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새로운 기기 출현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래로 특징지어진 기념비적 해였다. 콘솔 출시와 대규모 인수합병이 맞물리며 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적 변화와 전략 재편이 진행되었다. 특히 일부 대형 거래와 플랫폼 전략의 변화는 향후 게임사 가치와 소비자 경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12월 2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ublic Investment Fund, PIF)가 자레드 쿠슈너의 Affinity Partners 및 사모펀드 Silver Lake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Electronic Arts(이하 EA)를 비상장화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거래의 총액은 $550억(미화 550억 달러)이며 이 중 $200억가 부채(레버리지) 형태로 조달되는 구조다. 이번 건은 월스트리트 역사상 최대 규모의 레버리지 바이아웃(Leveraged Buyout)으로 기록되었다.
Omdia의 분석가들은 이번 움직임이 EA에 미칠 영향은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하나는 PIF가 PR(국가 이미지 제고) 성격의 프로젝트로 EA를 운영하는 경우, 다른 하나는 최대 수익을 추구하는 전형적 사모펀드 방식으로 자산을 최적화하는 경우다.
프랑스의 게임 개발사 유비소프트(Ubisoft)는 2025년 초 대표 IP(지식재산권)인 Assassin’s Creed: Shadows의 출시를 또 다시 연기하면서 한 해를 시작했지만, 3월에는 중국의 기술 대기업 텐센트(腾讯, Tencent)와의 협력을 포함한 새로운 게임 자회사 Vantage Studios 설립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이 새 개발사는 텐센트가 일부 지분을 보유하며 Far Cry, Assassin’s Creed, Tom Clancy’s Rainbow Six 등 유비소프트의 핵심 IP를 중심으로 작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비소프트의 주가는 연초 이후 절반 이상 하락했으며, 2021년 고점 대비로는 9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이는 작품 출시 지연과 시장 기대치 조정, 그리고 투자자 신뢰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Take-Two Interactive는 2025년 내내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고, 그 배경에는 차기 Grand Theft Auto(이하 GTA)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전작인 GTA 5는 Xbox 360과 PS3용으로 출시된 지 12년이 흘렀다. 그러나 연중 대부분 기간 동안 GTA 6에 관한 소식이 적어 팬들은 2026년 5월 26일로 공표된 출시일이 추가로 연기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Take-Two의 CEO 스트라우스 젤닉(Strauss Zelnick)은 5월에 예정된 출시일이 달성 가능하다는 데 대해 ‘매우, 매우 확신한다’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1월에는 출시일이 2026년 11월 19일로 연기되었고, 이 소식이 전해지며 Take-Two의 주가는 급락했다.
이번 세대 콘솔(소니의 PlayStation 5와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Series X/S)은 2019~2020년대 초에 출시되어 이제는 생애 뒤편(흔히 ‘twilight window’라 부르는 후기 수명주기)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양 진영 모두 전략을 일부 수정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독점 타이틀 전략에서 한걸음 물러나 인디애나 존스, Forza Horizon 등 타사 플랫폼(PS5)에도 게임을 출시했고, 소니 또한 PC 플랫폼을 통한 타이틀 확대를 계속 실험하고 있다.
Take-Two의 젤닉은 이러한 변화가 업계를 보다 열린(open) 방향으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기 자체(디바이스)보다 콘텐츠의 속성에 초점을 맞추면 대형 화면에서 수시간 동안 몰입하는 ‘풍부한 게임'(rich game)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Omdia의 게임 수석 책임 애널리스트 조지 지지아쉬빌리(George Jijiashvili)는 콘솔이 여전히 프리미엄(유료) 게임의 기본 플랫폼이라고 지적했다.
Omdia의 데이터에 따르면 소비자 총지출에서 플랫폼별 비중은 모바일 60%, 콘솔 23%, PC 16%로 집계되어 모바일이 여전히 지배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는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수익 모델, 투자자 기대치, 작품의 수익화 전략(인앱 구매, 시즌 패스, 구독 모델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닌텐도(Nintendo)는 많은 경쟁사가 독점 전략을 완화하는 가운데에서도 독점 타이틀 전략을 고수했다. 닌텐도는 자사의 신형 콘솔 Switch 2를 위해 마리오 카트의 오픈월드 재구성판과 신규 Donkey Kong 작품 등 여러 독점 타이틀을 출시했다. 그 결과 Switch 2는 출시 후 첫 네 달 동안 1,036만 6천 대(10.36 million units)가 판매되며 닌텐도 역사상 가장 빠른 판매 속도를 기록했다.
그러나 모든 전문가는 닌텐도의 전략을 낙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게임 비즈니스 전문 매체의 창업자이자 편집장인 크리스토퍼 드링(Christopher Dring)은 11월 Built for Billions 프로그램에서 닌텐도가 시스템 수요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닌텐도의 하드웨어 구매층이 주로 닌텐도 자체 게임을 위해 구매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만약 닌텐도가 제때에 강력한 신작을 준비하지 못할 경우 타 개발사에 의존해 하드웨어 수요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용어 설명
레버리지 바이아웃(Leveraged Buyout, LBO)은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과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외부 자금을 대규모로 끌어와 회사를 인수하는 금융기법이다. 이번 EA 거래는 총액 중 상당 부분을 부채로 조달하는 방식으로 집행되며, 성공 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부실 시 큰 재무적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PIF(사우디아라비아 Public Investment Fund)는 국가 주도의 대형 국부펀드로, 글로벌 전략적 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기관이다. Affinity Partners는 자레드 쿠슈너가 설립한 투자회사이며, Silver Lake는 기술 분야 대형 사모펀드로 알려져 있다.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은 게임 업계에서 프랜차이즈와 캐릭터, 세계관과 같은 장기적 수익 창출 자산을 의미한다. 유비소프트의 Far Cry, Assassin’s Creed, Rainbow Six 등은 대표적인 IP다.
향후 경제·시장 영향 분석
첫째, EA의 비상장화는 미디어 및 게임 업계의 M&A(인수합병) 환경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형 국부펀드와 사모펀드 주도의 거래가 확산될 경우 상장 게임사들의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인수 소문이 나는 기업들의 밸류에이션(평가)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사모펀드식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비용 절감과 인력 재배치가 뒤따르며 단기적 작품 품질·출시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콘솔·플랫폼 전략의 개방화 추세는 게임의 유통 경로와 수익 구조를 재편할 것이다. 소니·마이크로소프트의 일부 독점 해제와 소니의 PC 확장 실험은 콘솔 전용 매출 감소를 어느 정도 촉발할 수 있으나, 동시에 전체 생태계의 유연성을 높여 장기적 소비자 기반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콘솔 제조사의 하드웨어 매출보다 콘텐츠·서비스(구독·DLC·라이선스) 매출의 중요성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다.
셋째, 닌텐도의 Switch 2 돌풍은 단기적으로 하드웨어 기업에게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강력한 IP 출시가 유지되지 않으면 하드웨어 수요가 급격히 식을 위험이 있다. 닌텐도가 하드웨어 판매를 게임 콘텐츠로만 의존하는 구조는 경쟁사 대비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넷째, 모바일이 소비자 지출의 60%를 차지하는 현상은 개발 자원과 투자 자금이 모바일 중심으로 유입되는 구조를 고착화시킨다. 이에 따라 대형 AAA(고예산 대작) 게임은 퍼블리셔의 전략적 선택과 투자 회수 구조에 따라 출시 일정과 플랫폼 배포 전략을 빈번히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GTA 6의 출시 연기는 Take-Two의 단기 현금흐름과 주가에 즉각적 영향을 미쳤고, 향후 AAA 대작의 출시 지연은 투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수주체의 성격이 투자 성향과 정책에 따라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다를 것이다. 국가 주도의 투자(예: PIF)는 지정학적·전략적 고려가 포함될 수 있고, 사모펀드 주도 인수는 재무적 수익 최적화가 우선시될 수 있다. 이는 인수 후의 운영 전략, 인력 운용, 연구개발 투자 수준에 차이를 만들 가능성이 있어 업계 관계자와 투자자는 각 거래의 성격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결론
2025년은 게임업계가 하드웨어 판매 호조와 거대 자본의 유입, 플랫폼 전략 변화라는 세 가지 흐름이 동시에 진행된 해였다. EA의 거대 인수, 유비소프트의 전략적 제휴, Take-Two의 AAA 지연 및 닌텐도의 Switch 2 흥행은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투자자 관점의 재평가를 촉발했다. 향후 수년은 플랫폼의 개방성 확대, IP 중심의 경쟁, 그리고 자본 재편이 맞물리며 업계 전반의 수익 모델과 소비자 경험을 재정의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