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기록적 강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소비 둔화·실적 피로·채권시장 ‘반란’ 등 복합 리스크가 ‘상당한’ 조정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고조되고 있다다. 미국 주요 지수의 랠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Stoxx Europe 600, FTSE 100, 스페인 IBEX 지수는 지난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럼에도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현 랠리가 중력에 맞서는 비정상적 상승처럼 보일 정도로 과열돼 있으며, 작은 충격에도 급락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2025년 11월 3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특히 소비 둔화, 실적 성장 둔화, 그리고 채권시장의 금리 급등(채권 투자자 반란)을 3대 촉발 요인으로 지목한다. 이러한 요인들은 각각 단독으로도 변동성을 키우지만, 동시 발생 시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을 빠르게 재조정시킬 수 있는 ‘복합 충격’으로 작동할 수 있다.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 ICG의 경제·투자리서치 총괄 니컬러스 브룩스(Nicholas Brooks)는 최근 미국 고용 증가세 둔화가 소비 심리 위축을 유발해, 시장이 가정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률을 낮출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아마존(Amazon)은 지난주 최대 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했으며, 최대 3만 명의 인력이 감원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메타(Meta) 역시 올해 인력 감축을 단행한 200개 기술 기업 목록에 포함됐다.
브룩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시장이 선호하는 ‘골디락스(Goldilocks)’ 조합—물가 하락, 금리 인하, 견조한 성장—에 대한 위협이 가시화될 경우, 주식시장에서 ‘상당한(sizeable)’ 조정이 촉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체율 경고음도 커진다. Altana Wealth의 창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 리 로빈슨(Lee Robinson)은 미국 신용카드·자동차 대출 연체율 상승이 경제의 기저 취약성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크레딧, 이벤트 드리븐, 크립토, 스페셜시추에이션 전략의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Altana Wealth를 이끄는 그는, 최근 미국에서 트라이컬러(Tricolor)와 퍼스트 브랜드(First Brands)의 대형 파산 사례가 자동차 대출 시장의 구조적 건전성에 더 깊은 의문을 던졌다고 지적했다. 로빈슨은 이메일 코멘트에서 다음과 같이 전했다.
“현재로서는 투자자들이 시스템 리스크보다는 국지적 손상으로 치부하며 지나가고 있다. 스프레드는 확대됐지만, 아직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자동차 할부금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은 미국 경제의 건강성에 ‘적색경보’로 읽힌다.”
‘성장 동결(growth freeze)’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Syz Group의 CIO 샤를-앙리 몽쇼(Charles-Henry Monchau)는 갑작스러운 소비 둔화가 더 넓은 성장 동결의 구성요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저·중소득층이 물가 상승과 높은 금융비용에 압박받으며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투자 사이클은 마진 방어를 위한 인력 감축과 함께 식어갈 수 있고, 과도한 기대가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설비투자도 둔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몽쇼는 이미 밸류에이션이 팽창한 상황에서, 중국의 내향화로 인한 수요 약화와 서구권의 재정 부담이 맞물리면 급격한 매도세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15–20% 조정이면, 단순한 둔화를 자기실현적 경기 하강으로 바꿔놓기에 충분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열파(inflation heatwave)’ 시나리오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몽쇼는 정부의 재정 ‘관대함(largesse)’과 기업·가계 차입의 반등이 성장을 과열 국면으로 밀어올리며 물가 급등을 재점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연준(Fed)이 긴축에 주저하며 너무 오랫동안 안일하게 머무른다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무역 갈등 재점화는 공급망을 얽히게 만들고, 지정학적 충격은 에너지 가격을 급등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브룩스는 또, 내년 미국 정책금리가 3%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시장 베팅이 ‘끈적한’ 인플레이션과 관세 기인 물가 상승이 겹칠 경우 오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메일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연준의 금리 인하 경로를 재평가하는 움직임은 금리시장을 통해 파급되며, 주식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채권 투자자 ‘반란’ 가능성도 부각된다. 브룩스는 미국 국채에 관대한 시선을 유지해온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채권시장은 대체로 평온하지만, 갑자기 평온을 깨뜨리는 순간이 온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정부부채의 ‘지속 불가능한’ 누증—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을 중기 최대 리스크로 지목했다.
“미국 재정을 보다 지속가능한 궤도에 올려놓는 신뢰할 만한 정책 변화가 없다면, 채권시장 투자자들의 ‘반란’은 시간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몽쇼 역시 국채 수익률 급등 리스크를 경고했다. 그는 “역사적 고점 근처의 주식 밸류에이션을 감안할 때, 수익률이 급등하면 주식이 크게 흔들릴 것이며, 특히 이번 강세장을 이끈 성장주·기술주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10년물미국 국채의 방향성—투자자 심리의 바로미터—과도 맞물린다.
Man Group 솔루션즈 유닛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헨리 네빌(Henry Neville)은 재정확대 성향의 정부를 상대로 자금조달에 나설 대주(貸主)들이 더 강한 설득을 요구할 것이라며, “프랑스가 불씨가 될 수 있지만, 화약고는 서방 전반의 과도한 재정지출”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차입 비용의 구조적 상승 가능성을 시사했다.
무역전쟁 리스크도 상존한다. 네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효과관세율’을 2%에서 19%로 끌어올려 거의 한 세기 만의 최고 수준에 도달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켓 코멘터리에서 “그에게 호의적이라면 ‘결단력 있는 의사결정자’라고 말할 것이다. 반대라면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라고 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가 만든 약어를 인용해 언급했다.
“어느 쪽이든, 일관성 부족은 불확실성을 낳고, 불확실성은 비용을 만든다. 무엇도 공짜는 아니며, 미국 기업들이 그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게 될 것이다.”
용어 풀이 및 맥락
– 골디락스: 물가가 내려가고 금리는 낮아지며 성장은 유지되는, 금융시장이 선호하는 ‘딱 좋은’ 거시 환경을 뜻한다. 인플레이션 재가열 또는 성장 급랭이 발생하면 쉽게 깨진다.
– 스프레드: 보통 회사채 금리와 국채 금리의 차이로, 신용리스크의 가격을 반영한다. 확대는 위험 인식의 상승을 의미한다.
– 효과관세율: 각 품목별 관세율과 교역 비중을 반영한 실질 평균 관세율로, 정책 변화의 파급력을 가늠할 때 사용한다.
– 10년물 국채 수익률: 장기 금리의 대표 지표로, 주식 밸류에이션의 할인율과 직결돼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해설 | 리스크 지형의 ‘양극화’와 주식시장 함의
현재 제시된 두 가지 핵심 시나리오—성장 동결과 인플레이션 열파—는 표면적으로 상충하지만, 주식에 불리하다는 점에서는 수렴한다. 전자는 이익 추정치 하향과 밸류에이션 디플레로 이어지고, 후자는 할인율 급등과 멀티플 축소를 야기한다. 특히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고점권에 위치한 만큼, 작은 펀더멘털 실망이나 금리 재가격만으로도 변동성 체제의 레짐 전환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투자자들은 소비 경로(연체율·고용·감원 동향), 정책 경로(관세·재정), 금리 경로(연준의 점도표 재평가, 미국 10년물미국의 수급)에서 동시 악화 신호가 겹치는지를 주의 깊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기사에 인용된 다수 CIO·리서치 책임자들의 경고는 ‘상승 추세’와 ‘취약한 균형’이 공존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3만 명 감원 위험, 15–20% 조정 경고, 효과관세율 19%,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부채 등 구체적 수치로 제시된 신호들은, 밸류에이션 재가격과 리스크 프리미엄 확대의 트리거로 작동할 수 있다. 단기 방향성 예측보다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별 민감도와 분산된 충격 경로를 사전에 인지하고 점검 지표(소비, 실적 가이던스, 관세·재정 커뮤니케이션, 국채 입찰 수요 등)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