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뭄바이—인도의 견조한 국내 경제와 예상보다 제한적인 대미(對美) 수출 감소가 결합되며, 미국이 인도산 수입품에 최고 50% 관세를 부과한 상황에서도 뉴델리가 워싱턴과의 무역합의 협상에서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고 인도 정부 소식통과 애널리스트들이 밝혔다
2025년 11월 2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인도의 대미 수출은 10월에 전년 동월 대비 8.6% 감소한 63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50% 관세가 시행된 지 두 번째 달의 결과로, 9월의 12% 감소보다 낙폭이 축소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관세 충격이 일시적 가격 조정과 시장 다변화 전략으로 일부 흡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뉴델리와 워싱턴 간 협상은 일본·한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가 관세 인하 합의를 타결한 것과 달리 지연되고 있다. 인도 당국자는 공개적으로 “합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수요의 탄탄함과 수출 충격의 관리 가능성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금까지는 미국의 50% 관세로 인한 최악의 충격을 피했다.”
해당 협상에 정통한 한 고위 정부 당국자는 언론 대응 권한이 없어 익명을 전제로 이같이 밝히며, 일부 업종의 주문 부진에도 거시적으로는 영향이 제한적이어서 협상팀이 충분한 호흡을 갖고 합의점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다른 협상 관련자들과 함께, 러시아산 원유 구매와 연계된 25% 관세의 철회를 미국 측이 검토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전체 평균 관세율을 약 15% 수준으로 낮추는 방향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 대가로 뉴델리는 전체 품목의 80% 이상에서 자국 수입관세를 인하하는 한편, 농업 등 민감 분야는 보호하는 절충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도 상무부는 이메일 질의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미국 측도 즉각적인 코멘트를 내놓지 않았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인도와의 경제·안보 협력을 확대하는 합의에 가까워졌다”고 언급했다
인도 정부는 영국·아랍에미리트(UAE)·호주와의 새 무역협정 체결을 통해 대체 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원자재 세제 감면과 51억 달러 규모의 수출 촉진 패키지로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편집자 주 로이터는 이전 기사 오기를 바로잡아, 해당 패키지의 목적이 ‘수출기업’이 아니라 ‘수출’ 자체의 증대임을 명확히 했다
다섯 곳의 수출업체와 업계 단체에 따르면, 아프리카·유럽 시장 다변화와 함께, 미국 고객사에는 가격 할인과 더 긴 인도(납기) 일정을 제공해 거래를 유지함으로써 9월 이후의 대미 수출 감소를 부분적으로 완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자이 사하이 인도수출기구연합회(FIEO) 사무총장은 “의류·신발 업체들이 미국 바이어 유지를 위해 최대 20%까지 비용을 흡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환율, 운임, 관세에 따른 가격 변동성을 업체 마진에서 받아내며 거래 연속성을 지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인도중앙은행은 단기 대출 상환유예(모라토리엄) 등 표적 지원책을 내놨지만, 대규모 재정완화는 피하고 있다. 이는 물가와 재정건전성 간 균형을 고려하면서도, 필요한 유동성은 핀포인트 방식으로 공급하겠다는 접근이다
무역단체와 당국에 따르면, 9월 이후 수백 종 소비재의 국내 세금 인하가 내수 수요를 자극해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N 티룩쿠마란 티루푸르수출업자협회(Tirupur Exporters’ Association) 사무총장은 합성섬유(man-made fibres) 등 투입재의 세금 인하가 섬유 수출업체에 실질적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의류는 스타일과 선적 물량에 따라 10~20% 할인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주문 다변화와 재고 회전율 관리, 현금흐름 안정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편, 인도 경제는 7~9월 분기에 연율 7% 성장했으며, 중앙은행은 회계연도 성장률을 6.8%로 전망하고 있다. 견조한 고용과 소비, 그리고 표적 지원책이 성장세의 완충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발 경쟁 심화
다만 수출업자들은 중국의 과잉설비(오버캐퍼시티)에서 비롯한 저가 공세가 경쟁 시장 전반에 확산되고 있어 관리 난이도가 커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가격 탄력성이 큰 범용 재화를 중심으로 중국산의 시장 잠식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라훌 티쿠 옵타임(Optime)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기업은 오랜 기간 구축된 네트워크를 갖춘 데다, 자국 내 상황이 그들을 극도로 경쟁력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10월 비(非)미국 시장에 대한 인도의 상품 수출은 전년 대비 12.5% 감소해, 대미 수출 감소폭보다 더 큰 하락을 보였다. 공작기계·석유·보석류의 부진이 낙폭을 키운 것으로 집계됐다
프란줄 반다리 HSBC 인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관세 발표 이후 각국이 수출 다변화를 시도하면서 비미국 시장에서의 경쟁이 한층 심화됐음을 반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핵심 용어 설명
관세: 수입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수입가격을 높여 자국 산업을 보호하거나 협상 지렛대로 활용한다. 상환유예(모라토리엄): 일정 기간 대출 원리금 상환을 미루어주는 조치다. 재정완화: 정부 지출 확대나 감세를 통해 경기부양을 시도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합성섬유(man-made fibres): 석유화학 기반 등 인공적으로 제조되는 섬유로, 의류·산업용 원재료로 쓰인다. 과잉설비: 실제 수요를 초과하는 생산능력이 누적된 상태로, 가격 하락과 수익성 훼손을 유발한다
분석: 협상 구도와 향후 체크포인트
첫째, 내수의 완충력은 인도가 시간을 우군으로 삼는 전략을 취할 수 있게 한다. 수출 감소폭이 9월 12%→10월 8.6%로 축소된 점은 가격조정·시장 다변화·표적 지원의 3중 완충장치가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비미국권 수출 -12.5%는 중국발 가격경쟁 격화라는 역풍을 보여준다
둘째, 관세 로드맵과 상호 양보가 관건이다. 러시아산 원유 연계 25% 관세 철회와 평균 15%대로의 조정이 가시화될 경우, 인도는 80%+ 품목의 수입관세 인하로 응수하되, 농업 등 민감 부문 방어에 나서는 구조가 예상된다. 이는 가격·공급망 안정과 정치·사회적 수용성 간 균형점을 찾는 접근이다
셋째, 업종별 분화가 불가피하다. 섬유·의류는 10~20% 할인과 비용흡수로 거래 지속성을 확보하는 대신 마진 압박을 감내하는 국면이다. 반면 공작기계·석유·보석류 등은 글로벌 가격과 수요 사이클 영향이 커, 가격 민감도가 높다. 정책은 원가 세제와 유동성 버퍼를 통해 채산성 바닥을 방어하는 데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넷째, 대체 시장으로의 전환 속도와 바이어 관계 유지가 핵심이다. 아프리카·유럽 다변화는 리드타임 연장·가격 인센티브와 결합될 때 효과가 높다. 이는 현금흐름 관리와 운전자본 회전율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불확실성을 줄인다. 미국 측이 합의 임박 신호를 보낸 만큼, 관세 항목·인하 시계열·검토 조항 등 세부 룰의 예측가능성이 투자·조달·가격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인도 성장률 6.8% 전망은 긍정적 완충재이나, 중국발 공급 압력이 장기화될 경우 가격경쟁의 소진전을 경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