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솔로몬이 미국의 국가부채가 빠르게 불어나는 가운데 경제 성장률이 제자리걸음을 이어갈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2025년 10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솔로몬 CEO는 워싱턴 D.C.에서 열린 워싱턴경제클럽(Economic Club of Washington) 연설에서 “지금의 궤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결국 ‘대가를 치르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강연에서 “If we continue on the current course, and we don’t take the growth level up… there will be a reckoning”이라는 발언을 통해 성장 정체가 지속되면 국가부채 문제가 폭발적으로 악화될 수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여기서 ‘reckoning’은 정산·청산을 의미하며, 경제·재정 용어로는 과도한 부채가 결국 경제주체에게 돌아와 해결을 강제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최근 38조 달러(약 5경 3,000조 원)를 돌파해 15년 전 금융위기 직후 7조 달러 수준과 비교할 때 5배 이상 급증했다. 솔로몬은 이러한 증가 속도를 두고 “심각하게 우려해야 하지만 아직 경보 사이렌을 울리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팬데믹은 부채 증가 속도를 더욱 가속화했다. 그러나 it doesn’t seem like we have the ability to pull it back라는 말처럼, 이미 부채 브레이크를 되돌릴 여력도 크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솔로몬 CEO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인 경기침체 가능성은 낮다”며 미국 경제의 기초 체력(fundamentals)이 양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부채 문제와 거시경제 모멘텀은 별개의 트랙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당장은 경기 급락을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축통화 달러의 지위에 대한 질문도 제기됐다. 솔로몬은 “세계 자본흐름을 살펴보면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 가운데 약 50%가 여전히 미국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면서 “달러의 reserve currency(기축통화) 지위가 약화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달러 hedging 전략(환위험 회피 수단)에 일부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at the margin, 즉 주변부 조정에 가깝다”면서 “달러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현상은 전혀 관측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우리가 해외를 돌아다니며 자본흐름을 살펴보면, 글로벌 자산 배분자(total allocators) 자금의 절반가량이 미국에 들어오고 있다” — 데이비드 솔로몬, 워싱턴경제클럽 연설 중
◆ 용어 설명
*Reckoning : 영어권 재무·정치 담론에서 ‘정산의 순간’, ‘심판의 날’ 등으로 번역된다. 특정 문제(예: 과도한 부채)가 누적된 끝에 더는 미룰 수 없는 시점이 도래함을 뜻한다.
Hedging : 환율·가격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한 파생상품·현물 포지션 활용 전략을 의미한다. 예컨대 달러 약세 위험을 예상한 투자자는 통화선물 매도 포지션을 구축해 손실을 완화할 수 있다.
◆ 기자 해설 및 전망
전문가들은 38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지속 가능하려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장기적으로 명목 4~5%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성장률 둔화, 고금리 장기화,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소비·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따라서 솔로몬 CEO의 ‘성장 가속’ 주문은 단순 재정관리 수준을 넘어 산업·기술 혁신, 인구·이민 정책, 교육·생산성 제고 등 구조적 처방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달러 기축통화 지위는 당장은 견고하나, BRICS+ 국가들의 결제망 다변화 시도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탈(脫)달러화’ 흐름이 가속될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부채의 질적 관리’와 ‘성장엔진 재점화’라는 두 과제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솔로몬이 언급한 ‘reckoning’은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의회와 행정부의 정책 공조가 요구된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