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던스 대폭 하향에 Fiserv 주가 44% 폭락 — 사상 최악의 하루 눈앞

미국 핀테크 업체 Fiserv(티커: FI) 주가가 29일(현지시간) 장중 44% 급락하며 상장 이후 가장 큰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회사가 실적 전망을 대폭 내려잡고 경영진 교체를 발표한 것이 직격탄이 됐다.

2025년 10월 29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Fiserv는 2025회계연도 조정 주당순이익(EPS) 예상치를 기존 10.15~10.30달러에서 8.50~8.60달러로 16% 넘게 낮췄다. 매출 성장률 전망도 10%에서 3.5~4%로 축소했다. 투자자들은 ‘더블 쇼크’에 패닉 매물을 쏟아냈고, 시가총액은 불과 몇 시간 만에 200억 달러 이상 증발했다.

“현재 실적은 우리가 원하는 수준도, 이해관계자가 기대하는 수준도 아니다.”

이는 마이크 라이언스(Mike Lyons) 최고경영자(CEO)가 3분기 성적표와 함께 내놓은 통절한 고백이다. 라이언스 CEO는 성명을 통해 “실행력 개선과 장기 성장 잠재력 회복을 위해 대대적인 리더십 재편과 실행 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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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실적 — 기대 크게 밑돌아

Fiserv의 3분기 조정 EPS는 2.04달러로, 금융정보업체 팩트셋(FactSet) 컨센서스(2.64달러)를 23% 하회했다. 매출은 49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시장 예상치 53억5,000만 달러에도 미달했다. 반면 순이익5억6,400만 달러에서 7억9,200만 달러로 늘었다. 이는 비용 절감과 세율 효과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서 잠깐, 팩트셋(FactSet)은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를 집계·제공하는 금융 데이터 플랫폼이다. 컨센서스는 투자 의사결정의 핵심 잣대가 되지만, 이번처럼 실제 수치가 큰 폭 밑돌 경우 ‘어닝 쇼크’로 간주돼 주가 하락 압력이 가중된다.


경영진·이사회 전면 재편…내달부터 ‘투톱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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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erv는 12월부터 운영총괄책임자(COO) 타키스 게오르가코풀로스(Takis Georgakopoulos)와 전 유나이티드헬스 그룹 산하 옵텀(Optum) 금융서비스·인사이트 CEO였던 디비아 수리야데바라(Dhivya Suryadevara)를 공동 사장(Co-President)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폴 토드(Paul Todd)가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는다.

이사회도 대대적 물갈이가 예고됐다. 2026년 초부터 전 로열뱅크오브캐나다 CEO이자 캐나다 국적 경제 리더로 꼽히는 고든 닉슨(Gordon Nixon), 전 알라딘(Alladin) 플랫폼 전략가 셀린 뒤페텔(Céline Dufétel), 블랙록 재무총괄 출신 게리 셰들린(Gary Shedlin)이 합류한다. 닉슨은 독립 이사회 의장, 셰들린은 감사위원장직을 맡을 예정이다.


‘질적 성장’ 위한 3대 액션 플랜

라이언스 CEO는 “고정비 구조 슬림화, 결제·뱅킹 부문 유기적 성장 가속, 신흥시장으로의 플랫폼 확대”를 3대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Fiserv가 지속 가능하고 고품질의 성장을 실현해 ‘풀 포텐셜’에 도달하도록 돕는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 비용 절감 규모나 조직개편 범위는 추후 공개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거래소 이전 — ‘FISV’로 나스닥 입성

Fiserv는 11월 중순 주식 상장지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나스닥(Nasdaq)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신규 티커는 과거와 동일한 ‘FISV’로 유지된다. 라이언스 CEO는 “나스닥은 혁신 중심 생태계가 구축돼 있어 핀테크 기업이 성장하기에 적합한 무대”라고 설명했다.


핀테크 업계 전반에 드리운 ‘성장 둔화’ 그림자

Fiserv의 ‘어닝 쇼크’는 핀테크(금융기술)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애널리스트들은 고금리와 소비 둔화가 결제 볼륨 성장세를 제한한 데다, 대형 테크 기업과의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압박받았다고 진단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평균 수수료율이 내려가는 가운데 마케팅·R&D 지출은 오히려 늘었기 때문에 실적 반등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일각에서는 이번 폭락이 저점 매수 기회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씨티그룹은 “핵심 결제 네트워크와 방대한 상점·은행 고객 기반은 여전히 장기 경쟁력”이라며 목표주가 하향폭을 제한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가이던스 신뢰도 회복이 관건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기자 해설 — ‘가이던스 커트’가 불러온 신뢰 붕괴

이번 사태의 본질은 예상치 하회 자체보다 전년 대비 60% 가까운 가이던스 하향에 따른 경영진 신뢰 붕괴다. 투자자들은 급격한 숫자 조정 배경으로 “실제 비즈니스 악화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시그널을 읽는다. 특히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핀테크 기업이 미래 실적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이 부담이다.

한편, 거래소 이전은 ▲지수 편입 효과 ▲기술 섹터 투자자 접근성 확대 ▲IR(투자자관계) 활동 효율 개선 등의 긍정적 요인이 있으나, 근본적인 실적 회복 없이는 주가 반등을 담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2026년 새 이사회·‘투톱’ 체제 아래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는 시점이 반등 모멘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