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지수(DXY)가 8월 14일(현지 시간) 0.42% 상승하며 105선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대폭 금리 인하 시나리오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2025년 8월 1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PPI 서프라이즈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bp(0.50%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소거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메리 데일리 총재와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알베르토 무살렘 총재가 잇달아 “50bp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도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탰다.
■ 7월 PPI, 전월 대비 0.9%·전년 대비 3.3% 급등
미 노동부가 발표한 7월 PPI는 전월 대비 0.9%, 전년 대비 3.3% 상승해 블룸버그 컨센서스(각각 0.2%, 2.5%)를 크게 상회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 역시 m/m 0.9%, y/y 3.7% 올라 예상을 두 배 넘게 웃돌았다. 이는 기업들이 관세·원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금리 선물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연방기금(FF) 선물이 암시하는 9월 25bp 인하 확률은 93%로 여전히 높지만, 50bp 인하 확률은 11%→0%로 증발했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5bp, 2년물은 6bp 각각 상승해 달러-엔 금리 차가 확대됐다.
■ 연준 인사들, “노동시장 여전히 견조…속도 조절 필요”
메리 데일리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노동시장의 강인함을 고려할 때 50bp 인하는 지나친 긴박감을 줄 수 있다”며 올해 두 차례(각 25bp) 인하는 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는 “고용이 더 취약해진다면 인하 횟수를 세 번까지 늘릴 수도 있다”고 여지를 뒀다.
알베르토 무살렘 총재도 “현재와 경제 전망을 감안할 때 50bp 인하는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9월 결정은 아직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 미 노동시장 지표, 견조…주간 실업수당 청구도 감소
같은 날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2만4천 건으로 직전 주보다 3천 건 줄었고, 계속 청구도 15천 건 감소한 195만3천 건을 기록했다. 이는 노동시장 냉각론을 완화시키며 연준 매파적 스탠스에 힘을 실었다.
■ 비둘기 목소리 낸 스콧 베슨 재무장관, 하루 만에 진화
전날 “정책금리가 150~175bp 낮아야 한다” “50bp 인하로 연속적인 인하 사이클이 시작될 수 있다”고 언급해 시장을 들썩인 스콧 베슨 미국 재무장관은 폭스비즈니스(Fox Business) 인터뷰에서 “연준에 지시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한발 물러섰다. 그는 “단지 모델상 중립금리가 더 낮다는 점을 시사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 트럼프·푸틴 알래스카 회담을 둘러싼 지정학 변수
투자자들은 15일 예정된 트럼프-푸틴 알래스카 정상회담 결과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탐색적 만남”이라며 성과 기대를 낮췄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영토 양보 가능성을 일축해 한층 신중론이 제기된다.
■ 관세 확전, 유로·엔에 부정적 영향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중국과의 90일 관세 휴전을 연장했으나, 반도체 수입에는 100% 관세, 인도산 상품에는 50% 관세를 예고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를 반영할 경우 미국 평균 관세율이 15.2%로 뛰어 2024년(2.3%) 대비 6배 이상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유로/달러는 0.49% 하락, 달러/엔은 0.27% 상승했다. 시장은 ECB 9월 25bp 인하 가능성을 7%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 금·은값 약세…그러나 안전자산 수요는 이어져
12월물 금은 온스당 25.10달러(-0.74%), 9월물 은은 0.533달러(-1.38%) 밀렸다. 달러 강세와 국채 금리 상승이 직접적 요인이지만, ETF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우크라이나·중동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아 중장기 상승 기대는 남아 있다는 평가가 많다.
■ 용어 풀이 및 시사점
DXY는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로, 달러 방향성의 대표적 바로미터다. PPI(Producer Price Index)는 생산자가 받는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측정하며,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FOMC는 미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회의로, 통상 6주 간격으로 열린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둔화가 확인되기 전까지 연준이 공격적 인하에 나서기 어렵다”면서도 “노동시장 자체는 견조하나 수요 둔화 신호가 감지될 경우 10월 추가 인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향후 달러 흐름은 물가·고용·관세 변수의 삼중주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