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집권 자민당(自由民主党) 중진인 고노 다로(河野太郎) 의원이 엔화 약세를 되돌리고 가계의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과 정부의 재정 건전화 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8월 19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고노 의원은 이날 로이터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실질금리가 장기간 마이너스 상태에 머무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추가 금리 인상에 착수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10여 년에 걸친 대규모 완화정책을 공식 종료했고, 올해 1월 정책금리를 단기 0.5%로 인상한 바 있다. 이는 ‘물가상승률 2% 목표 달성의 기로’에 서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지만, 통화정책 정상화가 시기적으로 지연됐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고노 의원은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인상을 점치고 있는데 시기가 늦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각각의 시기별 움직임을 논평할 의사는 없다”면서도 “이미 너무 늦었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그는 BOJ가 ‘점진적이고 예측 가능한 속도’로 금리를 올려 시장에 신뢰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엔화 약세의 ‘빛과 그림자’
엔화 가치 하락은 과거 수출주도형 일본 경제에 ‘호재’로 인식되기도 했으나,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과 맞물리며 수입 물가 상승→생활비 부담 증가→기업 이익 둔화라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고노 의원은 “약세 엔화가 이제는 국민연금 생활자와 중소기업마저 압박하고 있다”면서, 엔화 강세 쪽으로의 방향 전환이 ‘가장 효과적인 생활비 대책’이라고 단언했다.
“엔화가치는 반드시 어느 정도 강세로 복귀해야 하며, 그 출발점은 일본은행의 실질금리 정상화와 정부의 재정규율 회복이다.” — 고노 다로
‘아베노믹스’ 이후의 새로운 정책 틀 필요
고노 의원은 정부·BOJ 간 정책 공조의 재설계를 주장했다. 그는 “전(前)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2013년 도입했던 ‘아베노믹스’—대규모 통화·재정 완화를 앞세워 디플레이션 탈피를 노린 전략—는 일정 부분 효과를 거뒀지만, 현 상황에서는 부작용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용어 설명: ‘아베노믹스’는 ① BOJ의 양적·질적 금융완화(QQE), ② 대규모 재정지출, ③ 구조개혁을 묶은 3개 화살(Three Arrows) 전략을 말한다. 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경제 심리를 개선한다는 목표였지만, 장기적인 재정적자 확대·자산가격 버블·엔화 약세 고착화라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고노 의원은 “정부와 BOJ가 새로운 공동 성명 또는 정책 합의를 체결해 ‘아베노믹스 이후’의 명확한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재정 건전성 회복을 우선순위로 언급하며 “재정지표가 악화된 상태에서는 통화정책 정상화 효과가 반감된다”고 경고했다.
실질금리와 생활경제
실질금리는 ‘명목금리(표면상 금리) – 물가상승률’로 산출된다. 현재 일본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년 넘게 연 2% 이상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기준금리는 0.5%에 머물러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상태다. 이는 예·적금의 실질 가치가 하락하고, 엔화 매력이 감소해 환율이 약세를 지속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정치 지형과 차기 총리 경쟁
고노 의원은 지난해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현직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에게 패배했지만, 여전히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특히 자민당이 지난달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대패한 이후 당내에서는 ‘이시바 책임론’과 함께 지도부 교체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고노 의원은 ‘차기 총재 선거에 재출마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삼가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향후 자신의 거취보다도 재정 건전화와 통화정책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시장 반응과 향후 전망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관세 이슈로 인한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일본은행 구로다 가즈오(植田和男) 총재의 ‘신중 노선’과, 고노 의원 등 정치권 일각의 ‘조기 인상론’ 사이에서 ‘온건 인상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추가 인상이 단행될 경우, 미국·유럽과의 금리 격차가 다소 좁혀져 엔화 가치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재정지출 축소, 세수 확보, 구조개혁 등 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금리만으로 엔화 약세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요컨대, 고노 의원의 발언은 일본 경제가 ‘초(超)완화 시대’의 막을 내리고 정상화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는 정치권 내 공감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