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기술주 급락에 미국 증시 일제히 하락 마감

뉴욕증시가 30일(현지시간) 주요 지수 모두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99%,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23%, 나스닥100 지수는 -1.47% 떨어졌다. 이에 따라 12월물 E-미니 S&P 선물은 -0.95%, 12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1.37% 각각 내렸다.

2025년 10월 31일, 바차트닷컴(Barchart.com)의 보도에 따르면 거대 기술주(일명 ‘매그니피션트 세븐’)의 실적 엇갈림이 시장 전반의 매도 압력을 키웠다. 메타 플랫폼스는 실적 가이던스가 기대치를 밑돌면서 11% 이상 급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2%대 하락했다. 반면 알파벳은 3분기 실적 서프라이즈로 2% 이상 상승하며 대조를 이뤘다.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또 다른 요인은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경계감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전일 연설에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하는 기정사실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 발언 직후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2주 반 만에 최고치인 4.11%까지 상승하며 증시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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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가격에 반영된 연방기금선물(Fed Fund Futures)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12월 FOMC에서 25bp(0.25%포인트) 추가 인하 가능성을 약 72%로 내다보고 있다. 또 2026년 말까지는 총 82bp가량의 추가 인하가 이뤄져 정책금리가 3.06%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날 관세 휴전 연장 및 무역장벽 완화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증시에 일말의 지지력을 제공했다.

미국은 중국산 펜타닐 관련 제품에 부과해온 관세율을 20%에서 10%로 낮추고, 중국 역시 미국산 대두·수수 등 농산물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양국은 희토류 자석 수출 규제를 유예하는 대신 미국 측이 중국 기업에 대한 수출 통제 범위를 축소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주는 173개 S&P500 편입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하는 ‘실적 슈퍼위크’다. 애플과 아마존은 장 마감 후 실적을 공개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기업의 84%가 컨센서스를 웃돌아 2021년 이후 최고의 어닝 서프라이즈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3분기 순이익 증가율은 7.2% y/y로 2년 만의 최저치가 예상되며, 매출 성장률도 5.9% y/y로 둔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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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의 합법성 여부는 오는 11월 5일 미국 연방대법원 구두변론을 통해 가려질 예정이다. 하급심은 이미 해당 관세가 ‘위급 권한’ 남용에 해당한다며 무효 판결을 내린 상태다. 최종 판결이 2025년 말 또는 2026년 초에 내려질 경우, 부과된 관세를 환급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은 5주째 이어지며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주간 실업수당 청구, 9월 고용·소매판매·주택지표 등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줄줄이 지연되고 있으며,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셧다운 동안 약 64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강제휴가에 들어가 실업률이 최대 4.7%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외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유로 Stoxx50 지수는 -0.12%,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0년 만의 고점에서 -0.73% 하락 마감한 반면, 일본 닛케이225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0.04% 상승했다.

금리·채권 시장 동향

12월물 10년 만기 미국 국채선물(티노트)은 -6.5틱 밀리며 2주 반 만의 최저가로 내려앉았다. 이에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1.9bp 오른 4.095%로 마감했다. 관세 휴전 합의로 안전자산 수요가 줄어든 데다, 10년물 기대 인플레이션(BEI)이 2주 만의 고점인 2.312%까지 상승한 점이 약세 재료로 작용했다.

유럽 채권금리도 동반 상승했다. 독일 10년물 분트 금리는 2주 반 만의 최고치인 2.661%까지 오르며 +2.2bp 상승했고,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3.2bp 오른 4.424%를 기록했다.

유로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해 시장 전망(+0.1% q/q, +1.2% y/y)을 상회했다. 10월 경제심리지수도 96.8로 2년 반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독일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EU 조화)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2.3%로 집계돼 예상치(+0.2% m/m, +2.2% y/y)를 웃돌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예고된 대로 예치금리를 2.00%로 동결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미·EU 무역협정과 중동 휴전, 미·중 관계 개선이 하방 위험을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주요 종목 움직임

‘매그니피션트 세븐’ 다수가 조정을 받으며 시장을 짓눌렀다. 메타 플랫폼스 -11%, 테슬라 -4%, 아마존닷컴 -3%,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2%대 순으로 낙폭이 컸다. 메타는 연간 비용 가이던스를 1,160억~1,180억 달러로 상향해 시장 중앙값(1,156억 달러)을 넘어선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화학 기업 FMC는 연간 주당순이익(EPS) 전망을 2.92~3.14달러로 하향 조정하며 -45% 급락했다. 유기농 식료품 체인 스프라우츠 파머스 마켓과 패스트푸드 업계 치포틀레 멕시칸 그릴도 각각 -26%, -18% 폭락했다.

반면 가디언트 헬스는 연매출 가이던스 상향으로 +28%, 노보 노디스크의 인수 제안을 받은 메체라+23% 급등했다. 물류업체 C.H. 로빈슨은 실적 호조와 2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으로 +19% 급등하며 S&P500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용어 설명

E-미니 선물은 CME(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소형 지수선물로, 표준 계약 대비 증거금이 낮아 개인·기관 투자자 모두 활발히 활용한다. T-노트는 만기 2~10년 미 재무부(국채) 중 10년 만기물을 통칭하며, 채권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Breakeven Inflation Rate(BEI)는 명목 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의 금리 차이를 통해 시장이 예상하는 향후 평균 물가상승률을 추정한 지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zure(애저)는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으로, 데이터 저장·AI·머신러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형 인프라(IaaS)’·‘서비스형 플랫폼(PaaS)’ 사업을 의미한다.


이날 실적 발표 예정 : 애브비, AGCO, 에이온, 칼라일, CBOE, 쉐브론, 처치앤드와이트, 콜게이트-팜올리브, 도미니언에너지, 엑슨모빌, 리어, 린데, 라이온델바젤, 뉴웰브랜즈, 트로브프라이스, WW 그레인저 등 24개 기업.

한편, 시장은 트럼프-시진핑 회담 이후 무역 환경 개선, 연준 정책 경로,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가 거시 변수로 복합 작용하는 국면이다. 전문가들은 “거대 기술주의 실적 변동성과 금리·수급 여건이 맞물려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