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 — 골드만삭스의 라틴아메리카 거시경제 리서치 총괄 알베르투 하무스(Alberto Ramos)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브라질의 재정수지 관리가 2027년부터는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국가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수년간 세수 증가와 지출 확대가 병행된 정책 기조가 지속돼 왔으나, 차기 사이클에서는 재정의 질적·양적 건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명확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2025년 11월 12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하무스 총괄은 브라질 재정 운용과 관련해 “정치적 구도가 어떠하든 재정규율(fiscal discipline)을 회복하는 과제가 지배적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내년(2026년) 대선 결과 이후 2027년부터 향후 수년간 부채 경로의 반전과 시장 신뢰 회복이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판단과 맞닿아 있다.
하무스는 특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acio Lula da Silva) 대통령이 비연속적 네 번째 임기를 확보하는 경우에도, 현 3기에서의 방식은 그대로 반복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네 번째 룰라 정부는 현 3기에서의 재정 운용을 반복할 수 없다”
고 밝히며, 재정 신뢰 약화 시 시장 변동성 확대 또는 금융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 재정목표에 관해, 브라질 정부는 2025년 기초재정수지(primary result) 0%, 2026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0.25% 흑자를 제시하고 있으며, 두 해 모두 ±0.25%포인트의 허용오차를 둔 상태다. 이는 최악의 경우라도 2025년에는 GDP 대비 0.25%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목표 범위 내에 머무를 수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하무스는 형식적 목표 충족과 부채 역학의 개선은 별개임을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브라질이 부채 증가 추세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GDP 대비 2.5%를 웃도는 기초재정 흑자가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하무스는 GDP 대비 3%포인트 규모의 추가 재정조정이 여전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세입 기반의 내구적 확충과 지출 효율화가 동시에 진행돼야 함을 시사한다.
브라질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9월 기준 명목 공공부채(총부채)는 GDP 대비 78.1%로, 202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임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대통령 임기 종료 시점의 71.7%와 비교해 뚜렷한 상승세다. 이러한 부채비율의 우상향은 금리 비용 증가와 함께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부담을 높인다.
재무부 전망치에 따르면, GDP 대비 부채비율은 2028년 말 84.2%까지 상승한 뒤 점진적 하락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으로 제시돼 있다. 그러나 하무스는
“높은 수준에서의 부채 안정화는 향후 충격(shock)에 대한 경제의 취약성을 남긴다.”
며, 충격 내성 강화를 위해서는 보다 야심적인 흑자 경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시장 측면에서, 최근 여론조사들은 룰라 대통령이 2026년 대선 구도에서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무스는 야권 후보가 부상할 경우 단기적 ‘래리(rally)’가 나타날 수 있음을 언급하면서도, 투자자들은 이념이 아니라 정책의 건전성에 반응한다고 강조했다. 즉, 지속 가능한 재정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는 쪽이 시장 신뢰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통화정책과 관련해, 골드만삭스는 현재 기준금리(셀리크) 15%가 내년 1월부터 인하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하무스는 경기 활동의 견조함과 선거연도 지출을 이유로, 금리 인하의 시작 시점이 3월 이후로 늦춰질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 두었다.
핵심 수치와 정책 시사점요약
– 재정목표: 2025년 기초재정수지 0%, 2026년 +0.25% (허용오차 ±0.25%p). 최악의 경우 2025년 -0.25%도 목표 범위 충족.
– 필요 흑자(골드만삭스 추정): GDP 대비 2.5% 초과.
– 추가 재정조정(하무스): GDP 대비 3%p.
– 총부채: 2025년 9월 78.1%(GDP 대비), 2021년 11월 이후 최고. 전임 정부 말 71.7%.
– 전망: 2028년 말 84.2% 정점 후 하락.
– 금리: 셀리크 15% → 1월 인하 개시 전망(지연 시 3월 이후 가능성).
용어 해설과 배경
기초재정수지(Primary Result)는 정부의 총수입에서 이자지출을 제외한 지출을 뺀 값으로, 이자 비용을 제외한 재정의 ‘기초 체력’을 보여준다. 통상적으로 흑자 전환 및 확대가 이루어져야 부채비율 상승을 억제하거나 감소시킬 수 있다. 브라질 정부가 제시한 허용오차(±0.25%p)는 경기 변동과 세수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목표 달성의 유연성을 부여하는 장치다.
GDP 대비 공공부채는 한 나라의 상대적 채무 부담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같은 명목 부채라도 성장률과 물가, 금리 조건에 따라 부채비율의 경로가 크게 달라진다. 금리가 높고 성장률이 낮을수록, 이자부담이 누적되며 부채비율이 상승하기 쉬운 구조다.
셀리크(Selic)는 브라질 중앙은행의 정책금리로, 단기 금융비용과 신용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15%라는 수준은 인플레이션 안정과 통화정책 신뢰 확보를 위한 긴축적 스탠스를 반영한다.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경우, 재정의 이자비용과 민간의 금융비용은 더 오래 높은 수준에 머무르게 된다.
분석: 왜 ‘재정규율’이 핵심인가
하무스의 메시지는 정책 신뢰와 부채 역학에 대한 명확한 상관관계를 상기시킨다. 현재 경로에서 명목 성장률보다 평균 차입 비용이 높게 유지되면, 재정적자의 누적은 부채비율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때 기초재정 흑자의 규모가 부채 안정화의 유일한 완충장치가 된다.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2.5% 초과 흑자와 3%p 재정조정은, 단순한 목표치 이상의 ‘정책 신뢰 신호’로 해석된다.
또한 시장 반응에 관해서 하무스는, 이념이 아니라 정책에 반응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는 야권 후보 부상 시 나타날 수 있는 전술적 랠리가 지속 가능하려면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재정·통화 정책 프레임워크가 필요함을 뜻한다. 반대로, 같은 정권이 연속되지 않더라도 정합적 정책믹스가 제시된다면, 시장 신뢰는 재구축될 수 있다.
요컨대, 2027년 이후 브라질의 핵심 과제는 ‘재정의 신뢰 회복’이며, 이는 규모 있는 기초흑자, 부채 관리의 예측가능성, 통화정책과의 정합성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 선거연도 지출이 경제활동을 지지하더라도, 재정의 경직성과 높은 이자비용은 구조적 제약으로 남는다. 하무스의 경고는 ‘단기 목표 달성’이 아닌 ‘중기 흑자 경로’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리
골드만삭스는 브라질이 재정규율 강화 없이는 부채 반전이 어렵다고 본다. 2025~2026년의 완만한 목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시장 변동성 확대와 충격 취약성을 줄이려면 보다 큰 폭의 재정조정이 요구된다. 통화 측면에서는 셀리크 15%의 인하 개시 시점이 경제·정치 변수를 감안해 1월 혹은 3월 이후로 조정될 수 있다.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정책의 질이 투자자 신뢰와 자본비용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