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의 서막—연준 매파 전환이 미국 자본시장·실물경제에 남길 5대 구조적 균열

글│이중석(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1. 프롤로그: Higher for Much Longer라는 새로운 기조

2년 가까이 지속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 긴축은 금융시장을 ‘고금리 피로감’에 적응시켰다. 그러나 2025년 10월 2일자 로리 로건·오스턴 굴스비 총재의 매파적 연설은 시장이 기대한 ‘조기 인하 피봇’에 대못을 박았다. 연방기금(FF) 선물시장이 98% 확률로 10월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음에도, 정책 결정권자들은 “물가가 2%로 확실히 복귀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본 칼럼은 ‘고금리 장기화 시나리오’가 앞으로 최소 12~24개월간 미국 주식·경제 전반에 끼칠 5대 구조적 영향을 경제 지표와 최신 데이터를 통해 심층적으로 해부한다.

주목

2. 왜 고금리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는가?

2.1 인플레이션 Stickiness: 서비스·주거비가 핵심 변수

항목 CPI YoY(8월) 3년평균 코로나 이전(2015~19)
Headline 3.4% 4.9% 1.8%
Core Services 5.6% 4.8% 2.5%
Shelter 6.8% 6.2% 3.2%

표에서 보듯,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서비스물가·주거비는 아직도 팬데믹 이전 평균의 두 배를 웃돈다. 연준이 “일시적 잡음(transitory noise)”이 아닌 ‘구조적 끈적임’으로 진단할 근거다.

2.2 재정적자·중립금리 r★ 상향 논쟁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2024~2034년 누적 재정적자는 20조 달러에 달한다. 과도한 재정 팽창이 장기 균형금리(중립금리)를 끌어올린다는 최근의 학술 연구(Obstfeld·Gourinchas, 2024)는 손쉬운 복지 포퓰리즘의 대가로 고금리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는 시장의 두려움을 자극한다.

2.3 글로벌 공급 재편—지정학적 비용의 구조적 상승

미·중 기술 패권 경쟁, 러·우 전쟁 장기화, 프렌드쇼어링 등이 합쳐져 공급망의 고비용화를 야기한다. 이는 디플레이션의 마지막 보루였던 중국 제조업발 가격 압력을 약화시키고, 선진국 서비스 가격을 추가적으로 밀어올리는 원인이 된다.


3. 거시 시나리오 매트릭스

연준의 점도표와 금리 선물시장을 조합해 2025~26년 정책금리 경로를 3개 시나리오로 단순화했다.

주목
시나리오 핵심 전제 정책금리(%, 연말) 확률(내재)
2025 2026
A: 베이스 서비스 인플레 완만 하향 4.25 3.50 45%
B: 고착 물가 3% 이상 고착 4.75 4.25 35%
C: 급락 경기 침체+실업률 5.5% 3.25 2.50 20%

시장은 ‘자이언트 컷’(시나리오 C)을 희망하지만, 연준 발언과 데이터는 A 또는 B 구간을 지지한다. 이 구간에서 정책금리는 최소 12개월간 4%대에 머문다.


4. 5대 구조적 파급경로

4.1 자본시장: 할인율 재산정과 멀티플 압축

테크·AI 랠리는 무한정 지속되지 않는다. S&P 500의 12개월 선행 PER은 20.4배(5년 평균 18.7배)를 상회한다. 10년물 국채 4.0%·ERP(주식위험프리미엄) 3.5% 가정을 대입하면 합리적 PER은 18.1배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약 11%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로 귀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필자의 견해: AI 모멘텀 자체가 사라진다기보다, ‘현금흐름 실체’ 없는 허상 기업의 주가가 먼저 무너질 것이라 판단한다. 즉, 퀄리티 성장주테마 과열주 간 수익률 편차가 극단화되는 ‘K자형 시장’이 펼쳐진다.

4.2 기업 크레딧: 2025~27 Refi Cliff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BB등급 이하 미국 회사채 1.2조 달러가 26년 말까지 만기를 맞이할 것으로 집계한다.

  • 2021년 발행된 10년물은 평균 쿠폰 4.3%였다.
  • 동등 만기의 신규 조달금리는 현재 7.6%로 상승했다.

차입 비용은 평균 300bp 이상 높아진 셈이다. 고금리 장기화는 ‘좀비기업’의 자연도태를 가속화한다.

4.3 가계·주택: Lock-In Effect와 이동성 제한

30년 고정모기지 금리는 7.2%에 근접했다. 미국 주택 소유자의 62%가 4% 이하 금리로 이미 록인(lock-in)된 상태다. 이들이 기존 주택을 시장에 내놓지 않으면서 재고 부족→가격 경직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신규 주택 착공은 위축되지만, 가격 조정은 더딜 수 있어 주거비(CPI 항목) 하향 속도가 지속적으로 지연될 것이다.

4.4 노동시장·소비: ‘고용 완충지대’의 붕괴

챌린저 해고보고서 누적 감원(94만6,426건)은 2020년 팬데믹 충격 이래 최대치다. 다만 고용주가 ‘실제 해고’ 대신 채용 동결·임금상승 억제로 대응하면서 실업률은 4%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가 신흥 테크기업·프랜차이즈 리테일 등 레버리지 의존 업종을 먼저 강타하면서, 2025년 하반기부터는 실업률 급등 위험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4.5 달러·글로벌 유동성: 新폴리컬리티(정치·통화 혼합)

DXY는 최근 0.11% 반등했지만, 경상수지 적자·재정난에도 불구하고 달러는 ‘가장 안전한 쓰나미 대피소’로 간주된다. 고금리·달러 강세 → 신흥국 통화 불안 → 외화 부채 상환 압박이라는 1980년대형 킹 달러 스퀴즈가 재현될 리스크가 높다.


5. 섹터별 승자와 패자

5.1 승자

  • 현금흐름 탄탄한 IT 하드웨어·AI 인프라: CapEx 스프레드가 국채금리+ERP를 초과 유지하는 기업(NVIDIA, AMD, 구글 클라우드 등).
  • 에너지 메이저: 고유가 시나리오와 무관히 배당+자사주 매입으로 주주 환원.
  • 은행(대형): 예금 잔액 유출이 둔화되면, 순이자마진(NIM)이 고착화돼 이익 체력이 강화.

5.2 패자

  • 크레딧 스프레드 민감 섹터: 부동산 투자신탁(REIT), 레버리지드 통신주
  • 소형 성장주·SPAC 잔존주: 자본조달 비용 상승 직격탄
  • 소비재 중 하위 소득 의존: 변동금리 부채(카드·학생대출) 부담이 소비 여력을 잠식

6. 장기 투자·포트폴리오 전략

6.1 Barbell 접근법

한쪽에는 단기 미국채(3M~2Y)를 담아 확정수익을 확보하고, 다른 쪽에는 초격차 혁신 기업글로벌 배당 Aristocrats를 배치한다. 이는 고금리 지속 구간에서 변동성을 완충하는 대표적 자산배분 전술이다.

6.2 팩터 분산: Quality + Low Vol

백테스트 결과 1990~2023년 고금리 구간(10년물>4%)에서 퀄리티·로볼(Low Vol) 팩터가 S&P 500 대비 평균 초과수익 +3.2%p를 기록했다. 반면 모멘텀의 초과수익은 +0.4%p에 그쳐 변동성 대비 보상이 미미했다.

6.3 커버드콜·중기 만기 옵션 전략

VIX가 15~20에 머무르는 구간에서 커버드콜(ATM+2% OTM)을 구축하면 연 6~8%의 추가 인컴이 가능하다. 금리·변동성 동반 상승 시 손익분기점 확대 효과를 얻을 수 있어, 고금리의 ‘쿠폰 대체재’ 역할을 한다.


7. 위험요소·변수 체크리스트

  • 노동생산성 슈퍼사이클—AI 도입 가속이 물가를 예상보다 빠르게 낮춘다면 정책 전환 타이밍이 앞당겨질 수 있다.
  • 재정정책 선회—2026 회계연도 이후 긴축예산이 현실화될 경우, 장기국채 수요가 늘면서 장단기금리차가 급격히 축소될 위험
  • 지정학적 충격—중동·타이완 해협 리스크가 에너지·반도체 공급을 막아 인플레이션이 2차 슈퍼스파이크를 맞을 가능성

8. 결론: ‘금리의 새 정상(New Normal)’을 직시할 때

고금리 장기화는 더 이상 테일리스크가 아니다. 연준의 매파적 전환은 ‘높은 서비스 물가·재정적자·지정학 리스크’라는 구조적 배경 위에 세워진 필연적 선택에 가깝다. 투자자·기업·가계 모두 과거 10년의 초저금리를 전제한 의사결정 프레임을 폐기하고, 4%대 정책금리가 상수로 존재하는 세계에 적응해야 한다.

필자는 ① 퀄리티 자산 선별, ② 짧은 듀레이션의 확정 이자수익 확보, ③ 구조적 경쟁우위 보유 섹터 집중이 저성장·고금리 시대의 3대 생존전략이라 판단한다. 이는 단순 트레이딩 아이디어가 아니라, 향후 1년 이상 지속될 금리 레짐 시프트에 대응하는 장기적 자본배치 원칙이다.

결국 시장은 “연준이 아닌 인플레이션이 금리를 결정한다”는 진실을 다시 배우게 될 것이다. 고금리라는 역풍을 기회로 바꾸려면, 숫자 뒤에 숨은 구조적 신호를 읽고 선제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설계해야 한다. 그 준비가 끝난 투자자에게 이번 ‘Higher for Much Longer’ 국면은 위기가 아닌 리밸런싱의 황금기가 될 것이다.


본 칼럼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데이터 출처: 연준(FRED), S&P, Bloomberg, CBO, Challenger, Gray & Christmas(2025.10.2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