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소아의료 예산 증액 촉구…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심에 수만 명 집결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 도심이 교육·보건 예산을 둘러싼 갈등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모여든 수만 명의 시민국립대학과 소아병원 예산 증액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2025년 9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시위는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Milei) 대통령의 강도 높은 긴축 정책에 반발해 조직됐다. 시위 참가자들은 의회 앞을 가득 메우며 정부와 의회에 “교육은 투자이며, 아이들의 건강은 국가의 미래”라고 외쳤다.

밀레이 대통령은 2023년 12월 취임 직후부터 공공 지출을 대폭 줄여 한때 두 자릿수였던 월간 물가 상승률을 한 자릿수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교육·보건·연금 등 사회 안전망이 삭감되면서 그의 지지율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최근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의회 선거에서 패배하고, 여권 인사가 연루된 부패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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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의 직접적 배경 :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번 시위의 불씨는 밀레이 대통령이 이달 초

공립대학과 의과대학 부속 소아병원에 대한 예산 증액 법안 두 건

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서 비롯됐다. 해당 법안은 야당이 주도해 국회를 통과했으나, 대통령은 “재정 균형을 해친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발동했다. 시위대는 국회가 대통령 거부권을 최종적으로 무효화하길 요구했다.

시위가 정점을 찍은 17일 오후, 하원(하원의회)은 두 법안 모두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을 재표결로 뒤집는 데 성공했다. 최종 무효화를 위해서는 상원 표결이 남아 있지만, 시위대는 “상원도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밀레이 정부의 새 예산안… 숫자는 있지만 신뢰는 부족

밀레이 대통령은 차기 회계연도 예산안을 통해 인플레이션율을 상회하는 예산 항목 증액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보건 예산 17%↑, 교육 8%↑, 연금 5%↑를 공언했다. 하지만 현지 최고 명문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UBA)는 성명을 통해 “이번 예산안은 전례 없는 위기를 더욱 심화시킨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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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A는 특히 1)중단된 캠퍼스 인프라 공사 재개, 2)노후 시설 유지·보수, 3)교원 임금 인상 등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실제 현장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장부상의 숫자일 뿐“이라며 “교육·의료 분야 긴축은 장기적 성장 잠재력을 훼손한다”고 경고했다.


‘자유지상주의(리버테리언)’ 경제학이 남긴 과제

리버테리언은 개인의 자유와 시장의 자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경제 노선을 뜻한다. 밀레이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국가의 과도한 개입은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고 강조하며 공·사 부문 전반의 지출 감축을 약속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회안전망의 급격한 축소가 단기 물가 안정의 대가로 너무 크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특히 교육·보건은 장기적 인적 자본 형성과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해당 부문 예산을 GDP 대비 일정 수준 이하로 축소하면, 중장기 성장률이 둔화될 위험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르헨티나는 이미 수차례 디폴트를 겪으며 해외 차입 여력이 제한적인 만큼, 내부 성장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 균형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10월 중간선거가 분수령

밀레이 정부의 향배를 가를 중간선거는 10월로 예정돼 있다. 현재 야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어, 대통령 거부권이 차단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여권은 최소한의 추가 의석 확보가 절실하며, 이에 실패할 경우 정책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 분석가들은 “긴축의 성과와 사회적 비용 중 어느 쪽을 유권자가 더 크게 인식하느냐”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본다. 현지 언론 역시 “민생 체감도정책 일관성이 결정적”이라고 진단한다.


현장 목소리

시위대에 참여한 대학생 파블로 로메로(22)는 “공립대가 문을 닫으면 서민 자녀는 교육 기회를 잃는다“고 토로했다. 아동 전문의 클라우디아 페레스(45)도 “소아병원 예산 삭감은 결국 아이들의 생명과 직결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대통령실 한 고위 관계자는 “지속 불가능한 재정적자를 해결하지 못하면 더 큰 위기가 온다“며 긴축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그는 “재정 균형과 사회복지 사이의 균형점을 찾겠다“며 타협 의사를 내비쳤다.


전문가 진단 및 전망

경제학자들은 “단기 물가 안정이 중·장기 성장과 사회적 통합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긴축 정책은 정치·경제적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최근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아르헨티나 국채 위험 프리미엄이 다소 확대되는 조짐도 나타났다.

결국 상·하원 표결 결과와 10월 선거가 밀레이 정부의 정책 방향과 시장 신뢰를 좌우할 전망이다. 상원이 대통령 거부권을 뒤집는다면, 정부는 추가적인 예산 재조정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 용어 설명
거부권(Veto) : 행정부가 입법부가 통과시킨 법안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 다시 의결하려면 일반적으로 의회 재표결에서 일정 수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리버테리언(Libertarian) : 국가 개입 최소화를 선호하는 정치·경제 사상. 세금·복지·규제 축소를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