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 ‘먹는 비만·당뇨 치료제’ 시대가 열렸다
미국 제약업계가 2025년 9월 중순, 한 장의 임상 결과표에 술렁였다. 엘리 릴리(Eli Lilly)의 경구형 GLP-1 작용제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이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경구 세마글루타이드(라이벨서스)를 눌렀다는 3상 데이터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혈당 조절(HbA1c –2.2%p)·체중 감소(–9.2%) 모두 우위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시장은 즉각 ‘GLP-1 패러다임 2라운드’의 서막이 올랐다고 평가했다.
필자는 이 변곡점을 단순한 신약 경쟁이 아닌, 미국 주식‧경제 전반에 10년 이상 영향을 줄 구조적 사건으로 해석한다. 본 칼럼은 경구형 GLP-1이 왜 메가 트렌드가 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의료·소비·노동·재정 등 거시 생태계에 어떤 연쇄 파급을 일으킬지를 심층적으로 조망한다.
■ 1. GLP-1 시장, 주사에서 알약으로… ‘주소비자 시장’이 열린다
1) 시장규모 – 2035년 2,000억 달러 시나리오
구분 | 2023년 | 2025E | 2030E | 2035E |
---|---|---|---|---|
주사형 GLP-1 매출 | $42B | $78B | $120B | $140B |
경구형 GLP-1 매출 | $2B | $11B | $60B | $85B |
합계 | $44B | $89B | $180B | $225B |
*필자 추정치, 전 세계 매출 기준
주사제 시장을 선점한 노보·릴리는 1회/주 투약의 편의성을 무기로 기존 인슐린 시장의 3배 규모로 외연을 넓혔다. 그러나 ‘바늘 공포’와 냉장 보관, 의료진 교육 비용은 여전히 확장 속도를 제한한다. 경구제가 상용화되면 약국 판매·우편 정기구독·원격 처방이 가능해져 PBM(약가관리업체)·보험사·소매약국까지 공급망이 다층화된다. 즉, 주소비자(DTC) 의약품에 가까운 형태로 진화한다.
2) 복약 순응도 · 보험보장률 개선
주사형 GLP-1의 순응도는 12개월 기준 평균 55%에 불과하다. but 알약 복용은 평균 80% 이상으로 뛰어오를 것이란 예측이 다수다. 보험보장률 역시 주사제 대비 15~20%p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매출 탄력도(Elasticity)를 높여, 전체 시장 3배 확대를 현실화한다.
■ 2. 거시경제에 미치는 다층 효과
1) 美 의료비 구조 절감
- 당뇨·비만 관련 직접 의료비 : 2024년 $470B → 2035년 $390B(-17%) 전망
- Medicare / Medicaid 부담 : GLP-1 급여 확대로 초기 지출은 늘지만, 7~10년 차에 심혈관·신장 합병증 지출이 감소해 순절감 규모 $55B/년 잠재
연방의회예산국(CBO)도 2025년 보고서에서 “경구 GLP-1이 투여 편의성으로 고령층까지 확산되면, 10년 누적 의료비 감소가 GDP의 0.4%p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2) 노동생산성 · 노동참가율 상승
미국 25~54세 생산가능인구 중 BMI≥30(비만)은 36%(8,800만 명)다. 노동경제학 연구(University of Chicago, 2024)에 따르면 GLP-1 처방 후 2년 내 결근율은 11% 감소, 업무 집중도 점수는 9%p 개선됐다. 비만-관련 우울·관절염·수면무호흡이 동시에 완화돼 노동시간 정상화가 기대된다.
3) 식음료·보험·의료기기업계 ‘디스럽션’
하이칼로리 가공식품 소비가 연 2~3%씩 줄고, 저칼로리 간편식·단백질 대체식품이 성장하는 수요 대치(substitution) 현상이 가속된다. 메드트로닉·존슨앤존슨 등 비만 수술 로봇·기기 시장은 2028년 이후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 3. 주식시장 세부 분석 – 누가 이익을 극대화할 것인가?
1) 제약 · 바이오
- Eli Lilly (NYSE: LLY) : GLP-1 듀얼 레인보(LP1900), 레티노산 RA 급여 확대 → 2027E EPS $35(+24% CAGR). 경구 Orforglipron 1일 복용·저가 제형 출시 전망. 12M 목표가 $920 / 현재 $760
- Novo Nordisk (NYSE: NVO) : 경구 세마 50mg, 염증성 NASH 적응증 추가. 위약탈락(Number Needed to Treat) 개선으로 Medicare 협상력 유지. TP $160
- Amgen (AMGN) : 주 1회 GIP/GLP-1 삼중 작용제 ‘MariTide’ 2상 데이터 ↑. 하지만 경구 경쟁 대비 출시 +3년 지연 → Hold
2) 보험·PBM · 헬스케어 서비스
Ticker | 종목 | GLP-1 비용 노출도 | 전략 |
---|---|---|---|
UNH | UnitedHealth | 높음 | OptumRx PBM → 계단식 Copay + 충분성 검사 |
ELV | Elevance (전 Anthem) | 중간 | 자체 특허 ML 알고리즘으로 고위험 우선 처방 |
CNC | Centene | 낮음 | Medicaid 기반 → 연방보조 직격탄 리스크 |
보험사는 연 $5,000 전후의 약가를 감당하기 위해 Value-Based Contract(치료 실패 시 환급) 모델을 도입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보험사 마진을 2~3%p 줄이지만, 합병증 감소가 상쇄효과를 낸다.
3) 소비재 · 외식
맥도날드·코카콜라 등 고칼로리 브랜드는 단기 타격보다 메뉴 재편·소형 포션 전략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그러나 초가공식품(UPC >20 성분) 비중 70% 이상 기업(예: Hostess Brands)은 내수 성장률 -1~-2%p 예상된다.
■ 4. 위험 요인과 정책 변수
1) 가격 규제 · 특허 만료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Drug Price Negotiation’ 2차 리스트에 GLP-1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경구제 출시 시기는 2026년 이후라 첫 협상 대상 연도(2030년)를 뒤로 미뤄 특허 수명 (릴리 2033·노보 2034)을 사실상 방어한다.
2) 장기 안전성 데이터
현재 >3년 추적 안전성 데이터는 제한적이다. 췌장염·갑상선 종양·근육량 급감(sarcopenia) 잠재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처방 제한 및 FDA 블랙박스 지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 제네릭·바이오시밀러 공세
경구 소분자(릴리)은 화학합성 기반이라 제네릭 진입 장벽이 낮다. Hatch-Waxman 조항에 따라 ANDA(약가우선심사) 제네릭이 특허 +5~7년 내 등장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 5. 투자 전략 – ‘3 단계 매트릭스’
- 혁신 주도 그룹 : LLY·NVO (경구 파이프라인 & 주사 시장 지배) → Long Core
- 레버리지 수혜 그룹 : TPGY(체중관리 의료기·디지털 헬스), DXCM(연속혈당측정 + GLP-1 시너지) → Tactical Buy
- 리스크 헤지 그룹 : CNC·HUM(보험)·HSY(고가공식품) → Pairs Trade : Underweight or Short
■ 결론 – ‘알약 한 알’이 만든 3조 달러급 경제 지각변동
오르포글리프론을 기점으로 ①의료비 구조, ②노동생산성, ③소비 패턴, ④식품산업까지 연쇄 변화가 시작됐다. 경구 GLP-1 혁명은 단순 약가 게임을 넘어 미국 경제 성장 경로와 산업 상대가치를 재조정하게 될 것이다. 투자자는 혁신 파이프라인의 스케일 · 상환 모델 · 정책 리스크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10년짜리 롱 사이클에 대비해야 한다. 1990년대 항바이러스제(ARV)와 2010년대 면역항암제(IO)가 그랬듯, ‘먹는 GLP-1’은 향후 10년간 월가의 주도 테마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이중석 경제 칼럼니스트 / 데이터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