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밈 주식(meme stock)’ 명단이 바뀌고 있다. 이번에는 액션 카메라 제조사 고프로(GPRO)와 도넛 체인 크리스피 크림 도넛(DNUT)이 개인투자자들의 열광적인 표적이 됐다.
2025년 7월 23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두 종목은 미국 정규장이 열리기 전 거래(프리마켓)에서 각각 63%, 33% 급등하며 전일까지의 ‘최애’였던 오픈도어(OPEN)를 빠르게 대체했다. 반면 오픈도어는 전날까지의 폭등 이후 같은 시간대에 9% 하락해 열기가 눈에 띄게 식었다.
이번 투기성 매수세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현장 트레이더들 사이에서도 회자됐다. 고프로는 올 들어 줄곧 1달러 밑에서 거래되며 ‘페니 스톡(penny stock)’으로 전락해 있었다. 크리스피 크림 역시 주당 4달러 안팎의 저가주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크리스피 크림의 공매도 잔고는 유통주식 대비 28%, 고프로는 10% 수준으로 나타났다.
밈 주식의 심장, 월스트리트베츠
두 종목은 2021년 ‘게임스톱 사태’를 촉발했던 온라인 커뮤니티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에서 연일 언급량이 급증했다. 게시글 중 하나는 “
YOLO DNUT
”라는 문구를 남겼다. 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전 재산을 걸다시피 하는 고위험·고수익 베팅을 의미한다.
이 같은 과열 현상은 더 큰 증시 환경과도 맞물렸다. 투자자들이 우려했던 관세(관세 인상 우려) 뉴스가 ‘생각만큼 나쁘지 않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S&P500 지수는 전날 사상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올해 들어서만 7% 이상 상승한 셈이다.
울프리서치(Wolfe Research)는 고객 메모에서 “미국 GDP 하방 리스크가 ‘OBBB 법안’ 통과로 일부 제거됐고, 연말까지 연준의 여러 차례 금리 인하 기대, 예상보다 견조한 경제 지표, 그리고 관세 뉴스가 ‘최악은 피했다’는 안도감을 주면서 ‘정크 랠리(junk rally)’를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낯선 용어, 이렇게 이해하자
1 밈 주식(meme stock)은 인터넷 밈처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순식간에 인기를 얻어 가격이 급등락하는 종목을 뜻한다.
2 페니 스톡(penny stock)은 통상 5달러 이하에 거래되는 초저가 주식으로 유동성 부족과 변동성 리스크가 크다.
3 플로트(float)란 내부자·기관 보유분을 제외하고 실제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을 말한다.
4 공매도 잔고(Short Interest)는 주가 하락에 베팅하려고 빌려서 판 주식의 비율을 의미한다. 비율이 높을수록 ‘쇼트 스퀴즈(급등하며 공매도 세력이 손실 회피를 위해 매수로 전환)’ 가능성이 커진다.
고프로·크리스피 크림, ‘다음 게임스톱’이 될까?
고프로는 한때 액션 카메라 시장을 주도했지만, 스마트폰 영상 촬영 기능의 고도화와 중국 제조사의 저가 공세로 성장성이 둔화돼 주가가 장기 침체에 빠져 있다. 크리스피 크림 역시 2021년 재상장 이후 기대만큼의 실적 반등을 보여주지 못했고, 높은 레버리지 구조가 투자심리를 제약해왔다.
그럼에도 이번 랠리는 ‘짧은 기간 내 고수익’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잔고가 높은 종목을 집중 공략하면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밈 주식은 펀더멘털(기업 실적·가치)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변동성이 극심하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전날까지 폭등했던 오픈도어가 하루 만에 급락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시장 참여자들은 ‘장밋빛 FOMO(놓치기 두려움)’ 심리와 ‘연준이 금리를 곧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결합된 점을 이번 투기적 흐름의 촉매로 본다. 그러나 금리 인하 전망이 조금만 삐걱대도 투자심리는 급격히 식을 수 있다. 특히 저가주 특성상 약정 증거금 유지가 어려워 강제 반대매매 위험도 크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시각
월가 한 트레이딩 데스크의 파생상품 책임자는 “공매도 잔고가 20%를 넘는 종목은 연쇄 쇼트 커버(공매도 세력의 매수 전환)가 일어날 여지가 크다”며 “다만 수급 변동이 잦은 만큼 익일 변동 폭이 30~50%를 넘나드는 ‘롤러코스터 장세’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고프로의 경우 신제품 출시·구독모델 확대 등 사업구조 재편이 가시화될 때까지는 ‘단기 테마주’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반면 크리스피 크림은 스타벅스·맥도날드 등 파트너 채널 강화를 통해 매장 외 판매 비중을 높이고 있어 실적 반등 가능성을 남겨뒀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투자자는 ‘가격’보다 ‘리스크 허용 범위’를 먼저 따져야 한다. ‘YOLO’ 전략은 화려해 보이지만, 손실 역시 순식간에 현실화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