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불리시’, NYSE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43% 급등

가상자산(암호화폐) 전문 거래소 ‘불리시(Bullish)’가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 공모가를 두 배 이상 뛰어넘으며 화려한 데뷔를 기록했다.

Bullish CEO Tom Farley 인터뷰

2025년 8월 13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불리시는 이날 뉴욕 현지 시각 오전 시초가를 90달러로 형성하며 공모가(37달러) 대비 약 143% 상승했다. 이후 주가는 102.44달러 부근까지 치솟자 서킷 브레이커가 작동해 거래가 잠시 중단되었다.

불리시는 당초 제시된 희망 공모가(28~31달러)와 직전 주 수정된 범위(32~33달러)를 모두 상향해, 상장 당일 새벽 최종 공모가를 37달러로 확정했다. 공모로 조달된 자금은 약 11억 달러이며, 거래 시작 전 기업가치는 약 54억 달러로 평가됐다.


기관투자자 중심 플랫폼 강조

불리시는 뉴욕증권거래소 전(前) 사장 톰 파얼리(Tom Farley)가 이끌며, 테크 억만장자 피터 틸(Peter Thiel)이 후원한다. 회사는 ‘기관투자자 친화적 거래소’라는 정체성을 내세우며, 디파이(Decentralized Finance·탈중앙화 금융) 프로토콜을 중앙 집중식 보안 체계와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Tom Farley CEO 발언
“지난 10년간 암호화폐 시장 성장은 대부분 개인투자자 주도로 이뤄졌으나, 이제 기관투자자 물결이 시작됐다. 불리시 IPO에 대한 시장의 호응으로 볼 때, 이번이 바로 그 시점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2021년 플랫폼 출범 이후 2025년 3월 31일까지 누적 거래액은 1조 2,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또한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CoinDesk)를 인수해, 인덱스·데이터·애널리틱스 서비스를 병행한다.


‘친(親) 크립토’ 기조 속 잇단 상장 러시

불리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 가상자산 정책 기류 속에서 투자자 관심이 집중된 기업 중 하나다. 앞서 6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이 1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하며 성공적으로 상장했고, 5월에는 마이크 노보그라츠의 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이 토론토 증시에서 나스닥으로 이전 상장했다. 같은 달 주식·암호화폐 거래 앱 이토로(eToro)도 54억 달러 가치로 나스닥 입성했다. 이 밖에 암호화폐 커스터디업체 비트고(BitGo)와 거래소 제미니(Gemini) 역시 비공개로 미국 상장을 추진 중이다.

불리시가 상장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4년간 사업 모델을 고도화하고 규제 정합성을 확보한 끝에, 기관 중심 거래소라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투자자 설득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용어·배경 설명

디파이(DeFi)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중앙기관 없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탈중앙화 생태계를 뜻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통화에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화폐다. 서킷 브레이커는 주가가 급격히 변동할 때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단해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장치다.


전문가 시각

시장 전문가들은 불리시의 성공적 상장을 “기관투자자 참여 확대에 대한 신호탄”으로 평가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사이클 완화 전망, 친(親) 가상자산 규제 환경, 그리고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향후 암호화폐 거래 인프라에 대한 기관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암호화폐 시장이 여전히 변동성이 크고 규제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모가 대비 급등한 현재 주가가 장기적으로 정당화될지는 유동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향후 1~2분기 실적과 거래량 추이가 투자 심리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