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전쟁 종식 기대감에 국제유가 압박…러-우 전쟁 협상 소식이 촉발

국제유가가 달러 강세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기대감의 이중 압력을 받으며 하락했다. 2025년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0.14% 떨어진 배럴당 0.09달러 하락폭을 기록했고, 같은 인도월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 휘발유 선물도 -0.82% 내렸다.

2025년 8월 1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달러 인덱스(DXY)는 1주일 만의 최고치를 경신하며 유가 약세를 부추겼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비달러 통화 기반 원자재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져 원유 수요가 둔화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에 근접했다는 관측이 더해지면서,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 확산됐다.

oil barrels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토 양보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전쟁 조기 종식 기대감은 일부 식었고, 이에 따른 유가 하락폭은 제한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

우크라이나는 어떠한 형태로도 영토를 포기하지 않을 것

”이라며 휴전 조건을 명확히 거부했다.


美-러 정상회담 추진과 원유 공급 전망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 15일 알래스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휴전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 해제가 거론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 증가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매하는 국가에 새 관세를 부과하겠다”라고 경고했다. 일주일 전 인도산 수입품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JP모간체이스는 “세 자릿수 관세가 현실화되면, OPEC의 여유 생산능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대규모 공급 충격이 불가피하다”라고 분석했다.

oil pump


OPEC+ 증산 계획과 공급 과잉 우려

OPEC+는 8월 2일 회의에서 9월 1일부터 하루 54만7000배럴 추가 증산 방침을 재확인했다. 동맹국들은 2026년 9월까지 220만배럴의 팬데믹 감산분을 단계적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재고는 하루 100만배럴씩 증가 중이며, 2025년 4분기에는 세계 소비의 1.5% 규모인 공급 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7월 OPEC 원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2만배럴 감소한 2831만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일부 회원국의 자발적 감산 및 시설 점검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EU 대(對)러 추가 제재와 ‘그림자 선단’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새로운 제재 패키지를 승인했다. 20개 러시아 은행이 SWIFT 결제망에서 추가로 퇴출됐고, 제3국에서 정제된 러시아산 석유제품에 대한 제한도 강화됐다. 인도 나야라 에너지 소유 정유소처럼 러시아 국영기업 로스네프트가 지분을 보유한 외국 시설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또한 러시아산 원유 운송을 위해 운항하던 ‘그림자 선단’ 소속 선박 105척이 새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전체 제재 선박 수는 400척을 넘어섰다.

해운 데이터업체 보텍사(Vortexa)는 8월 8일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상태로 저장된 해상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5% 감소한 8052만배럴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기적으로 유가를 지지하는 요인이다.


미국 재고 및 생산 동향

미 에너지정보청(EIA) 8월 6일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8월 1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과거 5년 평균 대비 6.5% 낮았고, 휘발유와 증류유 재고 역시 각각 0.3%, 16.1% 하회했다. 같은 주 미 원유 생산량은 일평균 1328만4000배럴로, 2024년 1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000배럴)에 근접하지만 소폭 감소했다.

베이커휴즈 집계에 따르면 8월 8일 주간 미국 가동 원유 채굴 장비는 411기로 전주 대비 1기 증가했다. 이는 2021년 이후 최저치였던 410기에서 다소 반등한 수준이나, 2022년 12월 627기 대비로는 여전히 큰 폭으로 축소된 수치다.


시장 전문 분석 및 전망

전문 기자 해설 — 현재 시장은 공급 측면에서 서로 상충하는 시그널을 받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정치적 변수로 남아 있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카드와 EU의 제재 강화가 공급 축소를 야기할 수도 있다. 반면 OPEC+의 단계적 증산과 재고 증가 추세는 중장기적으로 공급 과잉을 암시한다. 달러 강세가 유지되면 원유 수요 둔화 압력이 커질 수 있으나, 지정학적 변동성이 다시 부각될 경우 단기 가격 반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RBOB’는 미국 동부연안에서 거래되는 환경 규제 대응용 개질 휘발유, ‘DXY’는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로, 원자재 시장에서는 달러 강세가 가격 하방 압력을 주는 대표적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이번 기사 작성 시점에서 리치 애스플런드 기자는 본문에 언급된 어떤 증권에도 직·간접적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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