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가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월가 대표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관세가 물가를 자극해 실질 소득을 깎아 먹으면서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2025년까지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평균 1.1%에 머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2025년 7월 22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얀 하치우스(Jan Hatzius)는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이 실질 가계 소득을 압박해, 금융 여건이 다소 완화되더라도 소비를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치우스 팀은 2025년까지 연 1.1% 성장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1회성 가격 상승이라고 해도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만큼 소비둔화 효과가 누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 지출이 올 1~6월 사실상 정체 상태에 빠졌는데, 이는 경기침체(recession) 국면이 아닌 시기에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1분기 미국 GDP는 연율 0.5% 하락(-0.5%)했고, 같은 기간 소비 지출 증가율은 0.5%에 그쳤다. 고용지표가 둔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소비심리 회복세도 더딘 모습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러한 배경 아래 경기침체 확률을 통상 수준의 약 두 배인 30%로 산정했다.
관세 시나리오와 물가 전망
골드만삭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이른바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s)’가 협상 경과에 따라 최대 15%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기존 예상치(10%)보다 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하치우스는 이 경우 평균 관세율이 올해 14%포인트, 2026년에 추가 3%포인트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연방준비제도(Fed)가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PCE) 물가 지수는 2025년 3.3%까지 치솟겠지만, 2026년 2.7%, 2027년 2.4%로 점진적 둔화를 예상했다.※ PCE 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상품·서비스 구성을 넓게 잡아, 미국 중앙은행이 물가 목표(2%) 판단에 주로 활용한다.
“관세가 예상보다 세게 부과될 경우 고용과 공급망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어, 연준은 현재 예상보다 더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할 수도 있다.” — 골드만삭스 경제팀 별도 메모
상반된 신호: 소비심리·GDP 나우캐스트
다만 일부 지표는 경제의 견조함을 시사한다. 미시간대 소비심리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최초로 관세를 발표했을 때의 저점에서 반등했다. 인플레이션 기대 또한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선언 직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또한 애틀랜타 연은(Atlanta Fed)이 운영하는 GDP 나우(GDPNow) 모델은 2분기 성장률을 연율 2.4%로 추산 중이다. 이는 골드만삭스 전망치보다 크게 높다. 그러나 하치우스는 “실적 발표 시즌 이후 기업 가이던스와 소비 데이터가 동조화되면, 나우캐스트 수치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해설: ‘관세–소비–통화정책’의 삼각관계
통상 관세 인상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 총체적 물가 상승 압력을 만들고 → 가계 실질 구매력을 낮추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번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소비 위축을 핵심 변수로 지목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무역 불확실성’이 아닌 가계의 지갑이 닫히는 현상 자체를 더 큰 리스크로 본다.
필자 관점※: 지난 30년간 미국 경제는 ‘소비가 GDP의 70%’를 차지해 왔다. 따라서 관세 충격으로 소비가 주춤할 경우 공급 측면에서 기업 매출·투자까지 연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단기 물가 상승과 함께 중·장기 생산성 변동성도 키울 수 있다.
또한 연준의 통화정책이 ‘인내 모드’(wait-and-see)를 지속할지 여부는, 향후 고용보고서·소매판매·PCE 물가 지표 등 고빈도 경제지표에 달려 있다. 필자는 2025년 4분기 이후 연준이 최소 두 차례 25bp(0.25%p) 수준의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주요 용어 정리
• PCE 물가 지수 — 개인이 소비하는 상품·서비스 가격을 평균 낸 지표로, 식품·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포함해 계산한다. 연준의 ‘물가 목표(2%)’ 평가에 활용된다.
• Reciprocal Tariff(상호주의 관세) — 교역 상대국 관세율만큼 동일하게 부과하는 방식으로, 상대국이 25%를 매기면 미국도 25%로 맞추는 형태다.
• GDPNow 모델 — 애틀랜타 연은이 각종 고빈도 데이터를 실시간 반영해 분기별 성장률을 예측하는 ‘나우캐스트(nowcast)’ 도구다.
전망과 시사점
골드만삭스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2025~2026년 미국 경제는 저성장·고물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연준의 통화정책 여력을 시험함과 동시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비중을 조정할 명분이 될 수 있다. 국내 투자자 또한 달러 강세, 미국 국채 수급, 원·달러 환율 흐름에 주시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관세 정책 강도에 따라 경기 경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정책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향후 백악관·연준·의회 간 정책 공조 여부가 미국 및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