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글로벌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패시브 주식과 프라이빗 크레딧에 대해 신중해진 반면, 헤지펀드 부문에 대한 관심은 최근 수년래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25년 8월 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프라임브로커리지가 7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 같은 경향이 확인됐다. 조사 대상은 연기금·대학 기금·국부펀드 등 1조 달러 이상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기관 333곳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27%2H25는 올해 하반기 ‘롱 온리(long-only)’ 패시브 주식 전략 비중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상반기 같은 질문에서 ‘19%’가 축소 의사를 밝힌 것과 비교해 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가장 인기 있던 자산군이던 프라이빗 크레딧에 대한 선호도도 둔화됐다. 내년(2025년) 해당 전략에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응답은 31%로, 지난해 동일 설문 결과(41%) 대비 10%포인트 낮아졌다.
용어 설명: 패시브 주식 · 프라이빗 크레딧이란?
패시브 주식은
‘S&P 500’과 같은 넓은 주가지수를 그대로 추종해 운용되는 상장지수펀드(ETF)·인덱스펀드
를 의미한다. 운용보수가 저렴하고 시장 평균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거시경제 충격에 따른 지수 급락 시 방어 수단이 제한된다.
프라이빗 크레딧은 비상장 중견·중소기업에 직접 대출해 고정수익을 얻는 사모대출 전략이다. 은행 대출보다 빠르고 유연한 자금 공급을 제공해 최근 몇 년간 대체투자 분야의 ‘블루칩’으로 떠올랐지만, 평가·유동성·투명성 한계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설문 주요 수치
• 패시브 주식:하반기 감축 의사 27% → 상반기 19%
• 프라이빗 크레딧:2025년 신규 투자 의사 31% → 전년 41%
• 헤지펀드:올해 말까지 순증 의사 37% (변동 없음) / 감축 의사 6% (이전 10%)
거시 환경이 투자 성향을 흔들다
보고서는 미국이 부과한 수입품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서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는 기업 비용과 소비자 물가를 동시에 밀어 올려, 성장 둔화·물가 고착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확대할 수 있다.
특히 프라이빗 크레딧은 경제 환경이 양호해야 차입 기업의 현금 흐름이 안정돼 대출 회수도 순조롭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각종 지표가 미국 경기 모멘텀 둔화를 시사하면서 대출 채권의 실질 가치를 가늠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시장 혼란 속에서 ‘가치 산정을 명확히 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부각됐다. 2조 달러 이상 자산을 운용하는 두 글로벌 기관투자가는 로이터에 “포트폴리오 ‘마크(mark)’가 불명확한 상품은 환매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헤지펀드로 시선 이동…그러나 자금 이동은 제한
“투자자들의 헤지펀드 관심은 2019년 이후 최고 수준”
라고 골드만삭스는 평가했다. 설문 응답자의 37%가 올 하반기 헤지펀드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했고, 축소 응답은 6%에 그쳤다.
다만 보고서는 실제 자금 이동이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수 기관이 이미 프라이빗 마켓에 장기 묶인(locked-up) 자금 때문에 현금 여력이 제한돼 있다는 이유다. 골드만삭스는 “일부 투자자에게는 이러한 유동성 압박이 완화되는 조짐도 감지된다”고 전했다.
전문적 시각: 자산 배분 전략 변화의 함의
이번 설문은 패시브·사모대출·헤지펀드 간 ‘상대적 매력도’ 변화가 본격화하는 초기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2020~2023년 글로벌 유동성 환경에서는 저수수료 인덱스 투자와 이자상승기 매력적인 사모대출이 동시에 각광받았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재가열과 금리 고착 시나리오가 부상하면서, α(알파) 창출·리스크 관리 기능을 갖춘 헤지펀드가 다시 대안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특히 ‘장부가치(Valuation) 미스매치’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면 사모시장의 할인율 재조정과 헤지펀드·상장주식 간 밸류에이션 갭 축소가 동반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국내 연기금·보험사 등 장기투자자에게도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향후 체크 포인트
1) 미국 소비자물가·관세 정책 추이
2) 사모대출 포트폴리오의 신용스프레드 등 자산건전성 지표
3) 헤지펀드 유입 자금 대비 성과지속성
이 세 가지 변수는 글로벌 자산배분 플레이북을 재편할 핵심 촉매로 꼽힌다. 국내 투자자들도 분산·유동성·투명성을 재검토하며 전략 수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설득력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