

지난 9월 미국 기존주택 판매가 전월 대비 1.5% 늘며 7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모처럼의 ‘플러스’ 수치였지만, 이는 연 406만 건에 불과한 ‘찻잔 속 미풍’에 그쳤다. 2019년 팬데믹 이전 평균(540만 건)을 여전히 25% 넘게 밑돈다. 거래량이 늘었는데도 중간가격은 41만 5,200달러로 또다시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공급 절벽과 고금리가 동시에 작동하며 ‘거래 절벽 & 가격 고착’이라는 기형적 조합이 고착되는 양상이다.


2. 데이터로 본 ‘병목 구조’

2-1) 재고 절대 부족

  • 9월 재고 155만 호, 현 판매 속도로 4.6개월치에 불과. 안정 구간(6개월) 대비 25% 부족
  • 2008년 금융위기 당시 12개월치 재고와 대조적
  • 신축 단독주택 착공은 팬데믹 이후 반등했으나 2000~2005년 평균 대비 아직 ‑15%

2-2) 금리에 묶인 ‘락-인 효과’

대출 시점 30년 고정 금리 차주 비중
2019년 이전 3.5% 이하 37%
2020~2022년 2.5~3.5% 44%
2023년 이후 6.0% 이상 19%

기존 주택 소유주 4명 중 3명은 3% 안팎 초저금리에 고정되어 있다. 새 집으로 이주하면 대출 금리가 두 배가 되므로 ‘움직일 이유’를 잃는다. 이른바 금리 락-인(lock-in) 현상이다.

2-3) 인구·세대 구조

1989~1996년생 ‘밀레니얼 B코호트’ 약 3,200만 명이 평균 결혼·출산 연령에 진입했다. 연간 추가 수요 140만 호가 발생하지만, 공급 능력은 110만 호 수준에 머문다.

주목

3. 구조적 병목이 왜 인플레이션 상단을 고착시키는가

3-1) CPI 바스켓 내 ‘주거비(쉘터)’ 가중치 34%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쉘터 항목은 무려 3분의 1을 차지한다. 소유주거비(OER)실제 임차료(Rent) 모두 지연 효과(lag)가 9~12개월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2024~2025년 계약된 고가 모기지가 2026년까지 CPI를 밀어올릴 여지를 제공한다.

3-2) 주거비 상방→임금 요구→서비스 물가 2차 파고

  1. 높은 주거비는 가처분소득을 잠식해 임금 인상 요구를 자극
  2. 서비스업체는 인건비를 가격에 전가하며 근원 서비스 CPI를 상승
  3. 연준이 목표로 삼는 PCE 물가에서도 서비스 가중치는 55%에 달함

4. 정책·금리·시장에 미칠 5대 장기 파급

4-1) 연준의 ‘최종 금리 하방’ 제한

쉘터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지속적으로 초과한다면, 연준은 2026년 이후에도 정책금리를 3% 이상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이는 포워드 커브 전반의 불(不)평형을 고착시켜 장기채 수요를 제약, 주가 할인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4-2) 재정·정책 수단의 주택 집중

◆ 민주·공화 양당 모두 2026년 세제 변혁 공약에서 ‘건설 인센티브, 토지이용 규제 완화’를 핵심 의제로 명시
◆ 지방정부 Zoning 완화 움직임 확대 → 그러나 님비(NIMBY) 저항이 장기화될 경우 공급 확대 속도는 제한적

4-3) 주거 관련 섹터 초과 수익

  • 소형 주택건설 ETF(ITB) vs. 리츠 REITs 성과 분기점 확대
  • 모기지 서비스(MS)·주택 기술(Home-Tech)·단독 임대(SFR REIT) 분야가 신(新) 모멘텀 후보

4-4) ‘뉴노멀’ 소비 패턴: K-자형 심화

저소득층은 주거비 비중이 50%에 육박, 가처분소득 축소→필수 소비만 유지. 반면 고소득층은 주택 자산 상승이 역(逆)부의효과를 제공, 고가 레저·여행·럭셔리 소비를 지속한다.

주목

4-5) 소셜·정치 리스크 증폭

주택 접근성 악화는 세대·계층 갈등을 격화한다. 캘리포니아·뉴욕 등 고비용 주는 주택보조금, 임대차 규제를 강화하는 반면, 중서부 일부 주는 영구 재산세 한도를 도입하며 ‘주거 복지 연방주의’가 심화될 전망이다.


5. 전망 시나리오 & 정책·투자 로드맵

Base Case (확률 55%)

• 30년 모기지금리 2025년 말 5.8%→2026년 말 5.2%
• 주택 착공 130만 호 내외, 가격 상승률 연 4%
• 쉘터 CPI YoY 3.0~3.3% → Fed 최종금리 3.25%

Upside Case (확률 25%)

• 인플레 감축법(IRA)·인프라법 일자리 창출로 가계소득 급증
• 착공 150만 호, 가격 상승률 6%
• REIT·건자재 주가 추가 20% 상승

Downside Case (확률 20%)

• 미·중 무역 마찰 재점화→건자재 가격 급등
• 모기지금리 6.5% 고착, 착공 110만 호로 후퇴
• 쉘터 CPI 4% 고정→연준 재긴축·경기 침체 위험 증가


6. ‘이중석’s Insight

1️⃣ 주택은 인플레이션의 ‘심장’이다 – 쉘터 가중치 34%는 물가의 장기 방향을 규정한다. 연준은 금리를 낮춰 수요를 부양할 수도, 높여 가격을 억제할 수도 없다는 딜레마에 직면한다.

2️⃣ 공급 혁신이 없으면 ‘60-70년 주기’ 부동산 사이클 재현 – 1940년대 전후 베이비붐·GI빌, 1980년대 레이건 감세기 때와 같은 공급 폭증이 없다면 이번 사이클은 더 길고 더 비싸게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3️⃣ 금융시장은 ‘장기 구조 테마’에 베팅 – ITB·SFR REIT·건설자재·모기지서비스 기업은 ‘찻잔 속 미풍’이 아닌 ‘해일’의 초입에 있다. 단, 다운사이드에는 건자재 투입가격·노동비 인플레가 잠복해 있다.

4️⃣ 정책영역의 승자와 패자통합 인·허가 시스템(State-level One-stop)세제 인센티브를 적극 도입한 주(州)가 인구 순유입을 통해 장기 세수(稅收)를 선점할 것이다. 반면 규제 완화에 실패한 대도시권은 탈(脫)도심·탈주(州) 현상이 심화돼 재정 압박이 가중될 전망이다.

5️⃣ ESG 투자 프레임에도 변곡점에너지 효율·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녹색 주택이 탄소배출·사회적임팩트(S) 측면에서 ‘Winners’로 부상한다.


7. 결론

주택은 더 이상 단순 자산이 아니다. ① 인플레이션 경로, ② 금리 정책, ③ 소비 구조, ④ 정치·사회 갈등을 관통하는 거시 패러다임의 핵심 변수다. 공급 병목이 장기화될수록 물가 상한이 상승하고, 이는 ‘고금리-고자산가치’라는 기묘한 공존 상태를 연장시킨다. 투자자·정책당국 모두 “주택=심장”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병목 완화·비용 전가·자산 방어 전략을 세밀히 설계해야 할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