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가 유럽 방위 및 항공우주 업종에 대한 신규 리서치를 발표하며 해당 섹터가 ‘강력한 투자 사이클’*1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은행은 민간 여객기 수요의 사상 최대치 갱신과 구조적 재무장(Structural Rearmament)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동력이 한꺼번에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높은 밸류에이션을 감안할 때 종목 선택(Selective Approach)이 결정적인 성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업황이 우호적이라 해도 개별 기업의 현금 창출력‧주주환원 정책‧정부 수주 파이프라인 등을 세밀히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항공우주(에어로스페이스) 부문에 대해 골드만은 ‘애프터마켓(Aftermarket)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프터마켓이란 항공기·엔진 납품 이후 이뤄지는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을 가리킨다. 항공사들이 노후 기재를 교체(refleet)하면서 MRO 수요가 오히려 신차 수요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엔진 공급 병목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공급망 압력은 완화 국면”이라며, 지금은 ‘수확기(harvest period)’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수확기란 기업들이 이미 판매한 장비로부터 서비스료·부품 판매 등 안정적인 현금을 회수하는 시점을 뜻한다.
종목별로는 에어버스(Airbus)를 ‘매수(Buy)’로 시작하고 목표가를 230유로로 제시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중기 실적 전망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할인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프란(Safran), 롤스로이스(Rolls-Royce), 멜로즈(Melrose)도 ‘매수’로 커버리지에 편입했다. 사프란은 시장이 과소평가한 매출 성장 여력, 롤스로이스는 민항기 부문 마진과 파워시스템(발전·방위 엔진)에서의 상방 가능성이 부각됐다는 판단이다. 멜로즈는 현금흐름이 분기점을 돌았다고 진단했다. 반면 MTU 에어로 엔진즈(MTU Aero Engines)는 ‘중립(Neutral)’으로 시작하며 “동종업계 대비 밸류에이션이 부담”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항공기 기종이 2030년대 후반까지 등장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업계는 ‘현금환원 스토리(Cash-Return Story)’로 재평가받고 있다.” — 골드만삭스 보고서 중
실제로 사프란·롤스로이스·에어버스 등은 이미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buyback)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런 주주환원 정책이 주가 재평가(리레이팅)의 촉매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방위산업(디펜스) 전망
골드만삭스는 “유럽은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재무장 국면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의 안보 공약 약화 가능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유럽 나토(NATO) 회원국의 국방비가 2025년 GDP 대비 2%에서 2030년 3% 안팎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군수 물자 조달(Procurement)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층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BAE 시스템즈(BAE Systems)를 최선호주(Top Pick)로 선정하고 목표주가 2,270펜스를 제시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높은 현금 전환율(Cash Conversion)과 크로스 도메인(Cross-Domain) 솔루션 역량”을 강점으로 꼽았다. 이어 라인메탈(Rheinmetall)도 ‘매수’ 의견을 부여했는데, 독일 정부의 재정 여력과 유럽 방위력 격차(Addressing Capability Gaps)에 밀착돼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 평가했다.
반면 레오나르도(Leonardo)와 RENK는 ‘중립’, 탈레스(Thales)와 다소 항공(Dassault Aviation)은 ‘매도(Sell)’로 시작했다. 탈레스에 대해서는 사이버·디지털·민수 비중 확대가 오히려 방위 수주 가시성을 희석할 수 있다는 우려, 다소 항공은 비즈니스 제트 부문의 성장 둔화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다.
골드만삭스는 또 “드론·전자전·소프트웨어 영역에서 벤처캐피털이 지원하는 스타트-업들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지만, 대형 방산업체가 여전히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 민항 수요 급증과 현금이 풍부한 전통 업체들의 주주환원 확대도 항공우주·방위 섹터 전반에 우호적 요인으로 꼽았다.
전문가 해설 — 용어와 배경 이해
① 구조적 재무장(Structural Rearmament): 단발성 증액이 아니라 장기 국방전력 강화 계획에 따라 무기체계를 전면 교체·업그레이드하는 추세를 의미한다. 한국형 3축 체계 구축과 유사한 장기 프로그램이 유럽 전역에서 진행 중이다.
② 크로스 도메인 솔루션: 육·해·공·우주·사이버 등 서로 다른 전장(戰場) 영역을 연결해 데이터를 실시간 공유하고, 무기체계를 통합 지휘하도록 설계된 기술·플랫폼을 말한다.
③ 현금 전환율: 회계상 영업이익이 실제 현금흐름(영업현금)으로 얼마나 빨리, 많이 전환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방산업체는 장기 프로젝트가 많아 이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 안정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된다.
④ 애프터마켓: 초기 판매보다 마진이 높고 경기 변동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시장이다. 항공기 1대를 팔아 발생하는 평균 부품·정비 매출이 기체 판매 가격의 3~4배에 달한다는 업계 추정치도 있다.
⑤ 현금환원 스토리: 대규모 설비 투자가 줄어드는 성숙 산업에서, 잉여현금을 배당·자사주 매입 형태로 투자자에게 재분배해 주가를 지지·견인하는 전략을 뜻한다.
기자 관전평
방위·항공우주 두 업종은 경기 민감도가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분모는 ‘현금’이다. 정부 방위 예산 증액과 민항기 애프터마켓 호황은 모두 단기 실적 가시성을 높여준다. 다만 이미 주가가 역사적 고점부근인 종목이 적지 않아, 배당·자사주 매입 확대라는 ‘테마’가 실제로 이행되는지가 향후 재평가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특히 2024~2025년 미국 대선 이후 미군(EUCOM) 유럽 주둔 규모가 재조정될 경우, 유럽 각국의 방위비 목표치가 다시 상향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투자자라면 단순 호재보다 ‘현금흐름·주주환원 정책·정부 수주 포트폴리오’라는 세 가지 팩터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